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엔 부모님 건강을 세심히 챙기며 온 가족이 더 화목하고 풍요로운 명절을 보내도록 하자.
[서울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14)추석, 부모님 건강을 챙기자
일교차 커지면 돌연사 위험 증가
외출 땐 얇은 옷 겹쳐 입도록 권유 새벽운동·과로·과음·흡연 삼가야
팔다리 힘 빠지고 발음 어눌해지면 뇌졸중 전조증상 의심…“응급실로”
청력 떨어지거나 잠꼬대 심해지면 치매·파킨슨병 초기증상 의심을
추석 연휴가 다가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라’는 말이 있을 만큼 추석 명절은 모든 면에서 풍요롭다. 또한 자주 뵙지 못했던 부모님을 뵐 수 있는 때이기도 한다. 계절적으로 환절기인 올 추석엔 가족들, 특히 연세가 높으신 부모님의 건강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자.
밤낮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엔 호흡기와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또 아침저녁으로 찬공기가 호흡기에 자극을 주면서 심혈관 수축 등으로 이어져 돌연사 위험도 증가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일교차가 1℃ 커졌을 때 총사망률이 0.68%, 순환기질환 사망률이 0.3%, 호흡기질환 사망률이 1.07% 각각 증가했다. 평상시 일교차를 5℃로 봤을 때 일교차가 10℃로 높아지면 호흡기질환 사망이 2.6배까지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교차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은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더 컸다. 따라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엔 가급적 새벽운동은 피하도록 하고,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로·과음·흡연을 삼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특히 동맥경화증·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있다면 운동이나 외출 때 얇은 옷을 여러겹 겹쳐 입도록 권한다. 그래야 적절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어 일교차에 따른 돌연사나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올해처럼 기록적인 폭염 이후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엔 뇌졸중 위험이 더 커진다. 폭염으로 인해 인체 내에 수분이 줄어 기존에 있던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은 더욱 커지고, 새로운 혈전이 생성되기도 해서다. 일교차 때문에 혈관 탄력성이 떨어지면 뇌졸중 위험이 커지는데, 일교차가 1℃ 증가하면 뇌졸중 사망자는 2.3%에서 5.4%로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특히 잠자는 동안에는 혈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아침에 일어나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반사적으로 혈관이 수축한다. 심장은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강한 힘으로 혈액을 밀어냄에 따라 혈압이 오른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화장실에서 배변할 때도 과도하게 힘을 주면 혈압이 올라가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복근이 약한 노인이 배에 힘을 더 주면 그만큼 혈압도 더 오르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를 예방하려면 배변이 잘되도록 지나친 소식은 피하고 과일과 채소 등 섬유소를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화장실에 갈 때는 따뜻한 옷을 입어 체온을 유지토록 한다. 실제로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의 10~20%는 뇌졸중 발병 전 혈전이 일시적으로 뇌혈관을 막아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진다. 또 물체가 두개로 보이거나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 어지러우면서 한쪽이나 양쪽으로 자꾸 넘어지는 등 뇌졸중 전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짧게 나타나는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뇌졸중으로 악화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부모님이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꼭 응급실로 모시고 가야 한다.
환절기에는 근골격질환도 악화할 수 있다. 어머님들은 명절 음식장만 등으로 신체활동이 늘어나면서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나 퇴행성 어깨통증이 악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연세가 높을수록 일을 한꺼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며칠에 걸쳐 나눠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밖에 청력과 후각이 떨어지거나 잠꼬대가 심해지는 경우엔 신경퇴행성 질환, 즉 치매나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특별히 호소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다. 또 파킨슨병 초기에는 잘 넘어지기 때문에 이런 점들은 자식들이 세심히 여쭤보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박민선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비만, 노화, 암 경험자 건강관리 등의 연구와 진료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