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와 만난 것은 휴양림에 놀러가는 어느날 아침이었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갔는 데
어떤 여자가 서 있다가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해서 나도 거기에 서 있는 친구들도
' 뭐야? '
라고 생각할 때, 한 친구가
" 나와 같이 왔어. "
라고 말해서 우리는 모두 ' 이 친구의 애인이구나. ' 정도로 생각하고
좀 재미 있는 상상을 했다.
그 여자는 어색한 분위기를 약간 비껴주듯이 자리를 피해주었고
우리는 친구에게 추궁하듯이 물었다.
" 네 애인이냐? "
" 아니야 "
" 그러면 저 여자는 뭐야 ? "
" 너희들이 차차 알아봐라. 나는 단지 어떤 모임에서 안면을 튼 사람이야.
내가 오늘 친구들과 놀러간다니까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
참 어이 없는 여자다.
희안한 일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같이 차를 타고 휴양림으로 떠났다.
가는동안 이 여자는 스스럼 없이 이야기 하고 웃고
농담도 하고 또 말을 잘 받아넘겨서 차라리 우리끼리 가는 것보다
훨씬 분위기가 좋았다.
저녁에 술 자리는 약간의 흥분과 고조된 분위기로 전혀 예상치 않는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주도권은 거의 그 여자의 입에 있었다.
대작하는 솜씨도 충분히 좋았고
같이 있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 제가 여자라서 좀 놀랐지요 ?
여자라고 집에 박혀 정숙한 체 해도 누가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위로해줄 사람은 없어요. 사람끼리 어울리고 그 사람의 사정을 알 때만
이해와 위로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나서서 나를 위로하며 살기로 했어요.
지금 이 나이에 남녀 간에 책임질 일이 뭐 있겠어요 ? (저는 구닥다리 생각은 일찍 버렸어요. )
막 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여자로 생각지 말고 한 인간으로 옆에 산다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서로 대합시다.
서로 말동무나 하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고 하며 사는 것이 좋지 않아요 ? "
그리고 잘 때는 그 여자가 교통정리를 해서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 해를 같이 여행하며 지냈다.
친구인지 아닌지, 그저 정답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친하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웃하며 서로의 사정을 알고 서로 돕고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남녀를 막론하고 그렇게 산다면 모두 친구가 아닐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일 것이다.
첫댓글 친구란 단순히 친하다는 사실을 초월하는 것이다.
영혼이 서로 맞닿아 위로가 가능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