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엘 들러보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겨내야 했던가 싶습니다. 이 집에 대한 이야기는 언뜻 들려오는데 거리가 꽤 있는 한림이라 쉽게 갈 수는 없고, 주말에 드라이브 겸 가보면 휴가차 문을 닫거나 임시휴업 쪽지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또는 일행들이 원하는 메뉴가 달라 아쉽지만 이 집을 지나쳐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기다린 끝에 다시금 마음을 먹고 가보려니 갑작스런 일이 터져 계획은 다시 틀어집니다. 일을 마무리하고 난 주말, 늦었지만 가보기로 마음먹었으니 일단 출발합니다. 그리고는 결국 들어갔습니다.
그런 각고의 인내와 노력끝에 맛본, 이 집의 명물이라는 해물뚝배기는 어떤 맛일까요? 기대를 충족시켜줄 지 한번 봅시다.
한적한 한림읍내에 언뜻보면 여느 집이나 다름없는 간판의 집입니다. 조금 늦어 식사시간이 아니다보니 내부는 한적합니다. 기대를 걸고 걸었던 해물뚝배기는 어떤 맛일까 하는 기대감에 저는 해물뚝배기를, 아내는 간장게장 정식을 주문합니다. 반찬은 딱히 눈에 뜨이는 건 없어도 정갈하게 나옵니다. 간장게장이 먼저 나오는군요. 간장에 절여진 게의 선도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게도 삼점게는 아닙니다. 신선한 꽃게가 가지는 맛에 대한 보증은 두말할 건 없겠죠. 게딱지에 밥을 비비는 코스프레는 결코 빠뜨려서는 안되는 겁니다. 간장게장을 좋아하시는 아내는 이렇게 비벼놓고는 카메라로 찍게끔 기다립니다.
간장게장은 선도에 있어 매우 만족스럽지만, 간장양념이 아쉽습니다. 사이다느낌이 너무 강하달까요? 감칠맛보다는 약간 쏘는 느낌의 단맛이 너무 아쉬움을 남깁니다. 기대를 걸었던 해물뚝배기도 나왔습니다. 푸짐하면서도 이런저런 내용물들이 가득찬 모습입니다. 국물을 맛봅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가 봅니다. 생각같이 입을 확 당기는 감칠맛이나 그런 건 아닙니다. 가벼우면서도 담백깔끔한 해물탕 그 자체입니다. 약간의 실망감을 느끼며 그릇을 비웁니다. 내용물로 보아서는 무척 푸짐하고 충실합니다. 전복이 껍데기에 비해 꽉차지는 않지만 세 개나 들어있고 딱새우도 크기가 무척 튼실합니다. 성게알에 살이 찬 게 등등..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약간의 실망감이라 했지만 사실 진가는 먹고 난 후에 느꼈습니다. 깔끔담백함이 먹고 난 후의 뒷맛까지 이어지는 느낌..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해서 텁텁한 뒷맛이 아니라 해물의 신선함을 충분히 느낀 다음에 이어지는, 뭔가 깔끔하게 비워냈다는 여운이 오래가더군요. 여느 다른 맛집과도 구별되는 존중하고 싶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늦은 점심을 먹을 때, 다른 테이블에서 먹던 해물탕이 궁금해졌습니다. 다음번엔 지인들 몇몇을 모아 해물탕을 맛보러 가보아야 겠습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