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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주 가톨릭마라톤 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머슴판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운동 지침
서 론
1. 예수님께서는 당신 구속 사명의 핵심을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고 말씀하셨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생명의 복음」 회칙을 통하여 “생명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전파하신 메시지의 핵심이다.”(1항)라고 밝히셨습니다.
우리 주교들은 ‘인간 생명의 가치와 그 불가침성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재천명하며, 동시에 하느님의 이름으로 개개인과 모든 사람에게 생명을,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할 것을 절박하게 호소하고자’(「생명의 복음」, 5항) 이 생명운동 지침서를 펴냅니다. 이 생명운동 지침서 발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전국 생명 대회(2010년 7월 9-11일, 음성 꽃동네) 참석자들의 소망대로, 이 생명운동 지침서가 이 땅의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 노력하는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와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생명운동의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엄한 인간
2. 인간은 존엄하고, 인간 생명은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창세 1,26-28)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간 생명은 그 시작부터 ‘하느님의 창조 행위’에 연결되어 있어 신성하며, 그 생명의 유일한 목적이신 창조주와 특별한 관계로 맺어져 있습니다. 생명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오직 하느님만이 그 주인이십니다(「생명의 복음」, 53항).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살인해서는 안 된다.”(탈출 20,13)는 계명을 주시며, 인간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사랑하라고 요구하십니다(「생명의 복음」, 41항).
생명의 성역인 가정
3. 가정은 인간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생명의 성역’입니다(「생명의 복음」, 6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특별히 참여한다고 말함으로써, 출산이 창조의 계속임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사목 헌장 50항). 따라서 가정의 기본 임무는 부부의 일치와 사랑으로 진정한 인간 공동체를 이루고, 생명에 봉사하는 것, 곧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그리고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 모습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입니다(「가정 공동체」, 28항).
성(性)과 혼인의 목적
4. 성(Sexuality)은 ‘인격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써 자신을 드러내며, 타인(他人)과 친교를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는 양식의 하나입니다. 또한 성은 육체적으로나 심리적, 정신적으로도 남성과 여성을 특징지으며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소명에 응답하며 성장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교황청 가톨릭 교육성, 「인간적 사랑에 관한 교육 지침」, 4항). 특히 자녀 출산을 지향하는 성행위는 혼인한 부부가 육체를 통하여 사랑의 친교를 나누는 가장 완전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행위와 출산을 분리하여 성적 쾌락을 즐기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책임한 성의 남용은 원하지 않는 임신과 그로 말미암은 낙태, 그리고 미혼모 발생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킵니다. 교회는 성행위가 혼인 안에서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부부 사랑의 표현과 자녀 출산의 목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부모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그리고 사목자와 교회 공동체는 신자들에게 성과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44항).
인간 생명의 시작
5.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인간의 생명을 임신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해, 아기가 태어나면 한 살로 여겼습니다. 1985년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인간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에 시작됩니다. 곧 난자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생명도 어머니의 생명도 아닌 독립된 한 생명이 시작됩니다. 수정된 생명체가 인간이 아니라면 우리도 결코 인간으로 자라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인정하고 존중되어야 하며, 그 순간부터 그가 한 인격체로서 지닌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생명의 복음」, 60항).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
6.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은 매우 다양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인간 생명에 대한 범죄와 공격들을 강력하게 단죄하면서, “온갖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생명을 거스르는 모든 행위 등은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도 그러한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더 더럽히며,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입니다.”(사목 헌장 27항)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위협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곧 배아 연구, 인공 임신 등이 생겨나고 있고, 이러한 것들이 개인의 자유와 경제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오직 하느님께 속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어떤 의미로 하느님을 공격하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9항).
인간 생명 침해의 이유
7. 사람들이 인간 생명을 함부로 침해하는 이유는 ‘자신’과 ‘물질’을 우선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원치 않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등의 낙태 이유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자신’과 ‘경제적 효율성’에 우선적인 관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보살핌을 요구하는 생명을 쓸모없는 것이라고 간주하거나, 참을 수 없는 짐으로 생각하여 그 생명을 거부합니다(「생명의 복음」, 12항). 이렇듯 인간 생명을 침해하고 빼앗는 행위의 뿌리에는 ‘힘의 논리’와 ‘왜곡된 자유’가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19항).
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더욱 근원적인 이유는 ‘하느님 의식의 실종’입니다. 하느님 의식이 실종될 때, 인간 의식, 곧 인간 존엄성과 생명의 의식도 사라집니다. 이것은 하느님과 관계 단절을 의미하며, 이것이야말로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혼돈의 뿌리입니다. 하느님 의식과 인간 의식의 실종은, 곧 개인주의, 실용주의, 쾌락주의를 낳습니다. 이 경우 사람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오직 자기 자신의 물질적 안락뿐이며, 이로 말미암아 윤리 의식은 마비되고, 양심이라는 영혼의 밝은 등불은 꺼져서 “좋은 것을 나쁘다 하고 나쁜 것을 좋다”(이사 5,22)고 판단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가장 위험한 부패의 길로 접어드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24항).
우선적 관심인 낙태와 안락사
8. 교회는 인간 생명의 중요 문제들 가운데서 낙태와 안락사에 우선적인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낙태와 안락사는 인간 생명의 시작과 마지막 단계에서 무고한 인간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살인으로서 지극히 부도덕한 악행이기 때문입니다(「생명의 복음」, 57항). 그 희생자는 인류 가족 가운데서도 가장 공격받기 쉽고 무방비 상태에 놓인 인간 생명들입니다. 우리 가운데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 특히 가족들은 이러한 정의의 문제에 시급한 관심과 우선권을 두어야 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낙태와 안락사를 더 이상 ‘범죄’로 간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선택의 권리’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위장하고 있습니다(「생명의 복음」, 11항).
모자 보건법 제정의 유산
9. 1960년대부터 한국 정부는 단기간의 경제 개발 효과를 얻고자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여 적극적인 산아 제한 정책을 시작하였으며,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 보건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배 속의 아기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는 임신 중절 수술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 이후 가톨릭 교회는 거의 해마다 이러한 반생명적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수많은 태아들의 생명이 희생되었고, 역시 많은 여성들이 낙태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또한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고 있으며, 최근에 정부도 심각한 저(低)출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 생명에 대한 이러한 공격이 오늘날에도 ‘생명의 성역’인 가정과 ‘생명의 봉사자’인 의료 기관의 적극적 개입 속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관성 있는 생명 윤리
10. 생명 윤리는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성장 발육 단계나 건강 상태에 따라 존중되거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수정⋅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존중되어야 합니다. 태어났든 아직 태어나지 않았든, 몸이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지, 얼굴색이 검든 희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차별 없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생명이 관련된 곳에는 사랑의 봉사가 확고하게 함께하여야 합니다. 인간 생명은 모든 단계, 모든 상황에서 신성하고 침해할 수 없는 것이므로 편견과 차별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리할 수 없는 선(善)입니다”(「생명의 복음」, 87항).
11. 고의적 살인 행위인 낙태와 안락사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인간 존엄을 손상시키고 인권을 위협하는 다른 많은 시급한 문제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낙태와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은 빈곤, 폭력 그리고 불의로부터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전쟁의 폭력성과 사형 제도라는 부끄러운 제도에 마땅히 저항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인간 존엄을 위협하는 인종 차별주의, 굶주림, 실업, 교육, 주거와 건강 관리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우리는 가톨릭 신자들이 사회의 약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옹호자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여성의 권리’나 ‘사회 정의’를 외치면서 무고한 인간 생명을 직접 공격하는 낙태나 안락사를 ‘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가장 취약한 단계에 있는 생명 보호와 수호에 태만하면서 어떻게 인간 공동체 안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의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
12. 지금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기보다는 거부당하고, 소외되고, 뿌리 뽑히고, 억압당한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지닌 침해할 수 없는 권리들이 엄숙하게 선포되고 생명의 가치가 공적으로 인정되는 바로 그 시대에 생명의 권리 자체가, 특히 존재의 가장 중대한 순간에, 곧 탄생과 죽음의 순간에 부정되거나 짓밟히고 있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18항).
하느님께서는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는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5.19)고 일찍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죽음과 불행, 그리고 저주의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생명과 행복, 그리고 축복의 길입니다. 우리 모두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 생명운동을 함께 펼쳐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발표하는 이 생명운동 지침은 생명의 문화를 향한 여정에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제1장.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13.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의 모습을 지녔으므로, 존엄한 인격을 지닙니다. 인간은 단순히 ‘어떤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식하고 자신의 주체가 되며, 자유로이 자신을 내어 주고 다른 인격들과 친교를 이룰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은총을 통하여 자신의 창조주와 계약을 맺고,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신앙과 사랑의 응답을 드리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57항).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인간은 본성적으로 삶 전체에 걸쳐 하느님을 찾고 갈망하며 영원한 생명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과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어 있는 인격체입니다. 따라서 인간 생명은 어떤 수단이나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인간은 자기 생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무죄한 인간의 생명을 해칠 권리가 없습니다.
14. 그럼에도 인간 생명은 ‘카인의 아벨 살해’(창세 4,8)처럼 인류가 처음 등장한 이래로 계속해서 위협을 받아 왔습니다. 그리고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전환되면서, 법이나 사회 제도 그리고 문화로부터 인간 생명이 한층 더 집단적으로 위협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과학 기술이 경쟁적으로 발달하면서 출산 억제를 위한 인공 피임이나 낙태가 성행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인간 생명을 도구로 하는 생명 과학 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유용성이라는 이유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약자들의 생명이 무수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15. 인간 생명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본격적인 관심과 생명 수호를 위한 가르침은 이러한 시대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포함된 ‘현대 세계의 사목 헌장’이 바로 이런 시대 변화에 따른 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재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교회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들에 대해서 그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이에 대한 대안적 삶의 가치를 주장하는 가르침을 꾸준히 제시해 왔습니다.
인공 피임과 자연적 출산 조절
16. 산업 사회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남녀 사이의 성 개방 풍조와 부부들의 지나친 피임에서 비롯한 가정의 위기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된 비윤리적 인공 피임과 낙태의 성행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생명 경시 풍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공 피임과 낙태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여러 문헌에서 일관되게 나타나 있지만, 특히 1968년 바오로 6세 교황의 「인간 생명」 회칙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회칙은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부부애와 부모의 책임, 그리고 부부 행위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출산이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신뢰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 피임 방법으로 출산을 조절하는 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17. 인공 피임 방법 사용에 대하여 이 「인간 생명」 회칙은, “교회의 교도권이 여러 번 가르친 대로, 남자든 여자든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직접 단종(斷種)시키는 것은 단죄해야 한다. 또한 부부 행위에 선행하거나 동반하거나 그 필연적인 결과로서 피임을 목적으로 방법을 강구하는 모든 행위를 배격하여야 한다.”(「인간 생명」, 14항)고 언급함으로써, 교회가 낙태와 단산뿐 아니라, 모든 인공 피임 행위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18. 한편 이 회칙은 출산 조절이 필요한 경우 인공 피임 방법 대신 ‘자연적 출산 조절 방법’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부부의 육체적 또는 심리적 이유이건, 또는 외적 환경의 이유이건, 다음 출산과 사이에 간격을 두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부부는 생식 능력에 내재하는 자연 주기를 이용하여 불임 시기에만 부부 행위를 함으로써, 어떤 도덕률도 거스르는 일이 없이 산아를 조절하는 것은 괜찮다고 교회는 가르치는 바이다.”(「인간 생명」, 16항)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부부가 정당한 이유로 자녀의 출생을 원하지 않을 때마다 임신 가능 기간에 부부 행위를 절제하는 한편, 불임 시기에 부부 행위를 함으로써 부부가 참되고 완전한 사랑을 증언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원리나 장점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연 출산 조절 효과에 대하여 의심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래의 주기법과 달리 배란법이나 기초 체온법은 윤리적이며 매우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배란 시기의 점액이나 체온 변화와 같은 증상을 관찰하는 자연적인 방법으로서, 다른 어떤 인공적인 피임 방법에 견주어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미 널리 증명된 상태입니다.
태아 진단
19. 태아 진단이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모체 자궁 속 태아의 성(性)이나 기형 유무를 알려고 초음파를 통해 태아의 해부학적 형태를 관찰하거나, 자궁 속의 양수(羊水)에서 염색체 이상 유무를 알아보는 의학적 행위를 말합니다. 이러한 기술이 태아의 질병을 일찍 진단해서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교회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아 진단은, 많은 경우 기술적 부작용과 더불어 무엇보다 태아에게 해를 주는 도덕적 문제들을 일으키므로, 교회는 태아의 사전 진단에 대하여 엄격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태아의 성(性)이나 기형 여부 결과에 따라 낙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전 진단을 하거나 받는 것은, 비윤리적인 일임을 교회는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의료인 헌장」, 61항).
낙태와 ‘모닝 필’(morning pill)
20. 낙태는 여성의 몸의 일부를 단순히 떼어 내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초기 단계의 인간 생명을 해치는 행위이며, 무고한 인간 생명을 죽이는 명백한 살인 행위입니다. 따라서 낙태는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생명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로서(「가정 권리 헌장」, 제4조), 가증할 죄악이며(사목 헌장 51항), 인간의 존엄성과 황금률과 창조주의 거룩하심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1항).
1974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는 「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에서 “난자는 수정된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 만일 그것이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면 결코 그것이 사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6항)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 생명은 난자가 수정되어 그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모든 성장 과정에서 차별 없이 똑같이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합니다.
21. 가톨릭 교회의 교회 규범은 초세기부터 낙태죄를 범한 사람들에게 형벌을 부과하여 왔습니다. 1917년의 교회 법전에서는 낙태를 파문의 벌로 다스렸으며(제2350조), 1983년에 개정된 교회 법전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이어 받아 “낙태를 주선하여 그 효과를 얻는 자는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는다.”(제1398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파문 처벌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어떤 죄가 지닌 심각성을 충분히 깨닫고, 진정으로 회개하고 뉘우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22. 교회는 낙태에 관여하는 의료인들에 대해서도 태아의 생명 존중과 보호 의무를 상기시키면서,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의 자궁에서 일어나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출생의 과정을 주의 깊게 보살펴서 태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무사히 출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의료인 헌장」, 36항)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80년 전 세계 산부인과 의사 협회 모임에서 “의료인들이 낙태에 호의적인 법률을 대하였을 때는 정중하고 확고하게 이를 거부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법 자체가 비윤리적일 경우,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그 법을 따를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셨습니다.
23. ‘모닝 필’ 혹은 ‘노래보정’은 낙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모닝 필’은 성행위 직후 여성이 복용하는 호르몬제 약으로 이른바 ‘응급 피임약’으로 불리는 화학 물질입니다. 이 약은 성관계를 통해 수정(受精)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되는 경우 배아가 자궁벽에 착상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피임’을 목적으로 한 피임약이 아니라 ‘조기 낙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입니다. 곧 ‘모닝 필’이 가지고 있다고 증명된 수정란의 착상 방해 효과는 사실상 화학적 낙태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2000년에 ‘모닝 필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윤리적 견지에서 볼 때 낙태 시술과 마찬가지로 ‘모닝 필’을 배포하고 처방하고 복용하는 행위는 역시 부당한 일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체외 수정
24. 체외 수정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이 아닙니다. 체외 수정을 통하여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난소에서 배란되기 전의 난자를 체외로 채취하여 시험관 안에서 수정시키고, 수정된 배아를 다시 자궁경부를 통하여 자궁 안으로 이식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인공적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는 크게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비배우자 간은 말할 것도 없고 배우자 간이라도 체외 수정을 반대합니다. 첫째, 인공 수정은 부부의 결합 행위와 출산 행위를 분리시키고, 그에 따른 자녀는 부부의 온전하고 전적인 증여를 통한 인간 행위의 ‘자연스런 열매’라기보다는 ‘기술 행위의 산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생명을 더 이상 하느님의 선물로서, 존중해야 할 신성한 선물로서 여기지 않게 되고, 생명 그 자체는 통제와 조작이 가능한 단순한 ‘사물’로 전락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됩니다(「의료인 헌장」, 24항).
둘째, 인공 수정 중 체외 수정은, 여러 배아들을 만들어 내고 그 가운데 일부만이 선택함으로써 나머지 배아들의 파괴와 낙태가 초래됩니다. ‘잉여 배아’ 또는 ‘잔여 배아’라고 불리는 남은 배아들은 냉동 처리된 다음, 파괴되거나 배아 줄기세포 연구 등의 실험 재료로 사용됩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생명의 선물」, 2부).
25. 출산을 위한 의료적 개입은 어디까지나 그 일이 출산에 도움을 줄 뿐, 결코 혼인 행위를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곧 출산에 있어서 모든 수단과 의료적 개입은, 부부 행위를 촉진시키고 본래의 혼인 목적인 일치와 출산에 도움을 주는 한 타당한 것이기는 하나, 출산을 위한 기술이 결코 부부 행위를 대신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인공 수정에 따른 시험관 아기 시술은 그 자체로, 출산을 지향하는 부부 행위에 반드시 필요한 육체적이고 영적인 결합을 분리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반대합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에서는 자녀를 갖고자 하는 부부의 열망이 비록 진실되며, 간절한 것이라 할지라도, 인간 출산의 진리와 인간 존재의 존엄성에 반하는 새로운 기술에 의지하는 행위는 합법적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생명의 선물」, 2부).
줄기세포 연구
26. 줄기세포란, 끊임없이 스스로 재생하는 능력, 곧 자기와 똑같은 더 많은 세포를 만들어 내는 증식 능력과 신체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합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손상된 신체 장기 때문에 고생하는 난치병 환자들에게 이 세포를 주입해서 손상된 장기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이를 믿고 있는 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수정란이나 체세포 핵이식을 통해 얻은 체세포 복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는 것으로서 이를 ‘배아 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둘째는 제대혈(탯줄 혈액)이나 태반, 양수, 골수 등 분화가 끝난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얻은 줄기세포를 ‘성체 줄기세포’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분화가 끝난 세포에 역분화 유전자나 단백질을 넣어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또는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가 있습니다.
27. 여기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정란 배아’나 ‘체세포 복제 배아’를 이용해서 얻는 ‘배아 줄기세포’입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할 때 엄연한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파괴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체세포 복제 배아의 경우, 이것이 직접 정자와 난자로부터 수정된 것이 아니지만 이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경우 수정란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 태아가 되고 10개월 뒤에는 결국 아이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복제 인간’이고, 복제 인간의 출현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생명을 인위로 조작한다는 윤리적 문제를 일으킵니다. 더 나아가 복제된 인간의 권리와 정체성과 관련된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인류에게 심각한 재앙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28. 가톨릭 교회는 배아를 사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대신 그 대안으로 배아 파괴라는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를 권장합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 학술 보고서에서,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와는 달리,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점차 그 과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증명되고 있으며,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어서 앞으로 수많은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희망의 원천임에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역분화 줄기세포는, 몸에서 떼어 낸 체세포를 역분화하여 만든 줄기세포로서, 인간 생명 파괴라는 윤리적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활용 범위도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자 살
29. 교회는 자살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로 사악한 선택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여 왔습니다(「생명의 복음」, 66항). 삶의 가치를 오로지 쾌락과 안락을 가져다주는 기준에서만 평가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좌절처럼 보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만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하여 일단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오면 이들은 삶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여기게 되어, 죽음만이 ‘당연한 해방’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자살의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생명의 복음」, 64항). 그러나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안락사에 관한 선언」에서, “고의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의도하거나 실제로 자살하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일이다. 인간의 편에서 취하는 이러한 행위는 하느님의 주권(主權)과 사랑의 계획에 대한 거절로 간주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자살은 또한 자기 사랑의 거부이고 생존 본능의 부정이며, 이웃과 여러 공동체 또는 온 사회에 대한 정의와 사랑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칩니다. 무엇보다 “자살의 가장 깊은 실재는 생명과 죽음에 관한 하느님의 절대적인 주권에 대한 거부”(「생명의 복음」, 66항)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안락사
30. 안락사는 “죽음을 조절하여, 정해진 시간 이전으로 앞당기는 것이며, 자신의 생명이나 타인의 생명을 ‘편안하게’ 끝맺게 하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64항). 임종을 맞이해 고통을 호소하면서 죽기를 원하는 환자의 죽음을 자연적인 죽음 이전으로 앞당기는 것은 언뜻 논리적이고 인간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비인간적이고 잘못된 살해 행위입니다. 안락사는 이른바 ‘과도한 의학적 치료’를 그만두는 것과는 반드시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차라리 죽여 달라고 말하는 중환자들의 간청이 안락사에 대한 진정한 원의(願意)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그것은 거의 대부분 도움과 사랑을 구하는 고뇌에 찬 절규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의학적인 치료 외에 마음이 담긴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안락사에 관한 선언」).
31.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안락사에 관한 선언」은,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인간 존재, 갓 잉태된 태아든 조금 자란 태아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노인이든,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든, 죽어가는 사람이든 이들의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자기가 돌보는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든, 어느 누구도 이러한 살인 행위를 요청할 수 없고, 또 거기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권위라도 그러한 행위를 합법적으로 권고하거나 용인할 수 없다. 그것은 하느님의 법을 침해하는 문제이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욕이며 생명을 거스르는 범죄요 인간성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32. 자살을 시도하려는 다른 사람의 의향에 동조하여 이른바 ‘조력 자살’(助力自殺, assisted suicide)로 자살하게끔 돕는 것 또한 교회는 배격합니다. 비록 그러한 요청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에 동조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불의한 일에 협조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가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설사 그것이 고통을 받고 있는 타인의 생명을 자기가 떠맡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거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조력 자살은 ‘그릇된 자비’라고 보아야 하며, 자비에 대한 정말 위험한 왜곡입니다. 참된 자비는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66항).
사형 제도
33. 교회는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형 집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살인 등 강력 범죄가 계속 증가한다고 주장하며, 사형 집행이 흉악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허구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통계를 보면 살인 등 강력 범죄는 사형이 시행될 때보다 그렇지 않았을 때 오히려 더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중받지 못할 생명이 있다는 주장보다 더 위험한 생각은 없습니다. 사형 제도 폐지는 생명과 인권의 소중한 가치 앞에서 국가 권력의 겸손함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메시지입니다.
34. 가톨릭 교회에서는, 사형 제도를 형벌이 갖고 있는 정의(正義)라는 맥락과 인간 존엄성이라는 맥락,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의 일치라는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생명의 복음」, 56항). 따라서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공격자에게서 사람들의 안전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데 사형이 아닌 방법으로도 충분하다면 공권력은 그러한 방법만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방법들이 공동선의 실제 조건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이며, 인간의 품위에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2267항)라고 사형 제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뇌사와 장기 기증
35. 오늘날 장기 이식술의 발전과 확산은 바로 얼마 전까지 사망하는 경우에 이루어져, 고통스런 시한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많은 환자들의 질병 치료를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장기 기증과 이식 행위는 가톨릭 교회에서도 이를 ‘생명에 대한 봉사’로 보고 도덕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로 인정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생명의 복음」 회칙에서 영웅적인 나눔의 행위 가운데에서, 특히 칭찬할 만한 예는 바로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기 기증’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가치가 있는 이 일이 생명 그 자체를 거스르지 않도록 실천되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윤리적인 조건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장기를 기증받는 일인데, 교회는 장기 매매의 가능성과 후유증 등을 이유로 이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순수하게 자발적 기증을 하는 경우라도 적출할 장기가 기증자에게 심각하거나,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손상을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의료인 헌장」, 86항). 두 번째는 뇌사 때에 시신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뇌사 판정입니다. 장기 적출이 죽음을 유발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장기 적출 대상이 시신이라는 확신, 곧 ‘뇌사’ 상태라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의학적으로 ‘모든 뇌의 활동이 회복 불가능한 정지 상태’ 라는 것이 확인되면 장기들을 적출하고 이를 이식하는 일은 합법적이라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교황청 과학원, 「생명 연장과 죽음의 순간 결정에 관한 선언」).
비폭력 생명운동
36. 가톨릭 교회의 생명운동은 비폭력 생명운동입니다. 인간 생명이 그 초기 단계부터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모든 형태의 폭력에 저항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또 다른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 교회는, “자기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경우에라도 폭력 사용을 삼가야 하고, 자신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폭동으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새로운 사태」, 14항)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 헌장’에서 ‘어떤 경우에도 권리를 옹호함에 있어서 폭력을 쓰지 말아야 한다.’(78항)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비폭력이야말로 분쟁을 해결하는 데 가장 인간다운 해결 방법’임을 강조하면서 가톨릭 교회는 ‘폭력은 아무것도 건설하지 못한다.’(「지상의 평화」, 162항)는 사실을 일관되게 가르쳐 왔음을 우리는 명심하여야 합니다.
제2장. 생명운동 활동 지침
37. 「생명의 복음」 회칙은,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생명의 복음'을 주셨고, 이 복음으로 우리를 변화시켜 '생명의 백성'이 되도록 부르신 하느님께서는 이제 우리를 생명에 대하여 봉사하도록 파견하십니다.’(「생명의 복음」, 79항)고 말함으로써, 생명 수호 활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곧 생명의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 자신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조차도 당신 자신으로 여기신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약한 생명 안에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내고, 생명을 위해 자기를 내어 주는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 생명운동 지침서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영역에서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생명 수호 활동이 이루어지기를 권고합니다.
기도와 전례
38. 첫 번째는 기도와 전례입니다. 기도와 전례가 지닌 ‘상징과 의식’의 힘은, 우리가 ‘복음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과 타인들 안에 관상적인 시각’을 길러 주고, ‘깊은 종교적 경외심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시켜 줍니다(「생명의 복음」, 83항). 관상적인 시각을 갖는다는 것은 곧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을 바라보는 것이며, 고통 받고 죽음의 위협에 처한 이들에 대한 연대감과 책임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 생명 안에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현세의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지니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예수님은 특히 기도와 단식이 악의 세력과 대항하는 첫 번째이며 가장 효과적인 무기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우리도 기도하고 단식할 수 있는 겸손과 용기 그리고 강인한 의지로 생명을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온갖 잘못된 관습들과 법들이 지니고 있는 ‘거짓과 기만의 벽’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로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나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39.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의 죽음의 문화가 생명과 사랑의 문화로 대치되도록 교회 전례와 공동 기도, 그리고 개인 기도를 본당과 교구, 전국 차원의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먼저, 본당에서는 미사 때의 보편 지향 기도나, 다른 전례나 신심 행사들 안에서 태아들과 그 어머니들을 위하여, 임종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장애인들을 위하여, 사형수들과 그들로부터 피해 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기를 권고합니다. 사제와 부제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론을 통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함과 낙태, 안락사, 조력 자살, 영아 살해 등이 무죄한 인간 생명을 고의적으로 파괴하는 도덕적 죄악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본당에서는 기도와 전례, 그리고 ‘생명의 밤’과 같은 신심 행사 안에서 임신부들을 축복해 주고, 다자녀 가정을 격려하고, 입양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신자들에게 가정이 ‘생명의 성역’임을 일깨워 주어야 합니다. 또한 특별히 사목적인 관심을 갖고, 자연 유산이나 낙태 또는 기타의 이유로 태아를 잃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기도나 프로그램이 제공되도록 권고합니다.
40. 교구 또는 전국 차원에서는 이미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일에 기념하는 ‘생명의 날’이나 생명 수호를 위하여 지정한 다른 특별한 기념일을 이용하여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1973년 이래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로우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 기념일’(1월 22일)에 워싱턴에 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와 기도회에 1만여 명이, 그리고 ‘생명을 위한 행렬’(March for Life)에 전국 각지에서 2십여 만 명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은 2003년부터 미국 교회 전례력에 특별 보속의 날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도 지난 2003년부터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가 낙태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모자 보건법이 제정된 날인 2월 8일을 전후로 ‘생명을 위한 미사’를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봉헌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교회의 또는 각 교구는 교회 안의 다양한 모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명을 위한 기도의 밤’과 생명을 주제로 한 십자가의 길, 묵주의 기도 등 신심 프로그램과 기도문들이 널리 확산되도록 해야 합니다.
41. 기도는 인간 생명을 보호하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의 기초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교육적이든 사목적이든, 입법과 관련된 것이든, 우리가 마음을 바꾸고 스스로 자신의 영적 장님 상태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충분한 열매를 맺지 못할 것입니다. 오로지 기도 - 정의와 자비를 위하여 하늘에 외치는 기도 - 와 함께할 때만이 오늘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교육과 홍보
42. 두 번째는 교육과 홍보입니다.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의식을 고양하고 낙태와 안락사, 배아 연구를 포함한 생명 조작 등 우리 사회에서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항하려면 신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자녀들을 교육하는 부모는 물론 다양한 가톨릭 교회 공동체에서 가르치는 직무를 맡은 이들은 다음과 같이 각자의 고유한 영역에서 생명 수호를 위한 교육과 홍보의 역할을 맡아 주기를 요청합니다. 또한 장애인과 그 가족들도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노력에 참여하여 개개의 인간 생명의 타고난 존엄성을 증언하는 데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생명의 존엄성과 생명 수호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 장기적, 그리고 집중적으로 가르침으로써 더욱 많은 이들은 생명 수호에 대한 확신을 갖고 헌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3. 먼저 사제, 부제, 수도자들은 강론이나 교육 활동으로써, 또는 생명 수호 사업을 위한 공적 지원을 통해서 말씀을 전파하는 책임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전적으로 지원하는 가톨릭 단체들은 전국, 교구, 본당 단위로 성인 교육과 성사 준비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학교, 종교 교육 과정, 대학 교목실, 교회가 후원하는 교육 기관 등에서 일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정보와 윤리 교육, 동기 부여 등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편 신학교와 수도자 양성소에서는 생명 윤리에 관한 학문적이고 사목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합니다.
가톨릭 사회 복지 기관과 보건 기관에서는 낙태 다음의 화해와 치유, 그리고 불치병 환자나 장애인에 대한 돌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알리는 노력을 포함한 교육 세미나와 다른 적절한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합니다. 가톨릭 보건 전문가들 또한 인간 각자의 생명의 신성함을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출산 전후의 돌봄, 유전에 관한 상담, 기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가톨릭 홍보물과 정기 간행물은 기사, 사설, 광고물 등을 통하여 생명의 복음을 장려해야 합니다.
44. 생명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자들에게는 성경과 신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생명의 신성함과 불가침성,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므로 타인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생명조차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웃 사랑에 대한 계명 안에서 서로 돕고, 특히 약한 생명에 대한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또한 정확한 과학적 지식을 활용하여 인간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이미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한 사람의 새로운 생명이라는 사실과 배아와 태아의 단계를 거쳐 출생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독립된 생명체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따라서 낙태는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계명을 어기는 일이라는 것, 말기 환자들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단축하려는 안락사 또한 비윤리적이라는 것, 이들이 인간적인 품위를 지니고 자연적인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위기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과 낙태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도움은 물론, 배아 연구 등 생명 과학의 발달로 발생되는 다양한 윤리 문제도 교육과 홍보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45. 교회는 신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을 위한 생명 교육과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교회의 가르침을 접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 주고 인간 생명의 시작에 관한 과학적인 설명을 제공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낙태의 비윤리성을 알려야 합니다. 또한, 이른바 존엄사로 불리는 소극적 안락사의 입법화 시도가 자칫 인위적 생명 단축의 시도로 남용될 위험이 있다는 점도 강조해야 합니다. 말기 환자에 대해서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최선을 다해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되, 피할 수 없는 죽음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에는 의료 집착과 같은 무리한 방법으로 무의미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죽음이 인간 생명의 엄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으로 존엄한 죽음을 맞는 태도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또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환자에게 인공적으로 음식물을 투여하는 것은 언제나 정상적인 치료에 속하는 것이며, 이를 무분별하게 중단할 경우 ‘안락사’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강조해야 합니다. 한편 교회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배아 연구에 대한 오해를 시정하는 일에도 힘써야 합니다. 배아 연구는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일이며 이 연구를 위해서는 여성들에게서 무리하게 많은 난자들을 채취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도 정확하게 알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46. 신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교회가 가르치는 생명 윤리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을 때, 좀 더 자세한 설명으로 그들을 설득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 설명 내용이나 표현 방식은 더욱더 인간 생명의 가치를 확인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곧, 생명 수호를 명분으로 어떠한 폭력이나 상대에 대한 무례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47. 일반 대중을 위한 생명 교육과 홍보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할 수 있겠습니다. 공개적인 성명서나 보도 자료, 뉴스, 가치가 있는 행사에 대한 안내와 그러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중 매체 기자들과의 대화, 그리고 생명 교육 자료의 개발과 배포 등의 방법들이 있습니다. 특히, 신문 광고나 많은 사람을 겨냥한 홍보와 광고 캠페인은 물론, 지역 상업 시설이나 공동체 건물, 본당 등에 게시하는 전자 광고판과 포스터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전국 차원의 생명운동 기구나 교구, 본당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목적 배려와 지원(支援, Pastoral Care)
48. 세 번째는 사목적 배려와 지원입니다. 사목적 배려와 지원에는 영성적 지원과 필수적인 물질적 도움이 포함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목적 배려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교회가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그의 사랑을 표현하는 우선적인 방법입니다.
49. 사목적 배려와 지원의 대상으로서 먼저, 임신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미혼모 등 낙태의 위협에 취약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위기 임신으로 낙태를 고려하는 여성에게 낙태의 대안으로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도 교육적인 정보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임신한 여성들이 출산 전과 출산 후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신생아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물론, 산모를 위한 영양 관리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임신한 여학생의 경우, 출산 후에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학교 정책,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상담과 다양한 지원도 요구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본당 차원에서 직접 실시하거나, 본당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지역 내 의료 또는 사회 복지 서비스 기관과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입니다.
50. 남녀 젊은이들에게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도록 참된 성과 사랑의 의미를 교육하고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가톨릭 교회에서 권장하는 ‘자연적 출산 조절 방법’이나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인 ‘틴스타’ 교육 등을 확대 실시함으로써 이들이 ‘정결의 덕’과 ‘생식력 인식(認識, fertility awareness)’ 훈련을 받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51. 또한 비록 임신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을 겪지 않더라도, 아이를 잉태한 부부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 주어야 합니다. 가끔 부모가 되는 일에 관하여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하는 문화 속에서, 교회가 본당이나 교구 차원에서 임신을 새로운 생명의 선물로 경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52. 낙태 이후, 치유와 화해를 위한 사목적 배려와 지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므로 확대가 시급한 활동 분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낙태 이후에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경험하지만, 이들을 도와주는 전문가나 전문적인 프로그램은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교구 차원의 프로그램, 흔히 ‘라헬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낙태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영적이고 심리적인 돌봄과 함께 화해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미국 주교회의 사목 계획서). 한국 교회도 이러한 낙태 이후의 치유와 화해를 위한 사목적 배려와 지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제와 전문 상담사를 많이 양성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53. 본당 차원에서, 말기 임종 환자나, 이러한 환자를 둔 가정들을 돕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지역 호스피스 센터 등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활동에 오래전부터 참여해 온 본당의 연령회원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 구역장과 반장들은, 자신들이 생명운동의 일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기쁘게 봉사할 수 있게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가정에서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을 위한 휴식 제공 프로그램, 가정 간호 방문 프로그램까지도 개발하고 제공하기를 권고합니다.
54.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온전히 환영함으로써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오게 하는 노력과 감옥에 갇힌 이들과 그 가족들, 감옥 안에서 어머니가 된 사람들, 사형수들, 폭력 범죄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도움을 주는 교정 사목 역시 생명운동의 사목적 배려와 지원 영역에 있음을 강조하고 더욱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해야 하겠습니다.
법률과 정책
55. 네 번째는 법률과 정책을 통한 생명 수호와 지원입니다. 법률의 제정과 정책 결정을 통해서 인간 생명의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보호하고 인권과 공동선을 우선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임입니다. 따라서 교회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국가 지도자들이 그러한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촉구하고, 생명 수호에 역행하는 정책과 법률에 대해서는 개정을 촉구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인류는 오래전부터 생명을 거스르는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오지 못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미 “온갖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스르는 모든 행위와 지체의 상해, 육체와 정신을 해치는 고문, 심리적 억압과 같이 인간의 온전함에 폭력을 자행하는 모든 행위는 물론 인간 이하의 생활 조건, 불법 감금, 추방, 노예화, 매매춘, 부녀자와 연소자의 인신매매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 이는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이다.”(사목 헌장 27항)라고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온갖 생명에 대한 공격을 단죄한 바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국가가 법률과 정책을 통하여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교회의 예언자직에 해당하는 사명입니다.
56. 공직자, 국회 의원, 지역 자치 단체장, 지역 자치 단체 의원 등과 같이 정책을 만들고 입법 활동에 참여하는 국가 지도자들 가운데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반생명적인 법안이나 정책에 반대해야 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 존중을 위한 정책 결정과 법률 제정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모자 보건법’,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사형 제도 등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고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반생명적인 규정들을 담고 있으므로 개정되거나 폐지되어야 합니다.
57. 앞으로 생명 관련 법률과 정책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곧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하여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낙태는 금지되고 낙태 시술을 가능한 최대로 제한해야 합니다. 또한 인간 복제와 인간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의 금지, 사형 제도의 폐지, 말기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의 장려와 지원, 미혼모 지원, 장애아 지원에 노력해야 하며, 소극적 안락사 합법화 시도를 방지해야 합니다.
인간 생명과 관련된 법률과 정책은 전국 또는 각 지역 차원에서 올바르게 계획되고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단지 가톨릭 교회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 종교나 크고 작은 일반 시민 단체들의 폭넓은 협력과 공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제3장. 생명운동 지침 이행하기
58. 생명운동은 어느 특정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모두의 일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공동체의 모든 기관, 단체와 조직을 통하여 생명의 복음을 전하고 생명운동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다음에 제시된 내용은 인간의 생명권을 보호하며 증진하고자 그 모범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가 정
59. 가정은 가장 작은 교회요 ‘생명의 성역’입니다. 따라서 생명운동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가족은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생명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① 기도 운동: 자주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할 때, 생명 문화 건설을 기원하는 일.
② 교육 운동: 자녀 교육의 1차적 교사인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성(性)의 의미와 생명의 존엄성을 가르치는 일.
③ 홍보 운동: 수정되는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은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웃에게 널리 알리는 일.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 생명운동과 관련하여 반생명적 기사나 보도를 볼 때, 신문과 방송에 전화나 전자 우편을 통하여 자신의 뜻을 밝히는 일.
④ 참여 운동: 이웃의 만성 질환자와 임종하는 이들을 돌보고, 장기 기증 운동에 동참하는 일. 본당 생명 위원회에 협력하여 전화, 문자 ․ 전자 우편 보내기, 편지 쓰기, 엽서 보내기 등 캠페인에 동참하는 일.
본당 생명 위원회
60. 본당 생명 위원회는 본당 안에서 생명운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본당 생명 위원회는 독립된 위원회가 될 수도 있고, 평신도 협의회 가정 분과 소위원회일 수도 있습니다. 본당 생명 위원회는 본당 신부가 임명하며 그룹 대표와 함께 약간 명의 위원들을 둘 수 있습니다. 특히 평신도 협의회, 여성 단체, 레지오 꾸리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 위원회는 경험 있는 전문가(의료, 홍보, 사회 복지 등)들이 위원으로 포함이 될 수 있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본당의 생명 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일을 담당합니다.
① 기도 운동: 모든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초점을 맞춘 미사와 기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
② 교육 운동: 본당 안에서 생명의 존엄성 의식을 높이고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 예비자 교리에서 생명 교육을 지원하는 일. 필요에 따라 적절한 자료들을 신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일. 낙태 후의 여성을 돌보고 지원하는 일. 임신과 관련된 어려움을 가진 여성들을 상담하고 돕는 일. 본당 생명 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정보를 나누는 일.
③ 홍보 운동: 생명운동과 관련하여 신문과 방송 매체를 모니터하는 일과 그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교구 생명 위원회와 협력하는 일.
④ 참여 운동: 만성 질환자와 임종하는 이들을 돌보는 일. 장기 기증 운동에 협력하는 일. 지역 생명 수호 단체들에 협력하는 일. 본당에서 태아들과 그 어머니들을 위하여 관심을 보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 임종하는 사람들, 장애인들, 사형수들과 그들에게 피해 받은 사람들을 돕는 일. 본당 신자들에게 생명 관련 입법 정보를 알려주는 일. 교구 생명 위원회에 협력하여 전화, 문자 ․ 전자 우편 보내기, 편지 쓰기, 엽서 보내기 등 캠페인에 동참하는 일.
교구 생명 위원회
61. 교구 생명 위원회는 교구 안에서 생명운동을 권장, 지원,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교구 생명 위원회는 교구장 주교가 임명하며, 책임 사제와 함께 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사람을 둘 수 있습니다. 곧, 가톨릭 단체(평신도 협의회, 여성 연합회, 레지아, 세나투스 등) 대표, 경험 있는 전문가(법조, 의료, 홍보 등)와 지역 생명 수호 단체 대표들이 포함 될 수 있습니다. 교구의 생명 위원회는 다음과 같을 일을 담당합니다.
① 기도 운동: 모든 인간 생명의 신성함에 초점을 맞춘 미사와 기도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조정하는 일.
② 교육 운동: 필요에 따라 적절한 자료들을 제공하면서, 교구와 본당의 생명운동 정보 제공과 교육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지도하는 일. 낙태 후의 여성을 돌보는 사목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일. 임신과 관련된 어려움을 가진 여성들을 상담하고 돕는 지역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일. 본당 생명 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정보를 나누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
③ 홍보 운동: 생명운동과 관련하여 신문과 방송 매체를 모니터하는 일과 그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하는 일. 적절한 생명 수호 광고와 캠페인을 수행하는 일.
④ 참여 운동: 임종하는 이들을 돌보는 지역 프로그램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일. 장기 기증 운동에 협력하는 일. 지역 생명 수호 단체들과 협력하는 일.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 의원들이 생명 수호 입법을 지지하도록 하는 일과 선출된 공직자들과 개개인과 책임 있고 효과적인 대화 통로(방문, 서신, 전화, 문자, 전자 우편 등)를 만드는 일. 주교회의 생명운동 본부와 협력하는 일.
주교회의 생명운동 본부
62. 주교회의 생명 윤리 위원회 생명운동 본부는 전국적 차원의 생명운동, 곧 생명의 실천적인 면을 담당합니다. 생명운동 본부는 운영 위원회와 각 교구 생명 위원회 책임 사제들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운영 위원회는 전국 가톨릭 단체(평신도 협의회, 여성 연합회, 세나투스 등) 대표로 구성되며, 경험 있는 전문가(법, 의료, 입법 등)들이 포함이 되어야 합니다. 생명운동 본부의 역할은 다음과 같고, 생명운동 본부는 이 생명운동 지침 이행 현황에 대해서 주교단에 정기적으로 보고하여야 합니다.
① 기도 운동: 전국 차원의 미사와 기도가 이루어지도록 자료와 기회를 제공하는 일.
② 교육 운동: 전국 차원의 각종 연수와 세미나를 열고, 교육 자료를 마련하여 제공하는 일.
③ 홍보 운동: 전국 차원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홍보하는 일. 사회적 경향, 입법 경향, 정치적 경향 등을 모니터하며, 특히 정부의 경향과 생명 보호 의무에 대한 이행 여부를 모니터하는 일.
④ 참여 운동: 주교회의 생명 관련 전국 위원회와 협력하는 일. 전국 생명운동 단체와 해외 생명운동 단체와 협력하는 일. 교구 생명 위원회와 협력하는 일. 타 종교와 함께 생명운동에 협력하는 일. 장기 기증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일. 생명 수호 입법과 개정을 위하여 노력하는 일. 선출된 공직자들과 후보자들이 인간 생명 존중 정책을 펴도록 전화, 문자, 전자 우편 보내기, 편지 쓰기, 엽서 보내기 등을 통하여 하는 일.
결 론
63. 우리 주교들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불가침성을 꾸준히 강조하여 왔습니다. 생명 존중에는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임신되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존중되어야 합니다. 태어났든 태어나지 않았든지, 신체가 건강하든 건강하지 않든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모두가 소중한 인간이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성인의 난치병 치료를 위하여 배아의 생명을 침해해서도 안 되며, 여성의 권리를 외치면서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전쟁이나 사형 반대 등 사회 정의를 외치면서, 배아 연구나 낙태를 찬성하는 것과 무관심은 모순입니다.
64. 우리는 또한 죽음의 문화로 말미암아 버림받거나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사목적인 배려를 제공해야 합니다. 생명을 돌보는 기관, 혼인과 가정 문제 상담 기관들, 미혼모 시설, 장애인 시설 등 각종 사회 복지 시설, 그리고 각 본당에서는 연약한 생명을 위한 사랑의 봉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사랑의 실천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생명의 복음」, 87항).
65. 생명을 위한 우리의 투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생명의 신성함이 언제 어디에서 위협받든지 생명의 신성함을 소리 높여 외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은 생명을 위하여 파견되었습니다. 우리가 생명에 대하여 봉사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의무입니다(「생명의 복음」, 79항). 생명을,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위해 봉사하십시오! 오직 이 방향에서만 진정한 정의, 개발, 참된 자유, 평화와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생명의 복음」, 5항).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상기시켜 주시듯이, 생명권을 인정하고 옹호하지 않는다면 공동선의 증진은 불가능하며, 개인들의 다른 모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은 생명권 위에 성립되며, 생명권에서부터 생겨나기 때문입니다(「생명의 복음」, 101항).
66. 이 생명운동 지침을 읽는 모든 사목자는 자신의 사목 현장에서 이 지침서가 제시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생명운동을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신자들도 각자 생활 현장에서 생명을 위해 봉사하고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꾼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선의의 모든 사람도 기꺼이 생명운동에 동참하시기 바랍니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입니다. 어떤 개인이나 집단만이 생명을 보호하고 증진할 독점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생명의 복음」, 91항). 우리는 생명에 봉사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을 높이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에 힘쓸 것입니다.
이 땅에 생명의 문화가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하며, 생명의 문화 건설에 애쓰는 모든 분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10년 10월 13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참고 문헌
1. 레오 13세,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
2. 요한 23세,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1965.
4. 바오로 6세,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 1968.
5. 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공 유산 반대 선언문」(Quaestio de Abortu), 1974.
6. 교황청 과학원, 「인공적 생명 연장과 죽음의 정확한 순간의 결정에 관한 선언」, 1985.
7. 교황청 신앙교리성,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생명의 선물」(Donum Vitae), 1987.
8. 요한 바오로 2세, 「가정 교서」(Gratissimam Sane), 1994.
9. 요한 바오로 2세,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1995.
10.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료인 헌장」(Charter for Health Care Workers
), 1995.
11. 교황청 생명학술원,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에 관한 선언」, 2000.
12. 미국 주교회의, 「생명 수호 활동을 위한 사목 계획」(Pastoral Plans for Pro-Life Activities: A Campaign in Support of Life), 1975.
13. 미국 주교회의, 「생명의 복음을 실천하기」, 1998.
14.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