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의 114주기이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되어 이듬해 3월 26일 뤼순의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광복 80주년을 앞둔 오늘까지 안 의사의 유해는 이국의 땅 한 켠에 아직도 잠들어 있다. 그리고 2024년 114년이 흘렀다.
왜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도 의사의 유해를 이국 땅에 방치시켜 놓았을까? 조국이 광복되면 고국에 묻어달라는 그의 유언은 고사하고 조국을 위해 젊은 나이 32세에 목숨 바친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이렇게 방치하여도 되는 것일까?
우리 아버님은 한국전쟁 참전 상이용사이다. 각 나라마다 보훈유공자 대우는 잘 알려져있다. 미군은 남태평양에서 전사한 장병의 유해를 발굴해 조국의 국립묘지에 안장한다. 2004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팔로군 출신의 한국전쟁 참가자는 "조국(중국)은 우리 참 전자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해주었다."고 자랑했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데 우리가 받는 보훈유공자 혜택은 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부끄럽지도 않기에 떳떳이 얘기했다. "한국에서는 급수에 따라 매달 백여 만 원 이상의 보훈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조국을 수호한 유공자들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건 후손된 당연한 도리이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조국과 민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였고 피지배민족으로서 해외로 끌려가 죽음을 당하였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아픔을 겪지 않게끔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가며 투쟁하였던 자랑스러운 선조들이다.
안중근 의사는 한국의 호국영웅 중에서 손꼽히는 분이다. 그러함에도 의사의 유해는 국내에 모셔지지 못했고 효창원의 가묘만이 쓸쓸이 자리하고 있다. 더 이상 안 의사의 유해를 타국 땅에 방치하여서는 안될 일이다.
2010년, 내가 EBS PD 시절 만든 다큐멘터리 <안중근 순국 백년, 안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에서는 한국방송 사상 최초로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찾아내 소개했다. 당시 PD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이달의 PD상'도 받았다. 진정성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라는 심사평을 들었는데 그동안 수집한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각종 자료들과 증언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토대로 만든 역작이었다.
방송 후 주무부처인 한국보훈처에 유해 매장 추정지에 대한 제보를 하였다. 그러나 담당자에게 핀잔에 가까운 얘기만 들었다. 보다 구체적인 위치를 제시하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동경, 위도를 제시해달라는 주문 같다. 순국 100년이 되도록 유해를 못찾으니까 나오는 얘기인데, 당시 의사의 사형을 관할했던 관동도독부가 본국에 보고한 최종 문건이 남아있다. "안중근 금일 사형, 여순에 매장." 더 이상의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까지 본 이가 없다. 없을 확률이 높은 자료를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답이 궁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요즘은 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조사로 굳이 땅을 파보지 않더리도 땅속의 물체인 유해의 존재 유무를 밝혀낼 수 있다. 큰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제 담당자들이 무어라 답변할지 궁금하다.
안 의사의 유해 환국은 온 국민의 염원이고 시대정신이다. 그런데 왜 우리 정부는 이렇게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일까? 광복 이후 거친 공화국만 벌써 6개이다. 모두 저마다의 구호를 외치고 공적을 자화자찬하는데 정작 중요한 이 일을 외면했었다. 공무원들의 핑계는 다양하다. "정확한 유해 매장지를 몰라서", "중국과의 외교가 어려워서", “일본이 자료를 내주지 않아서” 등등이다.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대선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이 '안중근뼈대찾기사업회' 회장인 내게 보좌관들을 보내 열심히 경청하던 모습들이다. 심지어 나는 양장본 책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라!』와 『돌아오지 못하는 안중근』을 출판해 청와대에 전달했었다. 그래도 마이동풍인 그들이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안 의사의 직계후손을 청와대로 초청해 유해발굴의 일정을 밝힌 바 있다. 시간이 지나고 모두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자, 언제까지 안 의사의 유해발굴을 외면할 것인가? 나는 두 분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이다.
안태근(안중근의사뼈대찾기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