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잔처럼 우리는 남아서/김창완
소주보다 맑은 한 잔의 시어를
소주보다 독한 한 방울의 시구를
소주보다 짜릿한 한 모금의 시편을
그토록 갈증 나서 마셔대더니
주문진 고향 바다 술잔에 담으려고
그 바다에 빠진 별들 건져 술병에 담으려고
그 바다 저녁놀 거두어 술상에 차리려고
소주보다 투명한 시상의 그물을 한평생 던진
어부의 아들
세상 소음 속에 고요한 말의 짐을 지어 놓고
'어머니의 물감상자' 열어 꽃밭을 그리시며
'바보산수'로 원경遠景에 울타리 치시며
사계절 내내 '사행시' 읊으시느라
새벽 종소리 들릴 때까지 깨어 있더니
먼저간 아내가 그리워
시도 때도 없이 눈물 훔치며
초야의 하늘에 밤새워 투망하시더니
유성처럼 홀연히 가 버리시다니
우리는 비워진 술잔처럼 쓸쓸히 남아
쓰러진 술병에 형의 그림자를 채웁니다
우리에게 남겨준 수천 수의 시를
우리는 촛불 아래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도 내지 않고 듣겠지요
새순 돋아 신록 우거지고
단풍 들어 낙엽진 시림詩林의 오솔길을
형이 남긴 시집의 행간을
우리는 형이 앞서간 발자국 따라 걸어가며
'고려의 눈보라'가 휘날려 쌓인 숫눈에
우리는 새로운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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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 시인(1942. 1. 15~2026년 3. 19)을 추모 하며
계간문예 2026년 여름호에 실린 김창완 시인의 시를
올립니다.
*시인들의 시를 지어 가며 살아낸 삶이 먹먹하여 공감의 시간
갖고져 강우식 시인을 추모하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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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모음방
빈 술잔처럼 우리는 남아서/김창완
미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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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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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강시인의 마음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