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승강기 교체비용 충분한가
노후된 엘리베이터로 주민불안 증대
<사진제공> 이진수 명예기자
지난달 27일 해운대 모 아파트에서 노후 승강기(엘리베이터) 교체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후 승강기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해운대 신시가지는 대부분 지어진 지 20년 이상 지났지만 노후 승강기 교체가 지체되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해운대신시가지아파트연합회에 따르면 해운대신도시 내 아파트 40곳에 설치된 승강기는 모두 697대에 달한다. 대부분 지어진 지 20년 이상 지났지만, 이중 노후 승강기가 교체된 아파트는 엘지아파트 1곳(39대) 뿐이다. 1~2년 사이 교체가 확정된 아파트 단지도 4곳(73대)에 불과하다.
● 내년부터 승강기 안전검사기준 강화돼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승강기의 전면교체 주기는 기본 15년이지만, 15년이 지난 승강기는 3년마다 정밀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계속 쓸 수 있다. 지난 2017년 1월 28일자로 시행된 승강기 안전검사 기준이 3년 유예를 거쳐 2020년 1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새 기준은 15년이 지난 승강기는 한차례 정밀 안전검사를 받고, 이때 지적받은 사항은 3년 뒤인 내년 1월 말 두 번째 검사에서 반드시 시정토록 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한 승강기는 운행이 중지된다. 더구나 안전평가 항목이 대폭 늘고, 대상 부품을 구하지 못한 노후 기종은 교체를 원칙으로 하는 등 까다로운 규정 탓에 상당수 노후 승강기들이 내년 1월부터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승강기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세한엘리베이터(대표 심영제)에 따르면 보통 승강기 수명을 20~25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해당 업체에서 관리하는 승강기 중 제일 노후화된 것은 28년 된 것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 승강기 교체를 준비하는 아파트 단지가 소수에 불과한 가장 큰 이유는 교체 비용 때문이다. 노후 승강기 한 대당 4,000~6,000만 원의 교체 비용이 소요되는데, 5개 동 10대만 교체해도 5억 원 내외의 큰 금액이 필요한 셈이다.
● 장기수선충당금을 늘리는 방법에 지혜를 모아야
이에 비해 신시가지 각 아파트 단지에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으로 노후 승강기를 교체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곳이 많다. 모 아파트 관리소장에 따르면 “현재 관리비를 통해 거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적어도 3배 이상 늘려야 전면 교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설사 교체 비용이 적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장충금으로 나날이 노후화되어 가는 아파트의 아스팔트 포장과 내외부 도장, 배관 수리 등에 많은 돈이 지출되기에 주민들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법 개정에서 개문출발방지장치, 비상통화장치, 이동케이블 등 안전인증이 필요한 승강기 부품이 7종이나 늘어났는데, 그 교체비용만 해도 대당 2500만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승강기 점검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승강기 점검 비용을 최저입찰가로 결정하다보니 신시가지 모 아파트에서는 대당 관리비용이 16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도 단돈 9,900원에 낙찰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국 승강기 교체를 위해서는 예산 확보, 즉 장기수선충당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K-apt에 따르면 해운대신시가지 43개 단지의 주민들이 매월 내는 장충금은 평균 ㎡당 144원인데, 가장 많이 내는 곳이 249원이고 최저가 43원으로 최고액과 최저액이 약 6배 정도 차이가 났다. 장충금을 올릴 경우 입주민들의 부담이 늘다 보니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장충금이 지나치게 적게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 제때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해운대 신도시 각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지금부터라도 승강기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소요 예산을 추정하여 주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운대구청에서도 해운대 전 지역의 노후 승강기 안전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 면밀한 관리 감독을 하여야 할 것이다.
2년 전 교체공사를 한 엘지아파트 엘리베이터
우동 엘리베이터 추락사고 <사진제공 : 소방안전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