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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 산 좋고 음식 좋은 가을 나들이 명소들”
글·사진 박재곤 우촌미디어 대표... 출처 : 월간 산 2015. 10.
“사람은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산에 간다. 아울러 건강하게 살고자 산에 가고 귀소본능처럼 태초에 인간의 보금자리였던 대자연의 품이 그리워 산에 간다. 산은 그 선이 아름답고 색깔이 아름다우며 모습이 아름답다. 대자연인 산은 자연 그 자체가 만든 예술품이다. 그래서 순수하고 소박하고 자유로움이 있는 산은 사람들에게 안식과 건강과 만족을 준다.
산행은 가장 사람답고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산에서는 부(富)와 귀(貴)가 소용없다. 또 산에 가는 것은 잃어버린 인간성을 채우는 행위라 할 수 있고, 목욕으로 몸의 때를 씻어내듯 머리나 가슴속의 때나 찌꺼기를 씻어 내는 ‘정신의 목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산에 올라 주위의 산들을 조망하고 그 모습을 살피는 일은 할수록 즐겁다. 올랐던 산이 보일 때는 반갑고 옛 추억이 되살아나며 생각지 않았던 산이 산줄기 너머로 뭇 산봉우리 가운데 그 모습을 보일 때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조망은 우주 천지창조의 조화와 그 신비에 대한 인간의 외경을 나타내는 하나의 의식이다. 조망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살피고 자연의 존재, 산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조망은 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 주기도 한다. 저 먼 산, 저 높은 산을 지금은 오르지 못해도 여기서 바라보며 추억으로 또는 상상으로 그 산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것이다.” -소산 김홍주 선생의 <조망의 즐거움> 中
서울의 진산 북한산은 세계의 명산 반열에 올려놔도 전혀 손색없는 명산이다. 그런데 이 산 아래 살면서 정작 산을 바라다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산 아래로 1,0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살게 되면서 높은 주거공간들이 이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을 빼앗아 가고 만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산 서북권에서는 아직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1950년대 말 미아리고개를 넘고 의정부까지 가는 도로 위에서 왼편으로 바라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에 빠져 들었었다. 그때의 벅찬 감동은 60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서울 은평구에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북한산의 조망은 내 행복의 큰 부분으로 간직되고 있다.
산에 오르면 발아래 있는 산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산은 ‘멀리서 보라’고 한다. 북한산의 참 모습은 동서남북 어디에서 보아도 아름답지만, ‘삼각산’인 북한산은 산의 서편 고양땅에서 보는 것이 제격이었다. 너무 가까이에서보다는 조금은 먼 곳에서 보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도 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북한산 조망의 최고 지점은 아직 살아 있다.
노고산에 올라 능선을 종주하면서 동쪽에 펼쳐진 북한산을 보는 것은 ‘조망의 백미’로 쳐도 좋겠다. 이 능선에서는 북녘의 개성 송악산도 눈앞에 다가선다. 노고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양주시에서 개발해 놓은 노고산 북쪽 ‘누리길 2코스’ 중 전원일기마을~천생연분마을의 한 지점에서 바라다보는 북한산의 조망도 일품이다. 사람들의 시각이야 각자 다르겠지만, 필자는 온릉의 남쪽 39번국도에서 남향으로 신흥유원지와 광명보육원으로 가는 길 한 지점에서 보는 인수봉과 백운대가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1 여자만 북한산성점
여자 영화감독과 남자 산꾼이 차려내는 남도제철음식
“여자만 들어오는 집이냐고요? 아녜요. 남자분도 들어오세요.”
북한산 산행의 북한산성 나들목에서 북쪽, 정확하게 표현하면 노고산의 동남 자락 도로변에는 ‘여자만(汝自灣)’이라는 큰 입간판이 눈에 띈다. 이 특이한 이름을 단 곳은 식당이다. 서울 관훈점(인사동)에서 계절음식의 명가로 이미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는 이 식당이 북한산성에 분점을 낸 것이다.
‘여자만’은 20대 젊은 나이에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이라는 영화로 백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창업한 업소다. 이미례 감독은 영화제작이 없는 기간에는 음식점을 경영하여 생계에 도움도 받고, 맛있는 음식으로 세상 사람들의 미각까지 즐겁게 하겠다는 당찬 발상으로 식당을 개업했다. 그러던 것이 대성공을 거둬 이제는 영화감독보다 외식업소 경영자로 더 크게 알려져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식당을 열면서 처음 시작한 메뉴는 남도바다와 제주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제철생선으로 정했다.
글을 쓰고 책도 펴내면서 기자생활을 하던 명망 높은 산꾼인 남편 박기성씨의 고향이 전남 고흥의 바닷가라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경기도 출신의 젊은 며느리가 시가인 고흥에서 처음 먹어 본 남도의 제철음식에 시쳇말로 “뿅 갔었다”고 한다. 옥호로 쓰고 있는 ‘여자만’은 전라남도의 고흥군, 보성군, 여수시, 순천시를 아우르는 만(灣) 이름으로 해산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시댁에서 먹은 생선구이와 찜, 제주에서 건너 온 은갈치 조림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라는 믿음을 갖고 ‘여자만’의 식탁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여자만 갯벌에서 건져 올린 참꼬막으로 조리한 꼬막무침은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만’에서는 해산물을 식재료로 한 여러 가지 메뉴를 연이어 개발했다. 새꼬막정식, 참꼬막정식, 여자만정식, 여자만특정식, 여자만대표정식 등 다양한 메뉴에 포함된 음식들을 보면 남해바다 순천만의 해산물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남도음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특별메뉴 ‘삼합’은 업소의 자랑거리다. 직접 삭힌 국산 홍어와 통삼겹 수육을 묵은지에 싸서 먹는 홍어삼합은 ‘미각의 극치’라며 남도사람들의 극찬을 받는다.
‘여자만’에서는 전남 보성에서 주조한 녹차막걸리도 마실 수 있다. 건물지하는 유통센터며, 제주산 해산물이 당일로 이곳까지 도착하니 손님 식탁에는 언제나 싱싱한 해산물로 조리한 음식들이 올라온다. 지난해에는 제주분점도 냈다.
메뉴 새꼬막정식 1만5,000원. 참꼬막정식 2만5,000원. 여자만정식 2만 원. 여자만 특정식 3만5,000원. 여자만대표정식 3만 원
전화 북한산성점 02-384-8848. 관훈점(본관) 02-723-1238(별관) 02-720-6161. 제주점 064-712-1470
찾아가는 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로 379
2 옛골토성 북한산성점
이승만 초대대통령과 선문답 금강산장의 명성
우리나라에는 역대 대통령과 산자락 음식점 사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꽤 많다. 어느 날 이승만 대통령이 차를 타고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북한산성 대성문 아래쪽으로 민정시찰을 했다. 이 길에서 40대 후반이었던 촌부 이수만씨를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이런 곳에서 뭘 해서 먹고 사느냐?”고 물었다. 촌부는 “낙엽을 긁어 먹고 산다”는 선문답 같은 대답을 했다. 이에 대통령은 “이곳에 길을 내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그 사람들에게 음식을 팔아서 먹고 살면 되겠구먼”이라고 답했다.
며칠 후 이곳에는 도로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금강산장’이라는 식당을 열었다. 대통령이 촌부를 만나는 자리에는 촌부의 코흘리개 아들 ‘남해’와 이웃 어린이들이 서 있었고 대통령께서는 지갑을 꺼내 자신의 초상이 찍힌 지폐 한 장씩을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다. 지폐를 받아 쥔 어린이들은 지폐 속에 찍힌 초상화와 대통령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같은 사람임을 알고 신기해했다고 한다.
그때의 이남해씨가 금강산장을 이어 받아 오랫동안 운영했다. 이후 금강산장이 있었던 식당가가 북한산성초등학교 앞쪽으로 집단 이주할 때 함께 내려 왔고, 지금은 ‘옛골토성 북한산성점’을 운영하고 있다.
메뉴 오리훈제바비큐 1인 1만4,000원. 삼겹살바비큐 1인 1만2,000원. 해물파전 1만5,000원
전화 02-389-0123
찾아가는 길 서울 은평구 대서문길 45-7
3 송추가마골
문화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최우수 한식점
북한산성 나들목 큰길가에는 ‘송추가마골 서울은평점’이 있다.
오봉산 북쪽자락 송추에 소재한 ‘송추가마골 본점’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한식당’ 중 한 곳이고 ‘대한민국 최우수 한식레스토랑’이다. 이 식당에서는 갈비탕과 곱창우거지탕, 메밀냉면 등 대중음식도 먹을 수 있다.
메뉴 갈비탕, 곱창우거지탕 각 8,000원. 메밀냉면 7,000원
전화 02-371-0022
찾아가는 길 서울 은평구 북한산로 276
4 시골밥상
멋쟁이 산꾼 주인과 멋지게 한 잔
노고산이나 북한산 산행에서 사기막골 입구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경기도 의정부시 버스구간의 사기막골 버스정류장에는 멋쟁이 산꾼 박승호(朴承鎬·67)씨가 운영하는 식당 ‘시골밥상’이 있다.
하산길의 산꾼들이 자신의 집을 찾으면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고 하는 분이라 함께 한 잔 걸치는 것도 좋겠다. 식당 옥호 그대로 순박한 시골밥상을 받을 수 있고 차려내는 음식들도 모두 토속적이다.
메뉴 토종청국장, 토종된장 각 7,000원. 묵무침 1만 원. 제육볶음 1만5,000원
전화 02-354-7657
찾아가는 길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로 607
5 교외선
시골 고향집 생각나는 토속음식 으뜸음식점
기찻길 교외선(郊外線)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능곡역과 의정부시 의정부역을 잇는 철도 노선이다. 개통 당시 능곡역의 ‘능’과 의정부역의 ‘의’를 각각 따서 능의선(陵議線)으로 불렸다. 2004년 4월 1일 이후 정기여객열차 운행은 중지되고 화물열차만 운행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의 경계선에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에 장독이 있고 메주가 걸려 있는 시골 고향집 분위기의 음식점 ‘교외선’이 있다.
옛 가옥 형태의 작은 방이 마련되어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에 구애 없이 편안하게 식도락을 만끽할 수 있다. 차려내는 음식들도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박한 것들이다. 나이를 드신 분들은 잊었던 옛 맛을 되찾게 되었다며 즐거워하고, 젊은 층도 전혀 거부감 없는 맛이라며 좋아한다는 것이 빼어난 미모에 교양미 넘치는 업주 김정규씨의 설명이다.
식당의 방 벽면에는 도배지 대신 당시의 신문지를 붙여놔 두고두고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옛 모습이다.
메뉴 묵사발 6,000원. 녹두전·돼지불고기 각 1만 원. 북어구이·더덕구이·훈제오리구이 각 1만2,000원. 상차림정식 1만5,000원. 교외선정식 1만9,000원
전화 031-855-4336
찾아가는 길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로 549
북한산온천 비젠
북한산 하산길에 온천욕과 바지락칼국수를 즐긴다
첫댓글 서울사람들 위주의 글이지만... 혹시 다솜님들이 북한산에 가거들랑~~~. ㅎㅎㅎ
전 도봉산 내려와서 도봉산역 근처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그 앞집에서 먹었던 순두부가 아직도 생각납니다. 메뉴는 삼합를 시켰는데 곁들이로 나온 순두부에 완젼 뿅갔습니다. 다시 가고싶은 산행지 이기도 하구요
일요 번개산행도 하게 되었으니...
화요 번개산행으로 북한산이나 도봉산 그림도 그려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