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기에 일단의 애국자들이나, 징병과 징용을 피해 산으로 들어갔던 젊은이들이, 일제에 대항하기 위해 빨치산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
1945년에 학수고대하던 해방은 되었지만,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 미군과 소련군이 주둔하면서, 공산주의를 지향하던 좌익 계열의 인사들은 계속 지리산 자락에 머물며 세력을 규합하여 반정부 유격대 활동을 계속했다.
“몰라. 빨치산 때문에 그런지, 올해는 제주도에 돈 벌러 갈지도 모른다더라. 왜놈들이 경영하던 미깡 농장을 싸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번 제사에는 올런가 모르겠다.”
“뭐? 제주도에 돈 벌러 간다고?”
준수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그리 놀라노? 제주도에 뭔일 있나?”
더 놀란 덕배가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지난 4월에 불순한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대. 그래서 국방경비대가 투입됐는데, 아직 진압이 덜 된 모양이야.”
“경찰이 아니고 군인들이 출동할 정도면, 뭔지 몰라도 엄청나게 큰 반란이 일어났던가 보네?”
“그랬단다. 지서를 습격해서 불태우고 순경들도 많이 죽었다고 하더라.”
“제주도는 외딴섬인데, 무슨 반란이 일어난 거야? 혹시 귀국 못 하고 숨어있던 왜놈들이 들고있어났나?”
“왜놈들이야 큰 연락선 타고 오래전에 일본으로 들어갔지. 하하.”
“그러면 누가 왜 반란을 일으켰다는 거야?”
“소문으로는 제주도 남로당이 무장 투쟁을 한 거래.”
“남로당이면, 좌익이잖아? 북쪽 공산주의 찬양 세력인데, 그것들이 제주도에서 왜?”
“그냥 무단히 일어난 건 아니고, 작년 3월 1일에 큰 사건이 있었단다.”
“작년 3월 1일이면, 삼일절인데 무슨 큰 사건이 일어나?”
“삼일절 기념식 마치고 가두시위를 하는데, 기마 경관의 말발굽에 어린아이가 치었대.”
“아이고, 저런! 그래서?”
“경관이 아이를 그대로 두고 가버려서, 군중들이 기마 경관에게 돌을 던지고 경찰서까지 쫓아갔단다.”
“그럴만하네. 못된 경관이고만!”
“그런데, 경찰서를 습격하는 줄 오인하고 경찰이 발포를 했단다. 주민이 여섯 명이나 죽고 부상자도 많았대.”
“저런! 저걸 어째? 멍청한 경찰들 같으니라고! 난리가 날만 하네.”
그 발포사건 이후 남로당 제주도당은 3월 10일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미군정은 총파업에 강력히 대응했고, 전남, 전북의 응원 경찰과 서청 단원을 제주도에 파견해 주모자 검거 작전을 전개했다.
한 달 만에 500여 명이 체포되고, 1년 동안 2,500명이 구금됐다.
올해, 1948년 3월에는 검거된 청년 세 명이 일선 지서에서 고문과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민심이 들끓었다.
그러자 수세에 몰렸던 남로당 제주도당 신진 세력들이 4월 3일에 계획적인 무장봉기를 일으킨 것이다.
“제주도가 그 모양인데, 외지에서 들어간 니네 삼촌이 괜히 오해받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준수가 염려스러운 눈으로 덕배를 바라봤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오늘 부친에게서 들은 놀라웠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준수야. 네 친구 덕배 만날 때 신경 써서 말을 조심하거라.”
“예? 덕배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가 유심히 살펴봤는데, 덕배 삼촌이 아무래도 좌익에 물든 것 같다.
( 삼일 이재영의 집필 중인 중편 소설 ‘섶과 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