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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인 리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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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소설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되고, 그림은 화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다. 그렇다면 영화는 누구에 의해 창조되는가? 사실 영화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있다. 각본과 배우, 세팅, 온갖 촬영장비 등 다양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다양한 요소를 끌고가서 결국엔 하나의 총체적인 예술로 탄생시키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우리가 '감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영화사 초기에는 영화에서 감독의 역할이 그렇게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위 '작가주의'의 탄생과 함께 영화 연출자로서의 감독을 하나의 '작가'로 보는 시선이 생겨났고 알프레드 히치콕, 찰리 채플린 같은 고전 감독들부터 시작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같이 감독의 이름만 들어도 영화의 완성도를 기대하게 하는 감독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흔히, '믿고 보는 감독'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어떠한 요소가 그의 영화를 기대하고 이해하는 일관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현대 영화에 있어서 감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현대 영화의 뛰어나고 유명한 감독들은 누가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 브라이언 드 팔마, 우디 앨런, 봉준호, 박찬욱 등 다양한 감독들이 있지만 오늘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963년 미국에서 태어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학교 생활이 싫어 고등학교를 1학년 때 자퇴했고 10대 시절에 포르노 영화계에서 알바를 했다. 그러다 그 일을 때려치고 22세에 비디오 가게 점원일을 시작해 5년 동안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는 그 가게를 '나의 영화 학교'라고 불렀고 그때 쓴 각본을 들고 1992년 <저수지의 개들>로 데뷔해 주목받기 시작한다. 데뷔작으로 단숨에 주목받은 그는 이후 영화를 내놓는 족족 찬사를 받았고 'B무비의 대가'라고 불리며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그가 'B무비의 대가'라고 불리는 것은 그의 영화 대부분이 유혈이 낭자하고, 심오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지도 않고 오로지 영화적인 재미에 충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주특기는 '대사 쓰기'인데 그의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은 일상적인 언어를 쓰면서도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그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은 대규모 보석 강도를 위해 모인 6명의 갱들이 거사를 치르기 위해 모이지만 그들 중에 비밀 경찰이 있어 거사에 실패하고 그 배신자를 찾기 위해 각자가 겪은 사건들을 회상하면서 진실의 고리를 맞춰가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들은 서로의 본명을 모르고 가명만 알기 때문에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는 더욱 찾기 힘들며 각자의 기억만이 진실의 열쇠 역할을 하는 점이 흥미롭다. 앞서 강조했다시피 타란티노의 주특기는 대사 쓰기인데 그의 데뷔작에서부터 주특기를 숨기지않고 드러낸다. 가령 오프닝씬에서 갱들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미스터 브라운이 마돈나의 'Like a virgin'을 흑인 남자와 성관계를 한 여성의 노래라고 열심히 설파하는데, 영화의 주제를 은연중에 제시하는 오프닝씬에서 이런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집어넣으며 영화의 주제를 찾는 일은 관두고 이 영화를 마치 이 쓰잘데기 없는 일상의 대화처럼 즐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확실히 영화가 진행되면서 애초에 강조되던 '배신자 찾기'는 희미해지고 '회상'이라는 영화적 요소와 그것을 유쾌하게 다룸으로써 부여되는 즐거움에 영화의 초점이 쏠린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혁신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었고, 이는 영화계에 또 한명의 반항아가 나타났음을 의미하는 시발탄이기도 했다.
그렇게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 된 타란티노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인 <펄프 픽션>으로 칸 영화제 수상의 영광을 누리며 명장의 반열에 오른다. <펄프 픽션(Pulp Fiction)>의 'Pulp'는 연하고 흐물흐물한 물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의 형식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오프닝씬에서는 건달 커플이 커피숍에서 강도짓을 시작하지만 이어지는 씬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인 빈센트와 쥴스(존 트라볼타와 사무엘.L.잭슨)가 다른 갱의 집에 찾아가 금가방을 회수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이후에도 삼류 복서 부치(브루스 윌리스)의 이야기 등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듯한 얘기들이 이어지다가 엔딩 부분에 가서 연하고 흐물흐물하게 이어지던 플롯이 하나의 플롯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던 시간의 연속성이라는 특징에 도전하여 비틀어버림으로써 또 한 번 영화적인 재미를 연출해낸다. 역시 뚜렷한 주제의식은 없지만 타란티노가 보여주는 맛깔난 대사와 유명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젊은 시절의 닉 퓨리 국장님의 카리스마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에스겔 25장 17절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펄프 픽션>이후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각본과 조연을 맡고 <재키 브라운>의 연출을 맡기도 했지만 2003년 <킬 빌>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타란티노라는 이름이 영화사에 확실히 각인된다. <펄프 픽션>의 우마 서먼과 협업하여 감독 자신의 취향을 영화에 거침없이 투영한 이 작품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를 주제로 하여 화려하고 유혈이 낭자하는 액션, 오리엔탈적 이미지와 아이템들을 사용하여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독이 지 멋대로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다는 걸 보여준 영화.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주옥같은 OST들도 영화적 완성도를 더해주니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괜찮다. <킬 빌>은 1편과 2편이 나누어져 개봉했는데 1편은 액션과 복수에 좀 더 치중하며 주로 일본적 이미지들이 많이 나오고 2편은 모성애를 보여주면서 중국적 이미지를 주로 차용한다. 정말 재밌는 영화지만 피를 잘 못보시는 분들은 관람을 피하시길 바란다. 극중 브라이드(우마 서먼)와 오렌 이시의 갱단이 맞붙는 장면은 킹스맨 이전 가장 유혈이 낭자했던 액션씬이라고 봐도 무방할테니.
2005년, 타란티노는 프랭크 밀러와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공동 연출한 <씬 시티>에 객원 연출로 참여한다. <씬 시티>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남자 주인공의 마초적 낭만을 보여준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한 화려한 영상미가 일품이며 그에 수반하는 배우들의 명연기가 주목할 만 하다. 사실 타란티노 감독이 객원 연출인 만큼 대표작이라 하긴 어려우나 타란티노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의 협업이 상당히 주목할만하기 때문에 소개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브루스 윌리스의 에피소드를 가장 감명깊게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늙은 퇴역 경찰과 그가 예전에 지켜준 소녀의 사랑은 어째서인지 <레옹>의 향기가 풍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대사가 워낙 좋았다. 다만 이 역시 유혈이 낭자하기 때문에 피를 못 보는 사람은 피하는게 좋다.
2009년 타란티노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내놓는다. 멜라니 로랑, 브래드 피트, 마이클 패스벤더 등 호화로운 출연진은 그가 할리우드에서 가진 감독으로서의 명성의 파급력을 드러내주는 듯 하다. <킬 빌> 이후 또 다시 복수라는 주제를 들고 왔는데 2차 대전이라는 배경은 복수와 그의 영화의 특성인 낭자하는 유혈이 날뛸 수 있는 최상의 배경이었다. 나치 독일의 잔인함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된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가 대장인 미군 특수부대 '바스터즈'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이 영화는 오프닝씬에서부터 대단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그 긴장감 역시 타란티노의 주특기인 '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독일군 대령(크리스토프 왈츠)와 어느 목장 주인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한 대화일 뿐인데도 엄청난 긴장감이 조성된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타란티노의 전매 특허인 '트렁크 숏'이 굉장히 자주 보이는데 배우들이 카메라를 통해 관객을 내려다보는 이 쇼트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트렁크에 갇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부터 자신의 작품에 이런 쇼트들을 꾸준히 넣어왔는데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는 유난히 자주 보인다. 마치 영화에 자신의 서명을 한 느낌이다.
타란티노 감독의 최근 작품인 <장고:분노의 추적자>는 노예 제도가 존재하던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흑인 노예로 팔려가던 장고(제이미 폭스)는 닥터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자유의 몸으로 그와 함께 여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영화는 웨스턴 장르의 변주라고 볼 수 있는데 웨스턴 장르가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미국 개척자들의 정신과 그를 정당화하는 용도로 쓰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흑인 카우보이와 그를 억압하는 남부 백인사회를 보여줌으로써 웨스턴 장르의 본질적 특성에 역으로 총구를 들이댄다. 제이미 폭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명연을 펼치며 통쾌한 카우보이 액션과 낭자하는 유혈 역시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크게 일조했으니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 중 손에 꼽을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고의 명대사 'D.J.A.H.G.O. D is silent'는 카리스마 넘치는 명대사로서 영화사에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타란티노 감독의 일련의 영화들을 각각 한 문단 정도로 짧게 리뷰해보았다. 이제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헤이트풀 8>이 남아있다. 눈보라 오는 날 산장에 갇힌 8명, 그들 각자의 목적을 두고 벌어지는 액션 스릴러 물이다. 사무엘.L.잭슨이 펄프 픽션, 장고:분노의 추적자에 이어 타란티노 영화에 세 번째 출연하는 배우가 되었다. 이번 작품 역시 통쾌한 액션을 보여줄텐데 눈 위에서 펼쳐질 액션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이 10편만 만들고 감독 은퇴를 하겠다고 했으니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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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속편 나올것처럼 말했지만 없을 듯 하다...
기회가 된다면 주성치 리뷰나 해봤으면 좋겠다
첫댓글 쿠엔틴 타란티노감독은 완성도보다도 영화광이라는게 확느껴지는 매니아틱한 분위기와 특유의 연출방식이 유명한 감독이죠 그래서 차후영화가 더욱기대되기도 하고요
영화광이라 그런지 확실히 대중이 뭘 좋아하는지 알고있는 거 같기도 합니다 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데쓰 프루프랑 재키 브라운은 아직 안 봤습니다 ㅋㅋ
놀란과 더불어 제일 좋아하는 감독...ㄷㄷㄷ 데쓰프루프도 꼭 보세여!
대사빨이 쩌는 감독...
타란티노는 사랑....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