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ugə) ‘古朝鮮王’ (관직명) : 漢에 의해 멸망한 고조선의 마지막 통치자 우거(右渠)왕의 왕호이다. 이 어휘는 ‘지혜의 者’라는 뜻을 지닌 튀르크어 외게(öge)가 차용되어 온 것이다. 튀르크어 외게는 고대 튀르크어에서도 관직명으로 많이 쓰였다. 지혜가 많고 나이가 지극하며 정사에 능통한 통치자에게 붙여주는 관직명으로서 고대 튀르크 관직 서열에서 테긴(tegin) 다음 서열에 위치했다. 고대 위구르어를 연구한 뮐러(F.W.K Müller)는 이 어휘를 UGə로 전사했는데 이는 옳지 않다. 이 단어는 “…에 관해서 생각하다; 기억하다.”라는 뜻을 가진 튀르크어 동사 Ö-에 명사형성 접미사 -ge가 붙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관직명 이외에 알타이어와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휘들이 다소 있다. 이들 어휘에 대한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하겠으나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들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박혁거세(朴赫居世) : 신라 초대 부족장 박혁거세 역시 원시 알타이어로 추정되는데, 赫居世는 ‘천자(天子)’의 뜻으로 고대 돌궐족들이 퀵시(kök kishi)라고 부르던 말이다. 중국에서 지도자를 칭하던 천자의 유래는 북방 알타이민족일 가능성이 많다. 천자의 개념은 고대 알타이계 민족들 가운데 카리스마적 혹은 신적(神的)인 권위를 소유한 지도자라는 의미로 깊게 뿌리박고 있는 天神 퀵 텡그리(kök Tengri) 사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단군 신화 역시 천자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튀르크, 몽골 등 알타이계 부족들의 천신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고조선의 시조 ‘단군(檀君)’의 어원은 모르지만, 마지막 왕 ‘우거’에 대해서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고구려’의 어원은 모르지만 도읍 졸본성(卒本城)의 ‘졸본(jolbon, cholbon)’이 금성(金星) 즉, 새벽별의 뜻을 가진 말로서 튀르크어와 퉁구스어 등 알타이 제어에 널리 쓰이던 어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여 국호 부여(夫餘)의 어원이 숫 사슴의 뜻을 가진 말로서 몽골어, 퉁구스어라는 것은 일찍이 1930년대에 일본 학자 시라토리(Shiratori)가 지적한 바 있다.
고구려는 5부족 연맹체였는데 각 부족을 칭하는 명칭으로 나(那, na)가 사용되었다. 또한 후에 고구려 통치 체계의 5부를 지칭하는 명칭에는 루(婁, nu) 혹은 노(奴, no)가 사용되었다. 여기에 나타난 나(那), 루(婁), 노(奴)는 원시 혹은 고대 알타이 제어에 널리 사용되었던 복수접미사 -n를 음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굴(oƔul) ‘아들’ > 오글란(oƔlan) ‘아들들’. 이 -n 복수 접미사는 우리말에서 ‘철수네, 순이네’ 등과 같이 다른 가족 일원을 통칭하는 말로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튀르크어에서 지금도 다른 가족 일원을 통칭하여 부를 때, 성(姓)에 복수접미사를 붙여서 표현하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고구려 부족명에서 那, 婁, 奴 앞에 온 명칭들은 가족 명에서 발달한 부족명으로 보인다.
-------------------------------------------
최한우, 2006,『중앙아시아 연구(상)』, 펴내기, pp. 68-76.
이 책의 저자는 한반도 민족의 퉁구스어 계통설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초기 한반도 민족은 알타이계 부족연맹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어 그의 주장에는 참신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즉, 만주-퉁구스어나 몽골어보다는 고대 알타이계 튀르크어 등과의 연관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그 내용들은 충분히 수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련 내용을 일부 발췌했는데 보는 바와 같이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건길지나 각간, 고추가나 부여, 사출도에 대한 해석은 뭐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어라하, 어륙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동아, 돌이, 워리에 대한 내용이나 고이왕, 우거왕의 왕호에 대한 해석은 상당한 탁견이라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군이나 박혁거세에 대한 개념이 천자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중국의 천자 개념이 알타이계에서 차용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 또한 머리를 탁 치게 만들었다. 이 부분은 그동안 생각치 못 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구려 5부에 대한 해석 중에서 졸본을 금성과 연결시키는 것도 참고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주인장은 예전에 계루부라는 명칭이 별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4부가 -奴의 글자가 들어간 것에 비해 계루부는 독창적인 명칭이기 때문에 부명의 기원이 다른 부들과 달랐으며, 외부에서 유입된 지배씨족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그런데 졸본이 금성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도 있다면 이 또한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나 싶다. 마지막으로 돌이가 영웅을 뜻하는 바하토르 등과 연결되며 이것이 곧 두꺼리라는 의미가 된다고 했는데 그때 탁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의 달에 그려진 두꺼비였다. 해에는 삼족오, 달에는 토끼 또는 두꺼비가 그려졌는데 주인장은 그동안 왜 하필 두꺼비였을까? 라는 고민을 죽 해왔다. 그런데 두꺼비가 왕에 상응하는 영웅 혹은 전사를 의미한다면 태양을 뜻하는 삼족오와 대비되는 동물로서 달에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뭐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원래 유목민의 군사편제 및 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구입한 거였는데, 뜻밖에 재미난 내용들이 있어서 이렇게 옮겨두는 바이다. 한번씩 읽어보고 참고하시길 바란다.
출처 : 뿌리아름역사동아리
글쓴이 : 麗輝
출처:http://blog.daum.net/yayulchojae/13037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