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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은행위기 겹쳐 부동산 타격
1경원 규모 MBS 가격급락 우려
옐런 “뱅크런 전염성 있어” 적극 개입
“이것(현 은행 위기)은 2008년과 다르다. 2008년은 (금융기관의) 지불 능력 위기였다면 지금의 문제는 전염성이 있는 뱅크런이다.”
21일(현지 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롭 니컬스 은행연합회 최고경영자(CEO)와의 대담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적정 자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뜻하는 스트레스 정도는 여전히 ‘빨간불’이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은행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중소형 은행에 대한 예금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장 진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중소형 은행과 긴밀히 연결된 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등으로 연쇄 충격이 오면서 실물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이전부터 이미 냉각되고 있는 상태다.
● 고금리-은행 위기… 美 부동산 충격 오나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IB)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고금리와 은행 위기가 급속한 자금 경색으로 이어져 부동산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부동산 대출 부실이 은행에 위험을 전가하며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지 개치 JP모건 자산관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유럽 미디어 서밋에서 “연준이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면 앞 유리에 무언가 끼어든다”며 기술주에 집중 투자하는 아크인베스트의 대규모 손실, SVB 폐쇄,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예로 들었다. 개치 CEO는 “다음 진원지는 상업용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업용 부동산은 은행 위기 이전부터 고금리와 시장 변화에 따른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단독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 시장보다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취약하고, 재택근무 확산과 대기업 감원으로 오피스 수요 급감에 시달려 왔다.
은행은 5조6000억 달러(약 7324조 원)에 이르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절반을 취급하고 있는 이 분야 자금줄이다. 특히 은행발(發) 상업용 부동산 부채의 80%는 중소형 은행에 집중돼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규모가 총 2700억 달러(약 353조 원)에 달해 상업용 부동산 업체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한다면 은행 위기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은행이 국채와 더불어 집중 보유하고 있는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의 불안감도 높다. MBS 시장은 8조 달러(약 1경 원)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MBS를 내던질 경우 MBS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금융 안정 vs 물가, 중앙은행의 고민
이날 옐런 장관이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29.5% 상승했지만 뉴욕 증시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10%가량 하락하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미 월가 CEO와 재무부 관료 등이 머리를 맞대고 잠재 구매자를 물색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1년간 누적된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과 최근의 은행 위기는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강행한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22일 연준, 23일 영국 중앙은행 등은 금융 안정과 인플레이션 진화 중에서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빅스텝을 단행하며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은 트레이드 오프(상충관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지만 미국에선 미 연준 결정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영국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4%로, 전월보다 상승해 물가와 금융 안정성 둘 다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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