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탈원전 족쇄 벗고도 뛰지 못하는 중소기업
튀르키예 첫 원전에 진출한 中企
대기업과 분쟁으로 존립 흔들
세계시장 도전 발목 잡지 않도록
정부가 빠른 결정 내려야
곽수근 기자
입력 2023.03.14 02:20
업데이트 2023.03.14 07:40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남쪽으로 약 600㎞ 지점에 원자력발전소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올여름 시운전에 들어가는 튀르키예의 첫 원전 ‘아쿠유 원전’이다. 각각 1200메가와트(MW)급 규모의 원전 1~4호기가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가동돼 향후 튀르키예 전력 수요의 약 10%를 맡게 된다. 이 원전에 터빈 냉각장치, 열교환기 등 각종 설비를 공급하는 회사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A다. 이 회사는 지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자 필사적으로 해외 원전에 문을 두드렸다. 튀르키예 원전에 들어가는 800억원 상당의 설비를 납품하게 된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탈원전으로 굉장히 힘들었다”며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가 얼어붙은 당시에 러시아 원전기업 로사톰을 비롯해 해외 기업들을 일일이 찾아가 판로를 열었다”고 했다. 지난해 A사는 매출의 80%를 해외 수출로 올렸다.
탈원전 한파를 버텨온 이 회사는 창사 약 3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시가총액이 수조원에 이르는 국내 대기업과 분쟁이 발단이다. A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화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한 대기업 B사에 급수가열기 44기를 243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2014년에 맺고 이듬해 납품을 끝냈다. 그런데 2021년 B사가 급수가열기 4기에서 균열이 생겼다며 당시 3200만달러(약 350억원)를 A사에 청구했다. 44기 전체 급수가열기 공급액보다 100억원이 많은 액수이고, A사 연간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A사는 “가열기 균열은 현지 발전소의 운전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계약서에 명시된 하자보증기간(납품일로부터 4년)도 지났는데 대기업이 책임을 과도하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B사는 계약 당시 교부·서명한 구매 계약 일반 조건에 잠재적 하자(숨겨진 결함) 조항이 있어 장기간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다툼은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살펴보고 있다. 대기업인 B사가 계약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1850만달러(약 20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중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A사는 “국제 중재 대응에 서툰 중소기업의 약점을 노리고 압박하는 대기업의 횡포”라며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처리하자고 B사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항공·숙박과 법률 자문, 중재 비용 등이 국내보다 많이 드는 국제 중재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정작 A사가 말하는 대기업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정부의 늑장 행정이다. A사는 B사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삼고 국제 중재로 끌고가는 이유가 우리나라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B사의 잠재적 하자 보증 기간이 표준 하도급 계약서에 비해 지나치게 길어 부당 특약이고,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중소기업들도 같은 피해를 당하고도 굴복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B사가 체결한 하도급 계약을 전수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신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정위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사이 A사는 국제 중재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고 있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해 해외 기업과의 신규 계약이 막히고, 투자 유치와 은행 대출 채무 연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A사는 지난달 1만1000여 명의 탄원서를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 탈원전의 족쇄에서 벗어난 기업들이 세계시장을 향해 힘껏 내달릴 수 있도록 관련 정부 부처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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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족오
2023.03.14 06:13:55
한번 든 골병이 그리 쉽게 치유 되겠나, 통치자 잘못 들어세우면 나라 꼴이 어떻게 골병드는지를 아주 잘 말해주고 있는거다, 지독한 문재인 민주당이 작심하고 골병들게 한 후유증이 이제 현실로 나타나는 거에 불과한 거다, 그래도 어찌겠나 혼신을 다해 치유하는 지혜를 짜내는 국정운영을 하는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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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3.14 04:58:14
일자리의 많은 수를 중소기업이 만든다. 중소기업이 신바람 나게 경제 활동에 전념하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기업 번영이 바로 국가 경쟁력이고 국민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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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록홈즈
2023.03.14 06:37:39
조선 독자여러분 문재인/문재인/문제인/OOO/문어벙/곰/개애비/콤팅이: 다 같은 명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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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푸른숲
2023.03.14 09:21:23
당국은 빨리 해결하라. 그리고 대기업은 갑질 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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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판
2023.03.14 09:38:48
이 기사를 쓴 기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대기업의 이런 악질적인 행위를 뿌리뽐아야 우리 산업이 살아납니다. 정책자들은 정말 명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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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 wolf
2023.03.14 07:44:31
문재인의 적폐를 일일이 거론하기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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푀이멘
2023.03.14 08:27:14
대기업 B가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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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
2023.03.14 10:07:12
대가성 없다는 허울 좋은 핑계를 뒤집어쓴 돈을 받아 처먹은 고관들이 중소기업 손을 들어 줄 리 없다. 세상에 청백리는 모두 청산에 숨어 들어가서 백이숙제가 되었는지... 이런 뉴스 불 때마다 대한인으로 부끄럽고 자존감 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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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찬수
2023.03.14 08:06:18
갑질한 대기업 놈이 패소하면 중소업체의 피해를 10배로 보상 해줘야 한다... 인간성이 잉여인간 토착 악플러 종자 그놈들 무리 수준과 ... 50보 100보인게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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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미
2023.03.14 12:04:43
이게 다 문재인 이놈이 되지도 않은 탈원전이니 해서 나라를 망쳐놓은 것 때문이다. 이놈은 이짓을 해 놓고도 양산 아방궁에서 감자심으며 국민을 놀리고 있다. 죽일 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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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킴
2023.03.14 08:18:45
대기업의 횡포는 비단 여기뿐이 아니다. 윤정부는 대기업 횡포 신문고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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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3.03.14 10:41:25
기사만 보고선 자세한 내막을 알수없지만 꿋꿋이 버텨온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횡포로 무너지는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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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Leo
2023.03.14 10:35:15
이나라 정부는 언제까지 탁상행정에 뒷북 행정만 펼칠것인가? 이제는 나름 여러경 험을 쌓았을 터이니 발로뛰는 현장활동에 치중해야 되는것 아닌가? 언제까지 권력을 앞세워 뒷북행정만 펼칠 것인가? 찾아다니며 고충을 신속히 해소 시키고, 국민의 삶을질을 높이도록 노력 을ㅈ경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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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한목사
2023.03.14 09:11:05
급수가열기 균열의 원인은 결국 어디가 책임임? 그걸 말해야 기사가 성립함. 이런 것은 한쪽 말만 듯고 편들면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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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Truth
2023.03.14 12:32:57
저토록 사악한 대기업의 임원들을 수사해 구속하고 크게 홍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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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en55
2023.03.14 11:38:56
B사가 대체 어느 회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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