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불상과의 첫 만남은 반세기도 훌쩍 넘는 아주 오래 전 초등학생시절 경주수학여행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적답사 마지막날 이른 아침 찾아간 석굴암배관과 그 감동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 준 첫 나침반이었던 듯하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눈부신 가을 햇살아래 광주리 장사 아낙네들의 머리위에서 루비같이 반짝이던 석류 열매들 그리고 서늘하게 손끝에 와 닿았던 석굴암 보살상의 천의 자락이 새록새록 기억속에 되살아 난다. 그날 아침 잠이 덜깬 눈에 레슬링 선수 같이 보이던 인왕을 지나 들어선 석굴암 내실은 갑자기 딴세상이었다.
높다란 둥근 천장 아래 큰 부처님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계시고 그 뒤로는 둥글게 돌아가는 높은 벽에 큰 키의 사람들 모습이 가득 한데 내 눈에는 마치 동화책속 신비의 신전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그중 선녀처럼 보이는 한 석상이나를 불렀다. 치켜든 손에는 작은 잔을 들고 머리에는 꽃으로 꾸민 화관을 쓰고 긴 구슬장식을 온몸에 늘어뜨린 채 선녀들이 입고 하늘을 나는 다는 비단옷을 두른 그 모습은 11살 소년에게 그저 황홀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 여관 앞 기념품가게에서 친구들은 별의별 장난감들을 고를 때 나는 아침에 본 석상을 내 팔꿈치 길이로 줄여 만든 푸른색 석고상을 사서 다음날 행여나 부서질까 내내 가슴에 안고 서울로 돌아왔다. 아마도 이때 석굴암의 보살상들이 아름다움을 찾는 심미안의 씨앗을 내 마음속에 처음 심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린 시절 문수보살의 인도로 걸음마를 시작한 탐미의 모험은 은사이신 가헌 최완수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서 그 방향을 잡게 되었다. 학부 2학년 시절부터 시작해 간송미술관 미술부 연구원으로 일하던 10여년 동안 은사님으로부터 미술사공부의 큰 가르침을 받았다.
은사님의 저서인 '한국불교미술의 원류를 찾아서'중국과 인도편은 파리의 소르본느대학 유학시절 유럽 각처의 동양미술관에 소장 되어있는 중국과 인도의 아름다운 불상들을 직접 보고 공부할 수 있었던 교과서였다. 북조시대와 수당대의 아름다운 불상조각들을 유럽과 미주대륙에 있는 유수의 박물관에서 접하면서 이런 일급의 예술작품들이 우리나라에도 이웃나라 일본처럼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고 이 바램은 내 스스로 조각품들을 수집해야 되겠다는 소원을 세우게 하였다.
미국에 자리를 잡고 여러 대학에서 동양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로 지낸 30여년 미주대륙에서 능력과 기회가 닿는 대로 중국초기 불교조각품들을 수집하게 되었고 이 소식은 바다 건너 고국의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전해져 수차례의 방문조사후 미국 조지아주의 사바나시에 보관하고 있던 불상조각들은 마침내 2017년 한국땅에 발을 딛는 대역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금년에는 송광사 서울분원인 광화문 법련사의 불일미술관에서 일반대중을 만나는 큰 전시를 열게 되었다. 40년전 송광사 8차중창불사 때에 새로 조성하는 불상제작의 감수를 맡으셨던 가헌 최완수 선생님의 지시로 대웅전 중앙 본존불도안을 했던 인연이 있고 8차중창불사의 대역사를 총 관장하셨던 당시 송광사 주지현호스님께서 지금 법련사의 회주시라는 인연도 또한 있어 생각해 보면 부처님의 인연법은 바다처럼 우주처럼 넓고 오묘하기가 그지없기만 하다.
석불헌 김기홍교수
🧶강의일시: 6.4일( 화) 오후 6시
6.6일( 목) 오후 2시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