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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걸작 「주왕산(周王山)」의 한문학 25수(首) 中 11수(首). 2편>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앞글에 이어--
이번 2편에서는 앞서 제시한 1편의 한시 6수(首)에 이어 ⑦~ ⑰번, 11수(首)의 「주왕산(周王山)」 시를 소개하겠다. 주왕산은 신비로운 암봉과 기이한 협곡이 연출하는 압도적인 웅장함,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애달픈 역사와 고요한 은거의 미학을 간직한 명산이다. 이번 지면에 제시된 11편의 한시들이 노래한 주왕산의 줄거리는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①하늘을 찌르는 웅장함과 기묘한 암벽이다. 마치 칼로 깎아낸 듯한 수만 개의 돌 봉우리와 겹겹이 둘러싼 절벽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또한 신비로운 협곡의 깊고 어두운 골짜기와 구름을 품은 돌문(石門)은 인간 세상이 아닌 신선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이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웅장한 바다나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 듯, 압도적인 장관에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든다. ②두 번째로 세속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움과 풍류가 있다. 봄날의 화사한 수달래(수단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산꽃, 그리고 가을날의 깊은 단풍이 거친 암벽과 조화를 이룬다. 또 수많은 문인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거문고를 켜고 시를 읊으며, 세속의 명리와 번뇌를 잊었던 청정무구한 낙원이다. ③세 번째로 주왕의 전설과 은거의 역사가 녹아 있다. 중국 당나라의 주왕이 피신해 와 최후를 맞이했다는 전설이 서린 곳으로, 바위마다 애달픈 역사의 흔적과 감회가 서려 있다. 또한 전란(병자호란 등)을 피해 찾아든 선비들에게는 세상의 풍파를 막아주는 아늑한 피난처이자, 도를 닦고 마음을 맑게 다스리던 은거의 공간이었다.
⇨이번 「주왕산(周王山)」 2편에서는 한문학 총 25수(首) 중에 11수(首)를 소개하겠다. ⑦조수삼(趙秀三 1762~1849)의 「주왕산(周王山)」, ⑧권덕수(權德秀 1672~1759)의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 ⑨노경임(盧景任 1569~1620)의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 ⑩김시온(金是榲 1598~1669)의 「주왕산을 노닐며(遊周王山) 정축년(丁丑, 1637)」과 ⑪「유주왕산(遊周王山) 정축년(丁丑)」, ⑫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주왕산(周王山)에 들어가(入周王山)」, ⑬「추기주왕산(追記周王山)」, ⑭「추기주왕산 일절입원집(追記周王山 一絶入元集)」, ⑮「추기주왕산 4절(追記周王山四絕)」, ⑯이상정(李象靖 1711~1781)의 「입주왕산동구(入周王山洞口)」, ⑰장석룡(張錫龍 1823~1908)의 「망주왕산감음(望周王山感吟)」 등, 차례대로 소개한다.
7) 다음 ‘刪’ 운목의 칠언율시 「주왕산(周王山)」은 조선후기 위항시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 1762~1849)의 작품으로, 『추재집(秋齋集)』 권4(卷之四)에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경상북도 청송군의 주왕산(周王山)을 찾아 그 장엄하고 기이한 암봉과 동굴의 절경을 찬탄한 한시다. 주왕산의 장엄한 바위 미학을 조수삼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호방한 필치로 극대화한 명시다.
○ 내용인즉, 주왕산 특유의 거대한 기암괴석과 주왕굴의 풍경을 마주한 시인의 경이로움을 역동적인 필체로 그려냈다. [1~2구]에선, 조물주의 솜씨(鬼工天巧)가 극에 달한 산이라고 찬탄하며, 수많은 바위 군상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등산로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3~4구]에선, 주왕산의 기암(奇巖)들을 인간의 모습에 비유했다. 곧게 뻗은 바위는 절개를 지키는 여인의 뼈로, 중후하고 거대한 암봉은 위엄 있는 노인의 얼굴로 묘사하여 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높였다. [5~6구]에선,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에는 구름과 천둥 같은 자연의 기운이 서려 있고, 바위 사이의 신비로운 동굴(空穴)은 빛이 영롱하게 통하여 해와 달의 흐름을 담아낸다고 묘사했다. 주왕산의 주왕굴이나 급수대 주변의 풍광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7~8구]에선, 우리나라(域中) 전체를 통틀어 이보다 뛰어난 명승지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이 대단한 주왕산을 두고 그동안 다른 산들을 헛되이 찾아다녔던 지나온 반평생의 삶을 유쾌하게 자조(웃음)하며 시를 매듭지었다.
**「주왕산(周王山)」** / 조수삼(趙秀三 1762~1849)
鬼工天巧劇玆山 귀신의 솜씨와 하늘의 교묘함이 이 산에서 극치를 이루었으니
一逕周旋萬石間 한 가닥 좁은 길이 수많은 바위 사이로 빙글빙글 도는구나.
竦立不回貞女骨 우뚝 솟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정절 굳은 여인의 뼈(바위)요,
尊嚴當拜丈人顔 존엄하여 마땅히 절해야 할 듯한 것은 어른(丈人)의 얼굴이로다.
蒼根欝勃雲雷伏 푸른 산기슭은 울창하고 왕성하여 구름과 천둥이 숨어 있고
空穴玲瓏日月還 텅 빈 굴은 영롱하여 해와 달이 번갈아 드나드는구나.
坐數域中無此勝 가만히 앉아 전국의 명승을 꼽아봐도 이만한 절경이 없으니
半生堪笑浪登攀 반평생 다른 산들을 부질없이 오르내린 것에 웃음이 나는구나.
8) 다음 ‘灰’ 운목의 칠언절구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는 조선후기 학자 포헌(逋軒) 권덕수(權德秀 1672~1759)의 작품으로, 『포헌집(逋軒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은 주왕산의 장엄한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화자의 설렘과 감흥을 노래한 한시다. 오랜 망설임 끝에 마침내 주왕산에 들어선 기쁨과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기이한 암석들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 평기식 / 권덕수(權德秀 1672~1759)
三過山門一入來 산문 앞을 세 번이나 지나치다 이제야 한 번 들어오니
嶽靈應亦恠遲回 산신령도 내가 이리 늦게 온 것을 분명 괴이하게 여겼으리라.
淸溪盡日竆源去 맑은 시내 따라 온종일 그 발원지(끝)까지 찾아 들어가니
無數奇巖左右開 셀 수 없이 많은 기이한 바위들이 좌우로 펼쳐져 있구나.
○ 내용인즉, 이 시는 주왕산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이 가진 시각적 특징(기암괴석과 맑은 계곡)을 바탕으로, 자연을 대하는 문인의 풍류를 잘 담아내고 있다. 산문을 지나 계곡 끝까지 들어가는 공간의 이동과 온종일 걸어 들어가는 시간의 경과가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함께 주왕산을 유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구]에선, 주왕산에 오고 싶어 주변을 맴돌거나 기회만 엿보다가, 마침내 산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의 감회를 나타냈다. [2구]에선, 산의 신령(嶽靈)을 등장시켜 시적 재미를 더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며 산신령이 꾸짖거나 의아해했을 것이라는 재치 있는 표현을 통해, 주왕산에 대한 화자의 깊은 애정과 미안함을 드러난다. [3구]에선, 주왕산의 유명한 계곡(절골계곡이나 주왕계곡 등)을 따라 해가 저물 때까지 깊숙이 탐험하는 화자의 모습을 그렸다. 자연의 매력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몰입감을 보여준다. [4구]에선, 주왕산의 가장 큰 특징인 거대한 기암괴석(기암단애 등)이 계곡 좌우로 병풍처럼 펼쳐진 장관을 묘사했다. 산의 종착지에서 마주한 대자연의 웅장함에 대한 감탄으로 시를 마무리했다.
9) 다음 ‘東’ 운목의 칠언절구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는 조선중기 문신 경암(敬菴) 노경임(盧景任 1569~1620)의 작품으로, 『경암집(敬菴集)』 권6(卷之六) 속집(續集)편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작가가 경상북도 청송군에 있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명산 주왕산(周王山)을 직접 유람하며 느낀 감흥을 서경(풍경 묘사)과 서정(개인적 감정)을 조화시켜 표현한 평기식 한시다.
「주왕산에서 노닐며(遊周王山)」 / 노경임(盧景任 1569~1620)
危巖削立入雲空 가파른 바위가 깎아지른 듯 서서 높은 하늘로 솟아있고
流水犇騰耳欲聾 흐르는 물 세차게 치솟아 날뛰니 귀가 먹먹한 듯하네.
蒼翠萬重任出沒 푸른 숲과 산봉우리 만 겹으로 첩첩이 나타났다 사라지니
此身疑在畫圖中 이 내 몸이 마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가 의심스러워라.
[주1] 위암(危巖) : 높고 가파른 바위. 주왕산 특유의 거대한 기암괴석을 뜻함.
[주2] 삭립(削立) : 칼로 깎아 세운 듯이 가파르게 서 있음.
[주3] 분등(犇騰) : 소 떼가 달아나듯(犇) 물결이 세차게 치솟아 오름(騰). 거세고 거침없는 물줄기를 시각·청각적으로 표현한 단어다.
[주4] 이욕롱(耳欲聾) : 귀가 멀 듯하다. 즉, 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먹먹해질 지경.
[주5] 창취(蒼翠) : 짙고 푸른 유록색. 여기서는 주왕산의 울창한 숲과 나무, 이끼 낀 바위 등을 통틀어 이른다.
[주6] 만중(萬重) : 만 겹. 산봉우리나 숲이 끝없이 겹쳐 있는 모습.
[주7] 임출몰(任出沒) :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함. 구름이나 안개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풍경을 묘사함.
[주8] 화도(畫圖) : 그리거나 채색한 그림. 수묵화나 진경산수화를 의미함.
○ 내용인즉, [1~2구]에선, 웅장한 시각과 청각을 대비시켰다. 1구에서는 주왕산의 상징인 거대한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정적인 웅장함을 칼로 깎아지른 듯하다는 표현(削立)으로 그려냈다. 반면 2구에서는 계곡을 따라 거세게 쏟아지는 물줄기의 동적인 박동감을 눈과 귀(耳欲聾)를 통해 강렬하게 전달했다. 기암절벽과 폭포수가 이루는 조화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3~4구]에선, 자연의 신비로움과 물아일체의 경지를 묘사했다. 3구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산줄기와 봉우리들이 구름안개 사이로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선경(仙境)을 묘사했다. 이러한 압도적인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시인은 결국 마지막 4구에서 "내가 지금 현실에 있는가, 아니면 한 폭의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가" 하는 황홀경에 빠지며 시를 마무리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명구다.
10) 다음 ‘尤’ 운목의 칠언절구(七言絶句) 「주왕산을 노닐며(遊周王山) 정축년(丁丑, 1637)」은 조선시대 학자 표은(瓢隱) 김시온(金是榲 1598~1669)의 작품으로, 『표은집(瓢隱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정축년(1637년)에 주왕산을 방문하여 가을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했다. 이 시는 주왕산의 거대한 암벽과 구름을 방과 휘장(텐트)에 비유하며,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된 도가적(道家的)인 풍류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 내용인즉, [1구]에선, 주왕산의 가장 큰 특징인 거대한 기암괴석과 바위 봉우리(청장)들을 방 안에 두르는 병풍에 비유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침대나 방 위의 휘장(모기장이나 천막 같은 덮개)으로 삼았다. [2구]에선, 한시에서 '학'은 신선 세계나 고고한 은자의 삶을 상징한다. 시인은 세속의 명리를 모두 잊고 신선처럼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3구]에선, 이 멋진 풍경을 담을 새로운 시구(新句)를 구상하며, 그것을 주왕산의 곱게 물든 붉은 단풍잎(紅葉) 위에 적어보려 고심하는 시인의 낭만적인 행동이다. 당나라 시인들이 단풍잎에 시를 쓰던 풍류를 연상시킨다. [4구]에선, 단풍잎에 적을 시상을 찾으려 고개를 숙여 낙엽을 줍는 순간, 단순히 잎사귀 하나를 주운 것이 아니라 주왕산 일만 골짜기(萬壑)에 가득 내려앉은 가을의 정취 전체를 손에 쥔 듯한 깊은 감동을 표현했다.
「주왕산을 노닐며(遊周王山) 정축년(丁丑)」 / 김시온(金是榲 1598~1669)
靑嶂爲屛雲作幬 푸른 봉우리는 병풍이 되고 구름은 휘장(천막)이 되니
客來終日鶴同遊 나그네 찾아와 종일토록 학과 함께 노니네.
爲搜新句題紅葉 붉은 단풍잎에 적어 넣을 새로운 시구(詩句)를 찾다가,
拾得周王萬壑秋 주왕산 수많은 골짜기에 가득 찬 가을을 주워 담았노라.
○ 이 측기식 한시를 작성한 연도인 정축년(丁丑, 1637년)은 역사적으로 병자호란(1636년 12월~1637년 1월) 직후에 해당한다. 김시온은 척화파로서 청나라와의 굴욕적인 화의에 좌절감을 느끼고 낙향하거나 은거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란의 상처와 어지러운 세상을 뒤로하고 찾은 주왕산의 깊은 가을 골짜기는, 작가에게 있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고 은거할 수 있는 거대한 신선의 세계였다. 자연을 덮개와 병풍 삼아 시를 짓는 행위를 통해, 복잡한 현실 정치를 잊고 대자연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에서 위안을 얻고자 한 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11) 다음 ‘麻’ 운목의 오언율시(五言律詩) 「유주왕산(遊周王山) 정축년(丁丑)」은 조선시대 학자 표은(瓢隱) 김시온(金是榲 1598~1669)의 작품으로, 『표은집(瓢隱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김시온 선생이 정축년(1637년)에 청송 주왕산을 유람하며 지은 한시다. 이 시는 전란(병자호란) 직후의 무거운 마음을 뒤로하고, 주왕산의 웅장한 자연 속에서 세속을 벗어나 신선처럼 초연해지고 싶은 심경을 노래한 명작이다.
○ 내용인즉, [1~2구]에선, 주왕산에 홀로 들어서는 길의 저녁 풍경을 시각적(석양)·청각적(지팡이 소리)으로 차분히 묘사했다. [3~4구]에선, 멀리 절에서 이따금씩 들려오는 대전사의 종소리가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더욱 돋보이게 드러내었고 또 깊어가는 가을 산의 정취를 깊이 있게 그렸다. [5~6구]에선, 하늘을 떠 받치는 주왕산의 웅장한 기암괴석과 굽이치며 흐르는 계곡물을 대조해 놓았다. [7~8구]에선, 신선이 타고 다닌다는 영물인 '청학(靑鶴)'이 되어 세속을 벗어나고픈 초월적 염원을 고백했다.
**「유주왕산(遊周王山) 정축년(丁丑)」** / 김시온(金是榲 1598~1669)
孤筇鳴石逕 외로운 대지팡이는 돌길에 울리고
松外夕陽斜 소나무 저 너머로 석양이 비끼네.
秋晩周王洞 가을 깊어가는 주왕산 계곡
鐘踈釋子家 절집(사찰)에서 종소리 드문드문 들려온다.
支天巖作柱 하늘을 떠받친 바위는 기둥이 되었고
走壑水如蛇 골짜기를 달리는 물줄기는 뱀처럼 굽이치네.
安得化靑鶴 어찌하면 푸른 학(청학)으로 변하여
高飛凌紫霞 자줏빛 노을 뚫고 높이 날아오를까.
○ [배경과 문학적 가치] 김시온 선생이 이 시를 지은 1637년은 병자호란의 치욕(삼전도의 굴욕)이 있었던 해이다. 척화파로서 국난을 겪은 선비의 무거운 마음과 슬픔이 시(詩) 기저에 깔려 있다. 나라의 어지러운 현실(세속)에서 벗어나 주왕산의 압도적인 대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마지막에 '청학'이 되어 날아가고 싶다는 표현은 현실 도피라기보다는, 오염된 세상에 물들지 않고 고결한 뜻을 지키겠다는 선비의 강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12) 다음 ‘庚’과 ‘先’ 운목의 칠언절구 「주왕산(周王山)에 들어가(入周王山)」 2수(首)는 조선중기 문신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작품으로, 『학봉속집』 제1권 시(詩)편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김성일이 주왕산의 웅장한 절경 앞에서 두려움을 느껴 목적지인 용담(용연)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되돌아온 후, 그에 대한 아쉬움과 속세의 부끄러움을 읊은 작품이다.
○ 내용인즉, 주왕산의 장엄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중도 탈락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속세에 찌든 자신에 대한 반성을 서술했다. [1~2구]에선, 주왕산의 아침 절경을, [3~4구]에선, 중도 하산의 부끄러움을, [5~6구]에선, 이상향(신선 세계)에 대한 동경을, [7~8구]에선, 대자연 앞에서의 무력감과 아쉬움을 읊었다. 다른 한시와는 다르게 험난한 자연 앞에서 솔직하게 '겁이 나서 돌아왔다'는 인간적인 약점과 두려움을 고백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히려 자연의 신비로움과 위대함을 더욱 돋보이게 표현한 명작이다.
**「주왕산(周王山)에 들어가(入周王山)」** 2수(首) / 김성일(金誠一 1538~1593)
주왕산(周王山)에 들어가 용담(龍潭)에서 노닐려고 하다가, 철벽(鐵壁)이 하늘 높이 솟아 있어 겁이 나서 중간에 되돌아왔기에 서글픈 느낌이 들어서 짓다. 정해년(1587, 선조 20)[入周王山 將遊龍潭 鐵壁參天 畏險中返 悵然有作 丁亥]
<제1수> ‘庚’ 운목, 평기식
龍淵初日射霞城 용연에서 뜨는 해 자하성을 비춤에
嶽色仍將雪色明 산의 색깔 그대로 흰 눈처럼 밝구나.
咫尺丹梯攀未得 지척간인 단제를 올라가지 못하고서
白雲回首愧塵纓 백운 속을 바라보니 속세 일이 부끄럽네.
<제2수> ‘先’ 운목, 측기식
聞道山中別有天 내 듣건대 산속에 별세계가 있다는데
玉樓何處集飛仙 옥루의 어느 곳에 신선들이 모였을까.
龍宮白日雷霆怒 용궁에는 대낮에도 번개치고 벼락쳐서
欲問眞源卻惘然 근원을 물으려도 물을 길이 없네그려.
[주1] 자하성(紫霞城) : 주왕산(周王山)에 있는 산성으로, 전설에 의하면 주왕(周王)이 고려군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주2] 단제(丹梯) : 도(道)를 묻기 위해 신선을 찾아가는 길을 말한다.
[주3] 각망연(卻惘然) : "도리어(卻) 멍하니 서글퍼지네. 또는 아쉽고 허탈할 뿐이네(惘然)"라는 뜻, 이 시의 핵심적인 감정적 결말을 담고 있는 표현임.
13) 다음 ‘支’ 운목의 칠언절구 「추기주왕산(追記周王山)」은 조선중기 문신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작품으로, 『학봉집(鶴峯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이 평기식 한시는 화창한 날 주왕산의 장엄한 풍경 속에서 술을 마시며 느낀 호탕한 기상과,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통해 옛 성현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선비의 의지를 담고 있다.
○ 내용인즉, 이 시는 따뜻한 봄날에 주왕산의 장엄한 풍경 속에서 다지는 선비의 호연지기와 도덕적 지조를 그렸다. 특히 전반부(1, 2구)에서는 술과 산의 풍경을 통해 시각적이고 호방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후반부(3, 4구)에서는 이를 내면의 도덕적 성찰과 성현을 지향하는 의지로 승화시키는 전형적인 선비의 시 정신을 보였다. 이 장엄한 대자연 속에서 가슴속에 솟구치는 거대한 도덕적 의지와 기상(호연지기)을 알아줄 사람이 지금은 곁에 없으니, 오직 역사 속 옛 성현(古人)들과 정신적으로 교감하며 그 경지를 기약하겠다는 선비로서의 다짐이다.
**「추기주왕산(追記周王山)」** 주왕산을 다녀온 뒤에 기억을 더듬어 기록하다. / 김성일(金誠一 1538~1593)
三杯飛下祝融時 세 잔 술이 축융(화창한 봄날/남쪽 봉우리)에 날아내릴 때
千仞雲間彩鳳儀 천 길 구름 사이에 봉황이 춤추듯 빼어난 산세가 드러나네.
豪氣元來不在酒 호탕한 기운은 원래 술에 있는 것이 아니니
浩然誰與古人期 이 호연지기를 누구와 함께 옛 성현들과 기약할까.
[주1] 축융(祝融) : 중국 신화 속 불의 신(火神)이자 남쪽을 다스리는 신이다.
[주2] 천인(千仞) : 산이 아주 높음을 뜻함. (1인은 약 2.4m)
[주3] 채봉의(彩鳳儀) : 아름다운 봉황이 날개를 펴고 거동하는 모습이다. 주왕산 특유의 기암괴석과 웅장한 암벽들을 비유한 표현.
[주4] 호기(豪氣) : 호탕하고 씩씩한 기운.
[주5] 호연(浩然) : 호연하다.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 즉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정대하고 공명정대한 도덕적 기상을 의미한다.
14) 다음 ‘支’ 운목의 칠언절구 「추기주왕산 일절입원집(追記周王山 一絶入元集)」 즉, ‘주왕산에서의 일을 추후에 기록하여, 한 절구를 원집에 넣는다.’는 조선중기 문신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작품으로, 『학봉집(鶴峯集)』 권1(卷之一)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아름다운 주왕산(周王山)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땅주인(산지기)의 말을 듣고, 오히려 세속에 물들지 않은 자연의 고결함과 숨은 덕(潛德)의 가치를 예찬한 작품이다.
**「추기주왕산 일절입원집(追記周王山 一絶入元集)」**/ 김성일(金誠一 1538~1593)
仙區咫尺誰能到 신선의 세계가 지척이건만 그 누가 능히 도달하리오.
地老天荒境自奇 땅이 늙고 하늘이 거칠어져도 이 경지는 절로 기이하구나.
潛德在人能若此 사람에게 숨은 덕이 있어 능히 이와 같을 수 있다면
幽光不必要人知 그윽한 빛을 꼭 남들이 알아줄 필요는 없으리라.
땅주인이 이 산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탄식하므로, 이 시를 지어 언급하였다.(地主以山之不見知於人爲歎 故及之)
[주1] 선구(仙區) : 신선이 사는 아름다운 구역. 여기서는 '주왕산'의 뛰어난 풍경을 비유했다.
[주2] 지로천황(地老天荒) : 오랜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함을 뜻함. 또는 세속의 변화와 상관없는 대자연의 영원성을 나타냈다.
[쥬3] 잠덕(潛德) :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깊이 숨겨져 있는 고결한 덕성.
[주4] 유광(幽光) : 그윽하게 비치는 빛. 명예나 명성을 좇지 않는 군자의 내면 가치.
○ 내용인즉, 이 시는 단순한 산수 예찬을 넘어, 유학자로서의 처세 철학과 내면적 수양의 태도를 자연에 투영한 작품이다. [1~2구]에선, 주왕산의 빼어난 풍경을 '신선의 세계(仙區)'라 극찬하면서도, 정작 세상 사람들은 가까이 두고도 찾지 못한다고 말한다. 세월이 흐르고 천지가 변해도(地老天荒) 때 묻지 않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주왕산의 신비로운 정취를 강조했다. [3~4구]에선, 땅주인은 이토록 아름다운 산을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김성일은 이를 인간사의 '숨은 덕(潛德)'과 '그윽한 빛(幽光)'에 비유하며 발상의 전환을 보여줬다. 진정으로 고결한 인품을 지닌 군자는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명성을 좇지 않듯이, 주왕산 역시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그 순수함과 기이함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는 역설적인 깨달음이다.
15) 다음 ‘麻’와 ‘蒸’ 운목의 칠언절구 「추기주왕산 4절(追記周王山四絕)」 2수(首)는 조선중기 문신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1538~1593)의 작품으로, 『학봉집(鶴峯集)』 제1권에 수록되어 있다. 「추기주왕산 4절(追記周王山四絕)」 중 제시된 두 수의 핵심은 ‘속세를 벗어난 자연에 대한 동경’과 ‘고단한 백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연민(애민정신)’이다. 이 시는 주왕산이라는 아름다운 자연을 유람하며 쓴 시이지만, 단순히 풍경을 찬미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시인은 눈 덮인 산중에서 고결한 정신(1수)을 생각하다가도, 이내 외딴 절의 승려가 처한 현실을 통해 당대 민중들이 겪고 있던 가혹한 부역과 삶의 무게(2수)를 통찰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는 씁쓸한 현실 정치를 직시한 지식인의 고뇌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추기주왕산 4절(追記周王山四絕)」**주왕산(周王山)을 추억하면서 쓴 절구 4수(首). 2수는 원집에 들어 있고, 제3수는 속집에 들어 있다. / 김성일(金誠一)
<제1수> ‘麻’ 운목, 측기식
白雪漫山春未動 온 산 가득 흰 눈이라 봄기운 안 동하니
澗巖何處訪梅花 바위틈 어디에서 매화꽃을 찾아볼꼬.
登臨忽憶衡山興 올라 보니 홀연히 형산 흥취 생각나서
瞻仰還忘歲月遐 바라보며 도리어 세월 먼 걸 잊누나.
<제2수> ‘蒸’ 운목, 평기식
洞天寥落無人住 산골짜기 쓸쓸하여 사는 사람 하나 없고
古寺惟餘一衲僧 옛절에는 오직 중 한 사람만 남아 있네.
僧本無徭徭亦及 중은 부역 없는데도 역시 부역 있으니
此時民物儘堪矜 이런 시절 백성들 삶 참으로 가련하네.
[주] 형산(衡山) 흥취 : 산에 올라보려고 하는 흥취를 말한다. 송나라의 학자인 호안국(胡安國)이 형산(衡山) 아래를 지나면서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함을 좋아하여 한 번 산에 올라가서 보고자 하였는데, 이윽고 다시 생각하기를 ‘나의 직책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하여 마침내 그만두고 가지 않았다.
○ [제1수] 봄을 기다리는 마음과 옛 선현에 대한 동경을 그렸다. 눈 덮인 겨울 주왕산의 풍경 속에서 봄(매화)을 기다리며, 중국의 역사적 인물이나 옛 흥취를 떠올리는 내용이다. 눈 속에서 매화를 찾는 고고한 선비의 정신과, 자연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제2수] 가혹한 세금과 부역에 시달리는 백성에 대한 연민을 묘사했다. 쓸쓸한 산중 사찰의 모습을 통해 당시 조선 사회 백성들이 겪던 혹독한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는 사회비판적 성격을 띤다. 국가의 수탈이 종교인인 승려에게까지 미치는 비참한 현실을 보며, 관리로서 백성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는 애민(愛民)정신이 강하게 드러난 구절이다.
16) 다음 ‘刪’ 운목의 칠언절구 「입주왕산동구(入周王山洞口)」는 조선 후기의 영남 유학을 대표하는 대산(大山) 이상정(李象靖 1711~1781) 선생이 청송 주왕산의 초입에 들어서며 느낀 감흥을 노래한 한시다. 이 시는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 고사를 인용하여, 외부 세상과 차단된 주왕산의 신비롭고 탈속적인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있다. 주왕산의 빼어난 절경을 '인간 세상이 아닌 신선의 영역(仙區)'으로 찬양하면서, 그 순수한 자연이 인간의 속세와 섞이지 않고 영원히 비밀로 남기를 바라는 문인의 풍류와 자연 예찬을 담은 명시다. 이 측기식 한시는 그의 문집 『대산집(大山集)』 권1(卷一)에 수록되어 있다.
**「입주왕산동구(入周王山洞口)」** 주왕산 골짜기 입구에 들어서며 / 이상정(李象靖 1711~1781)
秀壑靈岑百匝環 수려한 골짜기와 신령한 봉우리들이 수백 겹으로 둘러 있고
鶴巢巖古白雲閒 오래된 학소대 바위 위에는 흰 구름만 한가로이 떠 있네.
落花流水還多事 떨어지는 꽃잎과 흐르는 물은 도리어 괜스레 참견이 많아서
漏洩仙區出世間 이 신선들의 비밀스러운 세상을 속세로 누설하며 흘러 나가네.
[주1] 수학(秀壑) : 빼어나고 수려한 골짜기.
[주2] 영잠(靈岑) : 신령스러운 높은 산봉우리.
[주3] 백잡환(百匝環) : 수백 바퀴나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
[주4] 학소암(鶴巢巖) : 주왕산의 명소인 '학소대(鶴巢臺)' 바위를 지칭. 옛날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주5] 환다사(還多事) : 도리어(還) 일이 많다(多事), 즉 '괜스레 쓸데없는 짓을 한다' 혹은 '참견이 많다'는 역설적 표현.
[주6] 누설(漏洩) : 비밀이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함.
[주7] 선구(仙區) : 신선이 사는 구역. 여기서는 세상과 격리된 '주왕산 안쪽 세상'을 뜻함.
○ 내용인즉, [기구(1구)와 승구(2구)]는 선경(仙境)의 풍경을 읊었다. 시인은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자연 풍광을 마주한다. 수많은 기암괴석과 신령한 봉우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어, 이곳이 평범한 세상이 아님을 직감한다. 기암절벽인 학소대 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은 정지된 듯한 고요함과 탈속적인 한가로움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전구(3구)와 결구(4구)]는 무릉도원 고사의 변주를 묘사했다. 시인은 계곡물을 따라 떠내려오는 꽃잎을 보며 도연명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떠올렸다. 도화원기에서는 어부가 흘러 내려오는 복숭아 꽃잎을 보고 무릉도원을 찾아 들어갔다. 반면 시인은 이를 거꾸로 해석하여, 이 아름다운 신선의 세계(주왕산)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눈치 없는 낙화와 유수가 괜히 바쁘게 움직여 감춰진 선경의 비밀을 속세에 소문내고 있다"라며 재치 있게 원망(의인법)하고 있다.
17) 다음 ‘支’ 운목의 칠언율시 「망주왕산감음(望周王山感吟)」 ‘주왕산을 바라보며 감흥을 읊다’는 개항기 문신 유헌(遊軒) 장석룡(張錫龍 1823~1908)의 작품으로, 『유헌집(遊軒集)』 권2(卷之三)에 수록되어 있다. 경북 청송의 명산인 주왕산의 웅장하고 험준한 절경에 대한 감탄과 선조의 자취를 따르는 감회를 기술한 한시다. 주왕산의 암봉과 폭포를 칼과 창, 천둥소리에 비유하여 역동적이고 웅장하게 묘사했다. 이는 단순한 자연유람에 그치지 않고, 가문의 역사(선조)와 결부시켜 후손으로서의 감회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망주왕산감음(望周王山感吟)」** / 장석룡(張錫龍 1823~1908)
說小金剛特地奇 소금강이라 말하더니 과연 특별히 기이한데
周王城堞見遺基 주왕이 쌓았다던 성벽은 남겨진 터만 보이는구나.
靑天劒戟千峯列 푸른 하늘에는 칼과 창 같은 천 개의 봉우리가 늘어섰고
白日䨓霆萬瀑圍 대낮인데도 천둥소리 같은 만 개의 폭포가 에워싸고 있네.
先祖登臨曾有彩 선조께서 이곳에 오르셨을 때도 일찍이 빛이 났을 터이니
後孫壯觀若留期 후손인 내가 이 장관을 보는 것도 마치 기약해 둔 듯하구나.
已知欲退前功惜 물러나려 하니 지나온 공이 아까움을 이미 알겠노라,
蜀道之難嚱且危 이백이 읊었던 촉나라 길의 험난함이 아! 참으로 위태롭도다.
[주1] 원문의 '䨓霆'은 '雷霆(우레 뇌, 천둥 소)'의 이체자다.
[주2] 주왕성(周王城)의 전설 : 중국 당나라 때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하고 신라 땅(주왕산)으로 숨어들어 성을 쌓고 저항했다는 주왕(周王)의 옛 성터(주왕산성)를 바라보며 역사의 무상함을 느낀다.
[주3] 촉도난(蜀道難) : 촉나라 길의 어려움.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썼다는 유명한 한시이기도 하다.
○ 내용인즉, 주왕산은 예로부터 산세가 수려하여 ‘소금강’이라 일컬었다. 주왕산은 옛날 주왕(周王)의 전설을 담은 산이다. 푸른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수많은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날카로운 칼(劒)과 창(戟)을 늘어놓은 듯 장엄하게 서 있다. 맑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가 마치 천둥번개(雷霆)가 치는 듯 계곡 전체를 울리며 에워싸고 있다. 과거에 나의 선조가 이 주왕산을 유람하며 글을 남겼다. 후손인 자신도 지금 이 장엄한 경관을 마주하고 있다. 하산하려니 산의 비경에 아쉬움이 남아 발길을 떼기 어렵다. 주왕산의 산세와 암벽 길이 촉나라로 가는 길만큼이나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험난하고 위태롭지만, 그만큼 범접할 수 없는 천하의 절경임을 강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