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8일 달날
날씨: 난방을 꺼두고 자니 제법 쌀쌀하다. 아- 그냥 틀어두고 잘걸. 빨래도 널어놨으니 그냥 빨래도 말릴 겸 틀어둬도 되는 건데. 옷을 입고 나오니 제법 쌀쌀하다. 그래도 털 옷은 아닌가...싶다.
겪은 일: 일어나기-해외축구 기사보기- 페이스북에서 버마 (미얀마) 소식 보기- 씻기- 출근하기- 커피 사기- 5분수학 내기- 선율이와 수다 떨기- 모두 아침열기- 아침공부 뒷받침하고 점심 채비하기- 점심 먹기- 청소- 관문체육공원 몸놀이 다녀오기- 마침회- 긴 교사 회의- 교사 이끄미 회의
제목: 뜨끔 [눈에선 하트가 떨어지고, 목소리는 비단결 같고 보이는 모습은 우스운 선생이 되자!!인데....]
쇠날, 흙날에 이런저런 약속으로 조금 달렸다. 동료와 술자리, 오랜만에 만나는 동무들과 술자리로 어제는 줄곧 잠만 자고 속을 풀어줄 음식만 줄곧 찾았더랬다. 그래도 하루 푹 쉬어서 그런지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뜬다. 전화기를 들어 해외축구 기사를 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팀이 같은 지역 경쟁자와 경기가 있는 새벽이었다. (해외축구에선 ‘ㅇㅇㅇㅇ 더비’라고 부른다) 한 곳은 졌고, 한 곳은 비겼다. 아- 두 곳 다 이길 줄 알았는데. 까무룩한채로 이를 닦는다. 오늘은 달날이다. 달날 출근길은 다른 때보다 5분 10분정도 더 늦는다. 왜그럴까. 지방으로 출장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서야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것인데 달날은 더 밀린다. 어제 널어둔 빨래는 마르지 않아서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다 본디 나오던 시간보다 조금 늦었다. 그래도 마주치는 것들은 비슷하다. 어디로 갈 채비를 하는지 예열하고 있는 산타페, 정류장에 가니 나와 같은 곳에서 내리는 두 사람이 나와 같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는 눈인사라도 한 번 해야지 싶다가도 너무 오지랖인가 싶어 늘 그만둔다. 달날이라 그런가, 7시 55분 쯤 학교에 닿았다. 학교에 닿았더니 학교엔 이미 노학섭 선생님과 선율이가 와있다. 요즘 선율이는 먼 곳으로 일하러 가시는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일찍 닿는다. 본디는 내가 조금 더 일찍 오는데 오늘은 선율이가 일찍 왔다. 쇠날에 5분 수학과 하루 흐름을 안 적어두고 퇴근을 해서 서둘러 모둠 방으로 올라와 하루 흐름과 5분 수학을 적어둔다. 요즘 누리샘은 세로셈을 익히고 있는데 선율이는 그 가운데서도 익히는 속도가 빠른 어린이다. 별 도움말이 필요 없어서 선율이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떤다. 5분수학을 내고 있는데 성경을 받아 적는 책을 가져와서 적고 있는 선율이를 보고 내가 선율이 나이에 영성체 받았던 이야기를 나눴다. 내 세례명, 과천 성당에 다녔던 이야기, 가족 이야기 따위를 나누며 있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가서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아침열기도 늦었다.
아침열기를 하러 내려가고 있는데 인준이가 나를 보고 “한쌤 점심시간에 송하윤한테 약 먹으라고 해요.” “응? 약? 무슨 약?” “걔 손가락 다쳐서 약 먹어야 돼요.” “응? 알았어.” 선생님들 아침열기를 하고 하윤이를 부르니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붕대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고 물어보니 어제 자전거를 타다가 손톱을 다쳤던 모양이다. 다섯 번 주사를 맞고 꿰맸다고 하니 작게 다친 것은 아닐 거라. 손으로 하는 것들을 잘 못한다고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현준이가 “그럼 설거지는 내가 해줄게.” 그 옆에있던 정우는 “아 어제 진짜 놀랬어”하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도 하윤이보고 “쏭 (내가 하윤이를 부르는 애칭) 좋겠다. 이렇게 걱정해주고 설거지 해준다는 동무들이 있으니 말이야. 나도 설거지 해줄게”라고 하고 하윤이를 돌려보냈다. 날이 따뜻해지니까 어린이들 엉덩이는 더 가벼워질 거고, 밖에서 노는 때가 더 많을테니 다치는 일도 많을 거라. 모두 아침열기 때 안전하게 놀라는 말을 꼭 해야겠다 다짐하고 하루생활글을 챙겨 모두 아침열기를 하러 1층 마루로 내려간다. 전정일 선생님의 장구 가락에 맞춰 액맥이 타령을 부른다. 선생은 하루생활글을 들고 팔을 씰룩 거리며 춤을 춘다. 지음이는 그런 나를 보고 미간을 찡그린다. 민주와 윤슬이, 영아는 그런 나를 이젠 포기했나보다. 1학년이 학교에 왔으니 우습게도 보이고 싶고 재미나게 노래를 익히고 싶어 춤도 추고 우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많이 우스워 보이나보다. 미간을 찡그리는 걸 보면. 마음속으론 ‘너네 1학년 땐 내가 더했어.’라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눈에선 하트가, 목소리에선 비단결이 나오는 우스운 선생이 되자! 지지난해까지는 애들이 너도나도 업히고 때리고 (나는 맞고) 눕히고 놀이기구도 태워줬는데 지난해부턴 그렇지 못했다. 코로나로 개학이 늦춰지기도 했고 별것도 아닌 곤조 따위가 있었던 것 같다. 학생[어린이, 청소년]들이 격없이 선생을 찾아오는 것은 선생에겐 큰 기쁨인데 말이다. 그래서 올해는 눈에선 하트가, 목소리는 비단결 같고, 우스운 선생이 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다. 어린이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겠지만....그래서 일부러 어린이들에게 “야 나 좀 우습지 않냐? 목소리에서 꿀이 떨어지지 않냐?” 어린이들의 반응은 반반이다. 그런 것 같다고 하는 어린이들, 관심이 없는 어린이들. 흠.... 더 애를 써야지. 2월부터 부단히 애썼다고 했는데 그만 오늘 한 번 틀어지고 말았다.
모두 몸놀이를 하고 돌아오던 때다. 오늘은 관문체육공원으로 모두 몸놀이를 갔다. 줄곧 약수터, 용마골(더러 안 간 모둠도 있지만)을 갔던 터라 큰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바랬을 거라. 물론 나도 바랬다. 4, 5학년은 1학년, 2학년 동생들과 짝손을 하고 운동장으로 향한다. 난 맨 앞에 선다. 맨 앞에 서는 사람은 전체의 속도를 조절하고 찻길, 건널목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몫이다.(그런 몫이 있다고 스스로 여길 뿐이다.) 눈은 앞, 뒤, 옆을 줄곧 향해야 한다. 혹여나 찻길로 뛰쳐 나갈까, 장난치다 넘어지거나 다치진 않을까. 1학년들은 처음 형들과 관문체육공원을 가는 터라 많이 들떴을거라. “한쌤 ㅇㅇ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요.” “한쌤 ㅇㅇㅇ이 힘에 너무 세요” “한쌤 ㅇㅇㅇ이랑 같이 가기 싫어요!”라며 불평을 하지만 형님들 덕에 안전하게 관문체육공원에 닿았다. 오늘은 박나희 선생님이 채비해주셨다. 아주 넓은 곳이기도 하고 들떠있는터라 줄곧 큰 목소리로 말씀하셔서 그런지 목이 조금씩 갈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둘레 선생님들이 더 바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우리는 그렇다. 우리는 저마다 이끌고있는 모둠이 있는 모둠 선생들이지만 모든 어린이들의 선생이기도 하다. 어떤 선생님이 애쓰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모둠을 넘나들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우린 모든 어린이들의 선생이기도 한 까닭이다. 함께 하는 몸놀이가 끝난 뒤에는 저마다 하고 싶은 몸놀이를 한다. 긴줄넘기를 하는 어린이, 농구하는 어린이, 피구공으로 축구하는 어린이, 뛰어 놀고 잔디밭에 앉아 수다 떠는 어린이. 몸놀이 시간이지만 저마다 보내는 시간은 다르다. 한울이가 12월부터 농구를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줄곧 함께 못하다가 오늘은 농구공을 챙겨왔길래 함께 농구를 했다. 공을 쥐는 모습이 예사 모습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즐겨하던 ‘투바운드’를 알려주고 한울이와 함께 농구를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재밌어 보였는지 세화도 함께 하고 1학년 도현이, 준희도 궁금한지 기웃거린다. 준희는 몇 차례 공도 던져본다.
오랜만에 하는 농구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더니 떠나야하는 시간보다 조금 늦어졌다. 동네가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맑은샘~ 학교로 돌아가자. 저마다 짐 챙기고~”라고 말했지만 분명 두 차례는 더 말해야지 들을 거라. 그래서 미리 채비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챙겨 왔던대로 짝손을 하고 돌아간다. 선생님들과 아침열기 때 다솜이와 지음이가 치과를 가야한다고 해서 우정 선생님이 다솜이, 지음이를 학교로 데리고 가셨나보다. 선생들은 한 분이 줄었고 어린이는 둘이 줄었다. 다솜이와 지음이 짝을 다른 어린이들과 짝을 하도록 하고 학교로 향한다. 돌아가는 길은 어린이들을 더 살펴야한다. 재미나게 노느라 기운도 많이 빠졌을 것이고, 긴장도 풀려서 더 곳곳을 살핀다. 과천 한우에서 학교로 오는 길. 길이 좁기도 하고 차들이 적잖이 다녀서 가장 긴장하는 곳이다. 줄곧 차가 온다. 본디 두 줄로 있었다가 한 줄로 오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 줄로 바꾸도록 했다. 그랬더니 헷갈렸을 거라. 어른들 머리로는 형님이 뒤로 가고 동생이 앞으로 오면 더 안정된 그림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린이들이 절로 떠올리긴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런데 뒤에 줄곧 기다려주는 차가 있는데 또 다른 차가 오려고 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한 어린이가 밖으로 튀어나오고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야! ㅇㅇㅇ!! 누가 밖으로 튀어 나오래! 얼른 들어가!” 아마 상상헌이랑 열리는 어린이집에 나를 아는 사람이면 내 목소리가 잘 들렸을 것이다. 뒤만 바라보고 걸었으니 어린이들 얼굴이 잘 보였는데 어린이들도 놀란 모양이다. 바로 후회했다. 아- 그냥 조금만 더 기다려줄걸. 많이 놀랐을텐데. 몇몇 어린이는 그런 나를 두고 “한쌤은 찻길에서 제일 무서워”라고 한다. 맞다. 안전과 관련된 것은 지나쳐도 모자라다고 여겨 찻길에선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라고 위로한다. 그 소리를 들은 어린이는 놀라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을 거라. 안전만큼 중요한 것은 그 어린이의 마음인데 말이다. 어린이들을 학교로 들어가도록 하고 그 어린이를 끌어안아 사과한다. 아 물론 다시는 뛰어나가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다음부턴 더 마음으로 외치고 속으로 말하리라. 아- 눈에서는 하트가, 목소리는 비단결, 우스운 선생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눈은 매서웠을 것이고 목소리는 ‘어흥’하는 호랑이 소리 같았을 것이다. 더 했으려나. 늘 어린이들에게 큰 소리를 내면 부끄러워 숨고 싶고 미안한 마음을 어찌 전달할지 몰라 더 낯부끄럽다. 입으로는 미안하단 말만 할 뿐이다. 그래- 다시 첫 마음을 새긴다. 눈에선 하트와 꿀이 떨어지고 목소리는 비단 용포와 솜뭉치 같고, 모습은 더 우스꽝스러운 선생이 되자. 그래. 올 한 해는 그렇게 살자.
첫댓글 음.. 무섭기로치면 눈에서 레이저 발사하는 저도 만만치않기에 보면서 내심 비웃으며~!! 나와라 어흥~ 빌어더랬지요~ 오호호호호~! 앗싸~ 실패. 아직은 나랑 동지. 히힛~!
내일도! 노력하는 것으로.. ㅋㅋㅋ
우리 정우가 어머니, 한쌤보다 무서운 건 누나라고 하던데....
@한주엽 그럼요! 우리 집 최고 마녀는 이서연입니다. 헤헤헤
눈에선 하트가 떨어지고,목소리는 비단결 같아요~
ㅋㅋㅋㅋ진짜요?? 아 전 상상력이 부족한 탓인지....;;; 왜 안보이고 안들리죠 ㅋㅋㅋㅋ 좀 더 정신수양이 필요...!!
한쌤! 멀리서나마 응원은 하고 있다는 사실 ㅎ 당신은 분명 거듭나고 있습니다!!!!
@이승희 (손지수어머니) ㅋㅋㅋㅋㅋ 응원이라고.. 믿... 그리 노력... ㅋ
@이승희 (손지수어머니) 학교에 안 오셔서 안 보일 수도...
학교에 온 첫 날부터 눈에선 늘 꿀이 떨어지고 목소리는 비단결 용포였답니다.:-)
말씀처럼 더 반성하고 깨지며 좋게 거듭나고 있겠지요. 더 애써볼게요.
@한주엽 안 와서 안 보인다는 말에 뜨끔!!ㅋㅋ
애써볼게 뭐가 있어요. 이미 꿀을 줄줄 흘리고 다니시는데 ^^ 화이링~~
@김영주 (이서연정우 어머니) 응원인지 놀림말인지...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