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윤숙은 '논개'라는 서사시집(광명출판사 1974)을 내었다.
시가 정작 어떤 내용일까보다도 모윤숙의 시집 '논개' 표지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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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이 그림의 주인공은 촉석루라고 하기 쉽다. 그럴려면 좀 더 먼거리에서 찍어야 좋다.
전통적으로 촉석루를 담는 앵글은 보통 두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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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너 남쪽에서 남강을 앞둔 촉석루의 전경이 하나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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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표지의 경우와 똑같기는 하지만, 이렇게 좀 더 멀찌감치 원경으로 찍는다.
절벽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모윤숙의 시집 표지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바짝 가까이 다가와 있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인데 내 짐작은 이 그림의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일거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주인공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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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주인공은 파란색 원 속의 작은 바위가 아닐까.
그러니까 의암(義岩)이라는 이름의 바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일거다.
기암절벽은 커녕 도드라지도 않은 작달만한 바위.
그러나 바위의 기(氣)는 그 높이나 그 크기에 있지 않다.
촉석루에서 벌였을 사대부들의 고담준론을 무색하게 하고,
그 촉석루와 진주성 싸움을 이끌고 가는 '머릿돌'처럼 보이게 그려져 있다.
뭐랄까 공맹의 이치가 입에 벤 자칭 사내대장부들 대신 ,
역사를 이끌고 가는 여성의 '운명의 힘'과 의기(義氣)가 일점으로 응축된 듯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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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구도가 좋다.
누가 이 표지를 그렸을까.....
그나저나 누가 한 기녀(?)를 전쟁의 영웅으로 둔갑시켰을까?
그 뛰어난 스토리텔링 작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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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윤숙이 논개에 관한 시를 쓰게 된 건,
개천예술제 등을 통해 경남지역에 문향과 예향을 드높인 설창수 선생과의 인연도 있었을 것이다.
개천 예술제와 진주에 관한 노천명의 글이 있듯이, 모윤숙의 관련 글도 있을 것이다.
어디서 읽을 수 있으려나...
*사진출처: 시인 이승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