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운文運이 왕성한 해
- 2022년 우리 집 11대 뉴스 -
은빛수필문학회 정석곤
임인년壬寅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나라 안팎이 코로나19가 꺾이지 않았지만, 조심스레 일상을 회복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세계적인 경제 대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윤석열 정부(3.9 대선 48.9% 득표율)가 들어섰지만 여야 정쟁으로 국정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집도 잠시 먹구름이 드리웠으나, 하나님께서 빛을 비추시어 거치고 좋은 일들이 많았다. 올해는 특별히 열한 개를 골라 우리 집 뉴스로 정하였다.
하나, 내 집 마련의 꿈
서울 강동역 앞 8평 오피스텔에 친구와 살면서 직장을 다닐 때 집다운 집을 갖고 싶었다. 신혼살림을 시작한 성남시 분당 반지하, 태산이와 태이가 태어난 빌라 옥탑, 태건이가 태어난 첫 아파트인 한진 8단지 꼭대기 층, 또 옆쪽으로 이사를 했다.
셋째가 태어나면 청약은 딴 당상이라 골라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넣는 족족 떨어졌다. 이제 치솟는 집값에 전주나 정읍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나 생각했다.
8월, 특별공약 청약 접수를 하고, 행여 복 달아날까 봐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첨자발표일까지 밤마다 꿈을 꾸며 어찌나 맘을 조였는지 모른다. 8월 12일 아침 8시, 드디어 당첨되었다!! ‘금토지구’ 청약 당첨문자를 받고 자는 남편과 삼남매를 두고 거실에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
아직 입주까진 치러야 할 고생이 남았지만, 우리 삼남매에게 빌린 집이 아닌, 이사 안 가도 되는 우리 집을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막내며느리 씀-
둘, 이현이, 무봉초등학교 졸업과 다원중학교 입학
이현이는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학급 분위기도 좋았던 덕에 즐겁게 생활했다. 졸업할 무렵에는 이렇게 좋은 분위기의 학급을 떠나야 한다는 게 아쉬웠다. 졸업식 날 선생님께서 많이 우셨다. 선생님도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지망한 다원중학교에 배정받고 첫 등교를 하던 날이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작년에 즐겁게 생활했던 걸 떠올리자 마음이 좀 놓였다. 다행히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2학기에는 학급 임원도 맡고 상도 받으며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지금처럼 남은 중학교 기간도 잘 지낼 것이라 믿고 날마다 응원해 줘야겠다. -둘째 며느리 씀-
셋, 백 점짜리 남편
미안쩍기도 한데 올해부터는 남편이 설거지와 빨래를 담당하기로 단단히 약속했다. 지난 20여 년의 결혼생활 동안 집안일에 소홀했던 세월이 미안하다며 앞으로 20년은 자기가 봉사하겠다고 했다. 설거지와 빨래는 손도 안 대던 남편이 그런 단의 말을 할 때 처음엔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을 지켜보니 약속을 지키려고 제법 열심을 낸 모습이 고맙고 흐뭇했다.
직장 동료들에게 남편이 설거지랑 빨래를 맡아서 한다고 은근히 자랑할 때면 모두 정말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학원 과정 이수도 협력하겠다고 했다. 정말 백 점짜리 남편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하다. -큰며느리 씀-
넷, 오른쪽 사타구니 위쪽 탈장 수술
11월 28일, 오른쪽 사타구니 위쪽 탈장 수술하려 예수병원에 입원했다. 이튿날 오후 3시쯤 수술실 입구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서 암송한 성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사야 41장 10절이 눈에 들어와 힘이 솟았다. 계속 암송하면서 수술실로 갔다. 하반신을 마취하려 척추에 마취 주사를 세 번을 놓았다. 배꼽 밑에서부터 힘이 빠지며 마취가 되어갔다. 전신마취를 안 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했다. 눈앞을 연한 녹색 종이로 가리고 1시간 15분쯤 수술을 마쳤다.
회복실에서 30분간 간호사와 대화를 나누다 입원실로 왔다. 다음다음 날 퇴원하여 곧바로 가람한방병원에 입원했다. 나흘 만에 퇴원한 후 바로 예수병원 담당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수술도 잘 되고 경과도 좋다는 말을 들으니 다 낳은 것 같았다.
다섯, 아내, 김광숙 권사의 약식 칠순 잔치
아내, 김 권사는 칠순이 작년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 주춤과 재확산 가운데 생활했다, 그걸 핑계로 아내의 칠순 추억거리가 없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작년엔 국내 여행마저 못 해 미안함 뿐이었다.
올핸 대가족이 생일 전날인 11월 19일(토), 약식 칠순 잔치를 하려 모였다. 손자 채운이가 중학교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이라 함께 못해 서운했다. ‘장수버섯마을’에서 저녁을 하고 집에서 시편 23편을 묵상하며 칠순 축하예배를 드렸다. 축하 노래를 부르고 손뼉 치며 목청껏 축하한다고 외쳤다. 손자 태산이가 할머니께 손편지를 읽었다. 며느리들은 아내와 며칠 전부터 소통해서 산 ‘명품 핸드백’과 돈꽃다발을 안겨주어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제 아내도 내 맘보다 몇 배 흐뭇했을 것이다.
여섯, <싸리비의 합창>으로 행촌수필문학상 수상
수필로 등단하고 바로 행촌수필문학회에 가입해 13년째다. 편집위원 2년과 감사 4년을 맡고 이제 이사다. 10월 초, 행촌수필문학상 운영위원회에서 수상 후보자로 추천되어 최근 5년 이내에 출간 수필집《꼭 하고 싶은 말》을 제출했다. 타고 싶은 문학상이지만, 2명 시상에 배수 추천이라 기대 반 의심 반이었다.
열흘 후 양영아 회장한테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축하 메시지와 전화를 받았다. 시상식은 12월 9일(금) 오후 4시에 연가 3층에서 김 영 전북문인협회장, 소재호 전북예총회장 등 내빈들과 축하객들 그리고 회원들이 모여 가졌다. 문학상수상자로 수준 높은 수필을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일곱,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합격
나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국립의료원간호대학을 입학했다. 3년 과정을 마치고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바로 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했다. 결혼 후 계속 공부를 해 보육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4년제 대학교도 편입학해 열심히 공부하여 졸업했다.
올해는 숙명여자대학교 원격대학원 음악치료학과의 입학 선수학습을 했다. 11월에 지원하여 합격해 내년에는 입학하게 되었다. 남편도 좋아하며 협력하겠다고 하니 자신감이 더 생겼다. 피아노 연주도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니까 주경야독하여 대학교수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 -큰며느리 씀
여덟, 아인초등학교로 전근
공립학교 교사라면 피할 수 없는 게 전근이라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번엔 추억할만한 기억으로 남았다. 예솔초등학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없이 연속으로 5년을 근무한 첫 번째 학교이었다. 학교를 전근할 때 작별 인사하며 눈물을 보이는 동료 교사들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알게 되었다. 송별식 때 눈물이 날 정도로 이 학교롤 떠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세운 학교도 아닌데 유독 서운했던 것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 것 같았다. 특히 마지막 해 6학년 부장을 하면서 무조건 부장님 오케이!를 외치며 함께 해 준 동학년 교사들의 영향이 컸다. 다음에 꼭 같은 학교에서 만나서 동학년을 하자며 약속하고 아인초등학교로 떠났다. 새 학교도 평이 좋아 앞으로 어떤 좋은 사람들을 만날지 큰 기대가 된다. -둘째 며느리 씀-
아홉, 태남매 TV 유튜브 채널 오픈
지난 2월, 태남매 TV 유튜브 채널을 오픈했다. 삼남매의 일상을 올리며 추억을 많이 쌓은 것 같았다. 동생 태이와 맨날 싸우던 오빠였다. 태이와 둘이서만 벚꽃놀이, 도서관 가기, 포켓몬 빵 찾기 투어 등등 서로 의지하며 신나게 활동했다. 남매끼리의 우정도 돈독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영상을 올리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태남~! 태남~!" 별명으로 불렀다. 내가 만든 용어를 친구들이 유행어처럼 말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또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하면서 우정도 나누고, 우리 채널을 홍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은 별로 올리지 않지만, 아빠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자주 올리고 싶다. -막내네 큰 손주 정태산 씀-
열, 은빛수필문학회장 임무 수행
정년퇴임 후 2013년 2월에 은빛수필문학회를 가입했다.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야간 수필창작반에서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으로 전학한 때였다. 고 김학 교수님께서 양쪽을 강의하셨다. 문학회에서 감사, 편집국장을 각 2년씩에다 이어서 부회장 4년을 맡았다. 임원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다 못해 자책감뿐이었다. 그런데 2월 19일(토) 정기총회를 위임받은 임원회에서 9대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문학회를 위한 봉사직으로 알고, 회칙 목적을 회장의 책무로 삼고, 회원들과 의사소통하며 회원들 수필창작활동의 활성화에 힘을 써왔다.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11월 21일(월) 안골노인복지관에서 ‘은빛수필 문학 한마당’도 성황리에 마쳤다.
열하나, 제4 수필집《곤드레나물》출간
2020년 월에 제3 수필집을 발간하고도 수필통장에 20여 편이 남았다. 코로나19를 핑계로 글쓰기가 터덕거려졌다. 이태 동안 게으름과 싸우며 겨우 40편을 채웠다. 올해는 작년에 못 이룬 제4 수필집 발간의 꿈을 꼭 이루고 싶었다. 전북일보 금요수필, 새만금일보 아침이슬에 기고한 글에다 전북도민일보 제10기 도민기자로 활동할 때 보도된 기사를 보태어 편집했다.
드디어 11월 11일(금)에 제4 수필집을 500부 출간했다. 출판비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2022년 지역문화예술육성사업 지원금과 작년에 받은 은빛수필문학상 상금으로 했다. 제1, 2, 3 수필집보다 더 의미가 담긴 출간이라 여겨져 자랑스럽다.
이밖에도 슬우의 교회 견신례堅信禮와 간호대학교의 1학년 과정 이수 그리고 군대 신체검사, 채운이와 슬아의 창의고등학교 한일고등학교 합격이 있다. 또 슬우네 모자母子가 운전면허 취득 등이 있다.
밝아오는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태건이 유치원, 채운이와 슬아의 고등학교 입학과 슬우의 군 복무가 시작된다. 또 예측 못 할 좋은 일들이 알알이 맺힐 걸 믿고 하나님께 미리 감사드린다.
(2022.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