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어느 분의 해외봉사단 체험 유튜브에 『라오스 보펜양』
이라는 것이 나오더군요.
우리와 비교 되지 않을 만큼 가난하면서도, 행복지수 조사에서는 되려 정반대로
우리와 비교 되지 않을 만큼 높은 것으로 나오는 라오스 말이지요.
속내는 모르지만 여행자의 겉핥기 판단에 비친 그들은, 싸울 만한 일이 있어도,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그저 “보펜양” 한 마디로 넘어간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보펜양”이 “미안합니다”도 되고 “괜찮습니다”도
되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요”의 뜻도 되는 것 같더군요.
작은 이해충돌이 일어날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보펜양”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털어버린 후, 함께 웃는 걸 보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웬만해서는 시비하는 일 없고, 싸움이 일어날 수 없다지요.
요즘은 남는 게 시간이다 보니, 서울로 나들이 할 때는, 일부러라도 느긋하면서
비용부담이 없는 무궁화 열차를 애용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지난 주엔 일정에 맞춰 급하게 서울 집에 가느라, 평소에는 타지 않던
KTX+SRT를 하는 수 없이 타게 되었지요.
그렇게 탄 쾌속의 고속열차에서, 옷차림이 매우 훌륭한 중년의 두 싸나이(?)가,
서로에게 삿대질하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더군요.
오가는 말로 상황을 추측해보니, 한 사람이 바퀴 달린 커다란 가방을 끌고 가다
앉아 있는 다른 사람의 팔을 쳤던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그 작은 충돌을 “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 혹은 “보펜양”하면서
끝내지 못하는 바람에 온 차 안의 승객이 불편하게 여행하고야 말았지요.
사실은 우리나라 전래의 풍속으로는, 이 정도의 경우 굳이 말로써 사죄하기보다
미안한 표정으로 겸연쩍은 미소만 주고 받으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 이심전심의 사죄와 용서를 주고받다 보니 “죄송합니다”거나
“괜찮습니다” 혹은 “보펜양” 같은 인사말이 발달하지 않은 거 아닐까요?
어쨌거나 이제는, 사회가 변하고 인심도 각박해졌으니, 미안한 표정만으로 슬쩍
때우기보다는, 확실하게 “죄송합니다” 하는 게 좋을 거 같더군요.
비록 입에 발린 인사일망정 이제부터는 “죄송”을 아예 버릇으로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