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의눈 과몰입자가 마셔본 솔의눈 대용량 리뷰
솔의눈? 아~ 그거 아저씨들 마시는 음료 아냐?
5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20대 초반이었던 내게 솔의눈은 디자인부터 올드하게 생겼으며, 노래방에서 공짜로 줘도 입에 대지 않는 음료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연히 마셔본 솔의눈의 맛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 송충이 같은 음료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여름날, 마치 교통사고처럼 내 마음을 바꾼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달리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나는 엄청난 멀미로 메스꺼운 속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친구가 음료를 사 왔다며 건네줬고, 마시자마자 나는 마치 얼음으로 된 헬멧을 쓴 것마냥 극강의 시원함에 사로잡하면서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다. 알고 보니 그게 ‘솔의눈’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솔의눈’의 극호파로 완전히 돌아섰다. 일을 하다가 머리가 아프면 두통약 대신, 편의점 문을 열고 외친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빛의눈은 갑갑한 도심 속의 오아시스요, 삼림욕이자,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힐링 포션이라고.
솔의눈을 둘러싼 독한 호불호 전쟁
솔의눈은 소위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음료로 유명하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음료가 불호일 수 있는 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알려져 있다. 주변을 보면 솔의눈을 좋아한다고 밝혔다가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아이돌부터, 소개팅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둥 도시괴담(?)이 내려져 온다.
먼저 반대파의 의견을 들어보자. 이들은 주로 맛과 향에 있어서 거부감을 말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소독약 같다거나, 송염치약을 마시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높은 확률로 반민초단이 이 유형에 속한다. 화한 향의 느낌을 삼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한편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치도록 좋아한다. 특유의 솔향은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시원하고 상쾌하며,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회사 일에 지친 K-직장인이나, 찝찝한 공기가 가득한 도심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솔의눈을 찾는다. 이들은 아예 박스채로 솔의눈을 사서 집에 쟁여두고 마신다는 광기, 아니 찐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이 힐링음료를 대하는 방식이니까.
그런데 솔의눈 대용량이 나왔다고?
완벽한 솔의눈에게 단 한 가지 오점이 있다면, 그것은 용량이었다. 240ml. 이것은 마치 비빔면 같은 용량이랄까? 두 캔을 사기엔 번거롭고, 하나만 마시기엔 늘 모자랐다. 몇 번 마시면 없어져서 나는 애꿎은 캔 바닥만 두들겨야 했다. 이것이 늘 불편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다. 솔의눈을 2배 벌크업 시킨 대용량 버전이 나왔으니까. 바로 500ml 버전이다.
더 커진 솔의눈은 투명한 페트병에 담겼다. 투명해진 덕분에 맑은 진초록색의 컬러가 더욱 잘 보인다. 안과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눈 나쁜 사람은 초록색을 많이 보고 살아야 한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초록색이 솔의눈 맞는거죠? (아니다)
먼저 향을 맡아보았다. 울창한 숲속 가운데 서 있는 것처럼 시원한 숲의 향기가 느껴진다. 마치 요즘 유행하는 편백 스프레이를 주변에 뿌린 것 같달까? 코가 뻥 뚫릴 만큼 시원한 향기에, 답답한 마음이 잠시나마 해소되는 듯하다.
솔직히 하루 종일 킁킁대고 싶은 심정이다. 담당자가 보고 있다면 다음에는 솔의눈 디퓨저를 내줬으면 좋겠다.
마셔보니 상쾌하고 화한 맛이 느껴진다. 민트 잎을 입안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다가 사이다를 부은 것처럼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든다. 이 맛을 깨우치면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라는 솔의눈의 카피가 얼마나 절묘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정말로 두피 끝까지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중독성을 부르는 맛이다. 마무리는 레몬향기로 깔끔하고 산뜻하게 딱 잡아주며 끝난다.
그냥 솔의눈을 마셔도 충분히 맛있지만, 더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어른이용 버전이 있다. 나는 ‘솔토닉’이라 부르는 레시피다. 이것은 솔의눈과 토닉워터, 소주를 섞어서 마시는 버전이다. 이렇게 마시면 마치 고급스러운 ‘진토닉’을 마시는 것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오리지널 버전에는 ‘진’이라는 술이 들어가는데, 진에서 나는 허브향과 은은한 특유의 솔향을 솔의눈으로도 비슷하게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토닉의 맛을 보니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준다. 이거 완전… 피크닉이나 페스티벌에 놀러 가서 마시면 딱 좋겠는데?
솔의눈이 내 취향이 맞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
남들이 모두 아니라고 말할 때 홀로 YES!를 외치는 것은 외로운 길이다. 의견에 동조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움츠러들기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모여서 크게 목소리를 외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려 대용량 솔의눈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좋아. 이제 남은 것은 1.5L 솔의눈, 정수기통 솔의눈을 기대하면 되겠지?
원문: 마시즘
첫댓글 솔의눈처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음료가 없는데, 저는 "호"에 속합니다.
이유는 필자의 상단 글과 같은 이유때문이었는데 정말이지 내가 느꼈던 첫 느낌과 동일하네요~
이분은 거의 대부분 저의 입맛과 다른데 말이죠~~
게다가 하단에 맛있게 만들어먹는 방법도 있어서 좋네요~
하이볼같은 맛도 날거 같고요...
저는 소주보단 약주를 섞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좋은 정보를 습득하게 됩니다.
저도 호 합니다. 솔의눈, 실론티 매출이 하이볼 때문에 엄청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전 진로 토닉워터를 주로 이용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