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58
횡성 사과
동봉
아들이 묻는다
'어무이, 김장 언제 담가유?'
어머니가 답한다
'김장을 언제 담그냐 하면'
어머니 다음 답을 기다리지 못한 채
아들이 답을 넣은 형태로 묻는다
'선겨울에 담는 거 맞쥬?'
선겨울을 모르는 어머니 답이다
'아니야, 선겨울이 아니고
거시기 입동立冬이야'
아들이 잘난 체 말을 덧붙인다
어무이, 입동이 선겨울이유'
시골 어머니지만
서른한 해 더 사셨는데
선겨울은 처음 듣는 말이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되묻는다
'그런 말이 어디 있니?'
어머니 답이 이어진다
'선겨울인지
누운 겨울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으나
김장철이 입동인 것은 알지'
나는 어려서부터
한문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읽길 좋아했다
설 입立, 겨울 동冬
글자 그대로 선겨울은
겨울 문턱에 서 있다는 뜻이다
내일이 하마 선겨울 입동이다
강원도 횡성은 꽤나 춥다
홍천, 평창을 비롯하여
까치 보은의 고장 원주까지
다른 지역에 견주어
일찍 겨울을 맞는 편이다
횡성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엊그제 전화가 왔다
안부를 곁들여 내가 물었다
'곧 김장 담그시겠습니다'
그의 답이 재미있다
'김장은 잘 모르겠고요
횡성 사과 맛이 일품입니다
사과 좀 보내드릴까 싶어서요'
허걱!
기후의 변화가
삶의 패턴을 바꾼다지만
사과 하면 대구인데
그 대구 사과가
영주 사과를 거쳐
어느새 횡성 사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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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국대학교 후문에서/사진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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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