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마리화나'와 황홀감을 유발하는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떠올린다. 대마초에는 다양한 생리적 효과를 지닌 카나비노이드라 불리는 수많은 화합물이 들어 있다.
그 중 하나인 '칸나비디올'(CBD)은 흥분효과는 없지만 이완감과 안정감을 준다. CBD의 또 다른 용도는 바로 생분해 가능한 '식물 기반'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사용되는 식물이 헴프(hemp, 산업용 대마)인데, THC는 거의 생성하지 않으면서 CBD를 자체 무게의 최대 20%까지 만들어내는 대마초의 한 종류다. 합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헴프는 섬유•종이•밧줄 제조에도 활용된다. 헴프 씨앗은 식용이 가능하며, 씨앗 오일은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플라스틱은 현대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플라스틱이 없으면 자동차, 항공기, 의료 장비는 물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각종 포장재, 용기, 전자제품, 합성 섬유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으며, 비재생 자원인 석유로부터 만들어지고, 미량의 유독물질을 방출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식물에서 제조 가능하고, 생분해되며, 독성물질을 방출하지 않는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옥수수로 만드는 '폴리락트산'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만, 비용이 비싸고 모든 용도에 적합하지는 않다. 음료 용기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나, 포스겐과 비스페놀 A(BPA)로 만드는 강도 높은 폴리카보네이트(PC)와는 경쟁이 어렵다. BPA는 ‘내분비 교란물질’로서, 체내에 들어오면 호르몬 기능을 방해한다.
PET와 PC 모두 제조과정에서 두 개의 하이드록실 기(-OH)를 가진 성분이 필요하다. CBD가 바로 이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PET 제조에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과 PC 생산에 쓰이는 BPA를 대체할 수 있다. CBD는 안전할 뿐만 아니라 항산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병원 장비에 활용될 경우 추가적인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
CBD로 만든 플라스틱은 생분해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비용 면에서 기존 플라스틱과 경쟁하기 어렵다. 그러나 헴프 재배가 더욱 확대되고 CBD 추출 기술이 발전하면, CBD 플라스틱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단, 이 플라스틱을 말아서 피울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 헴프에는 THC가 0.3% 이상 함유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