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이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저는 아시아지역은 우선 제쳐두고 냅다 유럽쪽으로 달렸습니다. 그 작전이 주효해서 양질의 땅을 확보할 수 있었고, 건물을 지으면서 꾸준히 수입을 올릴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범이는 스타트가 제일 빨랐음에도 황금열쇠에 발목을 자주 잡히는 바람에 별로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건물이 없는 땅에서 지대료 몇 푼 받으면서 세계 각지를 관광하는 바람에 파산위기에 쉽게 몰렸습니다. 빠르게 판을 돌면서 월급으로 버티다가 끝내 제가 소유하고 있는 런던의 시가 260만원의 초호화시설에 묵으면서 화려하게 파산을 했지요...
우리가 예상하기로는 다음으로 유리나가 파산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리나는 어리버리하면서도 은근하게 버텨냈고, 결국 혜명이가 졸음을 못 견디면서 런던에 투숙하는 바람에 게임은 끝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해도 전혀 낯설지 않은... 역시 고전은 달랐습니다. 부루마블을 하면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방학이면 친척집에 자주 놀러갔는데 저는 거기서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모든 게임과 도박을 섭렵했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대전 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마스터하면서 중학교에서 사천왕이라 불렸던 시절이었지요.또 밤이면 부루마블을 하면서 밤을 샜습니다. 절대 파산이 없었습니다. 은행에서 융자얻어서 계속 게임을 했습니다.
낮이면 오락실에 가서 오락하고, 밤이면 부루마블을 했던 그 시절이 어쩌면 제겐 진정한 '무진'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루마블을 어느 정도 하면서 돈의 맛을 알아가던 우리는 드디어 실제 도박에 손을 대게 됩니다. 점10으로 시작된 고스톱을 시작으로 포카, 훌라, 뽕, 도리지꾸땡, 섯다에 이르기까지... 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화투와 카드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홍콩영화들을 보면 마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는 그 마작이 하고 싶었습니다. 동네에서는 팔지도 않는 마작을 청계천에까지 가서 5만원을 주고 세트를 샀을 때는 정말 매니아만이 느낄 수 있는 전율에 온 몸을 떨었습니다.
설명서를 읽으면서 조금씩 마작을 익혔지만 영화만큼의 멋을 우리는 끝내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즐길만한 시간도 많지 않았고, 큰 형이 수헙생이 되면서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것이 마지막 낭만이었습니다. 미치도록 게임에 몰두하고, 도박에 탐닉했던 그 시절이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나이를 먹고 각자의 삶에서 여유를 찾지 못한 우리는 다시 뭉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숨어서 하지 않고 떳떳하게 해도 되는 나이지만 얼굴보기도 힘든 현실입니다.
부루마블 때문에 그 동안 감겨있던 실타래가 너무 많이 풀려버렸습니다.
눈도 풀리고... 이제는 자야겠습니다.
첫댓글 요즘 최고의 인기는 만화 '타짜'에 등장한 '홀팀'..ㅋㅋ 언제 시간나면 해보자. 눈도 풀리고 이제는 자야겠지만.... 잘 수 없을껄..쿡쿡쿡
부루마블을 하며.... 10대 초반 경제에 대해 눈을떴죠.... 그땐 부동산이 정말 그렇게 땅따먹기식으로 쉽게쉽게 생기는 줄 알았었죠...ㅡ,.ㅡ; 난 그거...이름 기억 안 나는데 중세신분계급 게임이 재밌던데...^^
게임할 때의 영권이의 초롱초롱한 눈빛! 다음 기회에 또 보자구~
음...보드게임 정말 재밌어요. 뭐 블럭쌓은 거 무너뜨리기나, 간단한 카드게임들도 재밌구요, 도둑잡기란 것도 있는데 그것도 재밌더군요~~ 담엔 함께해요~~
오빠! 정말 잘하더라~~^^ 동심 속의 오라버니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