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두절미(去頭截尾)
머리와 꼬리를 잘라버린다는 뜻으로, 앞뒤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감을 말한다.
去 : 없앨 거(厶/3)
頭 : 머리 두(頁/7)
截 : 자를 절(戈/10)
尾 : 꼬리 미(尸/4)
(동의어)
단도직입(單刀直入)
어떤 말을 하거나 일을 할 때 정작 중요한 요소는 빼 놓고, 이것저것 군더더기만 늘어 놓다 보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나 일은 놓쳐 버리는 수가 있다.
또 대화나 논의를 할 때 부연설명만 길게 늘어 놓으면 듣는 사람들이 곧 싫증을 내고 만다.
따라서 말을 할 때 핵심이 되는 요소만 골라 짧고 정확하게 뜻을 전할 수 있다면, 그만큼 효과적인 말도 없을 것이다.
거두절미는 쓸데없는 것은 다 버리고 핵심만 말하겠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조금도 축내거나 버릴 것이 없는 요점만 취한다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말로 단도직입(單刀直入)이 있다. 혼자서 칼을 휘두르며 곧장 적진으로 쳐들어 간다는 뜻으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군말이나 허두를 빼고 요점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쓸데없는 말만 하면서 입술과 혀만 수고스럽게 하는 것을 도비순설(徒費脣舌)이라고 한다.
옛날에 짚신을 삼아 내다 팔아서 어렵게 살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이들 부자는 하루에 짚신을 각기 한 죽하고도 반을 삼는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었다. 모양도 색깔도 전연 차등 없이 모두 한결같이 잘 만들어진 짚신이었다.
그러나 가지고 나가면 잘 팔리긴 했지만, 아들 짚신은 아버지 짚신의 절반 값밖에 받지 못했다. 아버지 짚신이 다 팔려야 비로소 아들 짚신은 헐값으로 팔리는 것이다. 번번이 그랬다.
너무나 속도 상하고 궁금했던 아들은 왜 아버지 짚신은 값을 더 내고 사가느냐고 수없이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얘기해 줘도 모른다면서 도리질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노환으로 임종 직전에 이르렀다. 아들은 비통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짚신 삼는 특별한 비법을 알아내려 안달이 났다.
아버지, 아버지 짚신이 값을 더 받는 까닭을 이젠 말씀해 주셔야죠? 그래야 제가 밥 굶지 않고 살 게 아닙니까요.
아들의 간청을 듣고도 아버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다가 막 숨이 넘어갈 무렵에서야 마지못해서 “털, 털, 털” 겨우 이 세 마디를 중얼거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고 한다.
누구나 잘 아는 짚신장수 부자의 이야기이다. 털, 털, 털이야말로 거두절미의 진수를 알게 하는 말이다.
좋은 짚신을 만들려면, 여차여차 해서 끝손질을 잘해야 한다는 비법을 철저하게 거두절미해 버렸다.
아버지는 죽으면서도 옹졸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아들에게도 짚신에 붙은 터럭을 잘 다듬는 솜씨를 전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거두절미란 말은 우리가 흔히 쓰고는 있지만 사실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한다. 머리를 없애고 꼬리를 끊으라니 말(言)인들 가운데 토막만 남아서야 어찌 제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어질증이 생길 것처럼 바삐 돌아가고 변하는 세상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빨리빨리 문화에 중독되었음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다.
이런 현대인이고 보니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고, 앞뒤를 따지고 좌우를 언급할 경황이 없다. 주언 부언 사설은 집어치우고 빨리 요점만 말하라.
전제나 둘러가기 따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단도직입적인 말솜씨만이 현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첩경이라 여질 정도다. 거두절미는 절제된 화법과는 아주 다르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심문할 때 피의자 압박용으로 거두절미를 절대 필요로 한다.
혐의가 있는 범죄를 자백하라고 다그치는 판에 결백을 입증하려는 자초지종은 범죄를 은폐하려는 수작이라 단정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 공연한 말장난은 기소된 연후에 변호사에게 위임하면 된다고 내친다.
거두절미가 펄펄 뛰는 곳이 또한 군대이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에서, 또한 무에서 유를 만드는 군에서는 예, 아니요만 있다.
선(先)은 이렇고 후(後)는 어쩌고 떠벌이다가는 언제 적탄에 맞아 전사할지 모른다고 간단 명료를 명령한다.
이 같은 특수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별스럽지 않게, 아니 자주 습관처럼 거두절미에 깊숙이 젖어 있다. 생선 가운데 토막 같은 언동이 횡행하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대화에 있어서 거두절미는 편의적인 안이성보다는 거의 부정적인 측면을 더 갖고 있다.
남을 음해하거나 자신을 정당화할 때, 입만 있고 귀가 없을 때, 필요에 따라 사실을 각색, 왜곡할 때에 원인과 결론을 철저히 생략해 버린다.
그래서 대화가 편중되거나 중단된다. 걸핏하면 서로 의견 차이와 오해가 생기고 종내는 언성을 높이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진다.
역시 거두절미는 그다지 바람직 하지 못한 언동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점점 거두절미의 늪으로 빠져 들어서 야단이다. 인터넷으로 신문들을 열어보면 세계의 중요한 움직임을 한눈으로 읽을 수 있다.
한결같이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이며 선동적인 요점 표제들이 나열되어 있다. 육하원칙에 따른 보도기사를 독자들이 접하도록 하자면, 고도로 응축된 제목으로 눈길을 잡아끌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제목만 훑어본다. 다만 거두절미로 생략된 보도 내용이 귀에서 귀로 제멋대로 돌아다닌다.
심지어 어느 경우에는 마음대로 엉뚱한머리와 꽁지를 만들어 붙이고 심지어 기사의 요점까지도 요리되어 귀신처럼 바람소리를 내며 횡행하는 통에 걷잡을 수 없는 악성 유언비어에 세상이 시달림을 받고 있다.
내가 캐나다에 이민해서 불가불 거두절미의 인생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영어가 문제였다.
주 정부에서는 새로운 이민자들에게 ESL(English Second Language)에서 교통비까지 지급하면서 무상으로 생활영어를 가르친다.
여기에서 교사는 피교육자인 이민자들과 일대일 문답을 하는데 반듯이 제대로 된 문장처럼 대답하라고 요구한다.
예를 들면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한국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기를 바라지만, “코리아”라고 나도 모르게 거두절미한 단답(短答)을 하고야 만다. 영어에 자신 없고 긴장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문제는 내가 이민을 살면서 부지불식간에 거두절미의 인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민 칠팔 년이 되면서 새로 이민한 사람들로부터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가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고 지적받기 시작했고 한국에 가서는 말투에서 이민 티를 낸다는 빈축을 사기에 이르렀다. 역시 원인은 거두절미를 앞세운 말버릇에 있었다.
말은 의사 표현의 주역이다.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육하원칙까지야 가지 않더라도 요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작과 끝도 아우르는 게 필수가 아니겠는가.
인간사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반듯이 흐름이 있는 법이다. 꿈에서 떡 먹듯 핵심이나 결과만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 핵심은 결과가 아닌 온 힘을 다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는 요즘 이러다가 머리도 꼬리도 잃을 뿐만 아니라 ‘털’ 소리 한 번 못하고 마는 게 아닌가, 더럭 겁이 날 때가 있다.
힘 있는 말은 간명하다
평소와 다르게 아버지는 소파에서 등을 떼고 내 말을 경청했다. 군 복무 중 포상휴가를 받아 아버지 회사에 들렀을 때다. 비서 안내를 받아 사장실로 들어가자 아버지는 놀란 표정이었다. 아버지가 전에 없이 내 말에 관심을 보이자 신나서 여러 얘기를 했다.
아무나 포상휴가를 받지는 않는다. 비록 일등병이지만 군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주로 하는 일은 군의 작전계획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자 더는 말할 게 없었다. 휴가 중에 쓸 용돈이나 얻으러 들렀으나 그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말을 마치자 아버지가 "네가 말하려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대답도 못 했다.
아버지는 "삶은 전쟁이다. 집이 아닌 내 삶의 전쟁터 같은 직장으로 찾아왔으면 특별히 할 말이 있을 줄 알았다. 네가 한 말은 전장에서 할 게 아니다"고 야단쳤다. 이어 아버지는 "목적 없는 말은 힘이 없다. 힘없는 말은 맥쩍다. 힘 있는 말은 간명하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최고 브리핑은 송요찬 수도사단장이 전쟁 중 미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방한한 아이젠하워에게 한 영어 브리핑을 꼽는다"고 예를 들었다.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아버지가 말씀하신 송 사단장의 전황 브리핑은 이랬다. "이게 대한민국 지도입니다. 이쪽이 일본과 접한 동쪽, 중공과 접한 이쪽이 서쪽, 소련과 맞댄 북이 중공군과 남으로 침공했습니다. 각하가 있는 곳은 여깁니다. 적과 대치한 여기가 38선입니다. 현재 아군 사기는 100%, 계속 진군 중입니다."
아버지는 "말은 때와 장소를 가려 해야 한다. 브리핑은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한다"며 "아이젠하워는 브리핑을 받고 송 장군에게 '내 군 생활 중 가장 잘한 브리핑이다'며 칭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당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사실이다. 기사는 '아이젠하워 당선자는 1952년 11월 21일, 수도사단의 전방 지휘소인 백석산 정상에 도착해 수도사단장으로부터 전황을 청취하고, 한국군의 사기를 북돋웠다. 아이젠하워 당선자는 한국군의 용기를 칭찬하고, 승리를 위해 미국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아이젠하워의 방문은 한국군의 전투 의지를 높이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약속대로 미국의 한국 지원 확대로 이어졌고 한국군의 전투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언론에 공개된 그 날 영어 원문브리핑 내용은 아버지 설명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극찬을 받은 송 사단장의 브리핑은 매우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낸 것으로 평가했다. 기사는 이어 '당선자는 한국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그의 약속은 전쟁에 지친 한국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논평했다.
아버지는 이어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거두절미(去頭截尾)'다. 쓸데없는 군더더기는 빼고 핵심만 취한다는 말이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온다.
진(秦)나라 재상 이사(李斯)가 보고 중에 한비자(韓非子)의 법치주의 논리를 설명하려 하자 진시황이 이를 제지하고 본론만 말하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라! 머리와 꼬리를 떼어버리고 핵심만 취하라! 너희들은 법을 알면서도 어기거나 왜곡하는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것이다."
진시황은 일찍이 한비자의 저서를 읽고 크게 감동해 중용하려 했으나 동문수학한 이사가 모함해 그를 자결하게 했다.
아버지는 "중요한 말은 빼놓고, 군더더기만 늘어놓다 보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놓쳐 버리기 쉽다. 부연설명만 길게 늘어놓으면 듣는 사람이 곧 싫증 내고 만다. 핵심이 되는 요소만 짧고 명확하게 뜻을 전달해라. 그만큼 효과적인 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인간의 주의 집중 지속시간은 평균 25분이지만, 5분 넘는 말은 경청하지 않는다. 주의력이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말에 간명성을 갖춰라. 주의를 집중시키고, 상대의 관심을 끌고, 논리적인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면 귀납법이어야 한다”고도 주문하며 “인생도 마찬가지다. 복잡할 필요가 없다. 간명하게 해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도망치듯 문을 나섰다. 밖에서 아버지의 큰소리를 다 들었을 직원들이 일제히 쳐다봤다. 포상휴가였어도 결국 집에 들르지 못했다.
아버지가 지적한 간명성은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인성이다. 간명성을 훈련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제 뜻을 표현해 말을 하기 시작하는 손주에게도 꼭 물려줘야 할 소중한 품성이다.
▶️ 去(갈 거)는 ❶상형문자로 厺(거)는 본자(本字)이다. 본디 마늘 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라 쓰고 밥을 담는 우묵한 그릇이나, 안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다의 뜻이다. 글자 윗부분의 土(토)는 흙이 아니고 吉(길)의 윗부분 같이 뚜껑을 나타낸다. 우묵하다, 틀어 박히다의 뜻에서 전진(前進)에 대하여 퇴거(退去)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❷회의문자로 去자는 ‘가다’나 ‘지나다’, ‘내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去자는 土(흙 토)자와 厶(사사 사)자가 함께 결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去자는 大(큰 대)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것이었다. 去자의 갑골문을 보면 팔을 벌린 사람 아래로 口자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서 口자는 ‘입’이 아닌 ‘문’을 뜻한다. 갑골문에서의 去자는 사람이 문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떠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모양이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去(거)는 지난의 뜻으로 ①가다 ②버리다, 돌보지 아니하다 ③내몰다, 내쫓다 ④물리치다 ⑤덜다, 덜어 버리다, 덜어 없애다 ⑥거두어 들이다 ⑦매었던 것을 풀다 ⑧피하다 ⑨죽이다 ⑩지나간 세월(歲月), 과거(過去) ⑪거성(四聲)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갈 왕(往), 갈 서(逝),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올 래/내(來), 머무를 류/유(留)이다. 용례로는 금전을 서로 대차하거나 물건을 매매하는 일을 거래(去來), 물러감과 나아감을 거취(去就), 지난해를 거년(去年) 또는 거세(去歲), 지난번을 거번(去番) 또는 거반(去般), 제거함을 거세(去勢), 떠남과 머묾을 거류(去留), 뿌리를 없앰을 거근(去根), 버림과 취함을 거취(去取), 가는 길을 거로(去路), 지나간 뒤에 그 사람을 사모함을 거사(去思), 머리와 꼬리를 잘라 버린다는 거두절미(去頭截尾),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거자필반(去者必返), 가지와 잎을 제거한다는 거기지엽(去其枝葉), 갈수록 더 심함을 거거익심(去去益甚), 연한이 차서 퇴직할 차례라는 거관당차(去官當次), 갈수록 태산이라는 거익태산(去益泰山),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 진다는 거자일소(去者日疎) 등에 쓰인다.
▶️ 頭(머리 두)는 ❶형성문자로 头(머리 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머리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豆(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豆(두)는 고기 따위를 담는 식기로서 둥근 그릇에 높은 발이 달려 있고, 頁(혈)은 얼굴이나 머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頭(두)는 豆(두)라고 하는 도구가 서 있듯이 사람의 머리가 몸위에 곧게 달려 있는 모습으로 머리와, 일의 시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頭자는 ‘머리’나 ‘꼭대기’,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頭자는 豆(콩 두)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콩’이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전국시대 때의 頭자를 보면 豆자 위로 頁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를 제기 그릇에 올린 것 같지만 이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豆자는 발음과 함께 사람의 신체 윗부분에 있는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頭(두)는 (1)주로 마소나 양, 돼지 같은 네발 가진 짐승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2)골치 등의 뜻으로 ①머리 ②꼭대기, 최상부(最上部) ③우두머리 ④처음, 시초(始初) ⑤첫째, 상위(上位) ⑥맨 앞, 선단(先端) ⑦근처(近處), 근방(近方) ⑧변두리 ⑨물건을 셀 때의 단위, 마리 ⑩사람을 세는 말 ⑪음식상을 세는 말 ⑫지혜(智慧), 재능(才能) ⑬어조사(語助辭)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수(首), 으뜸 괴(魁),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머리의 존칭을 두상(頭上), 머리가 되는 차례를 두서(頭序), 머리가 아픈 증세를 두통(頭痛),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실마리를 두서(頭緖), 짐승 따위의 머리에 있는 뿔을 두각(頭角), 머리와 낯을 두면(頭面), 머리 털을 두발(頭髮), 음절의 첫소리를 두음(頭音),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을 몰두(沒頭), 머리나 마음 속의 생각을 염두(念頭), 이야기의 말머리를 화두(話頭), 글이나 일의 첫머리를 벽두(劈頭),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이야기나 글의 첫머리를 모두(冒頭), 어떠한 곳에 몸소 나감을 출두(出頭), 마주 대해 입으로 하는 말을 구두(口頭), 시가지의 길거리를 가두(街頭),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가 벗어지고, 이가 빠져 사이가 벌어진다는 두동치활(頭童齒闊),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두족이처(頭足異處), 정신이 어찔하여 쓰러짐을 두중각경(頭重脚輕),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두한족열(頭寒足熱) 등에 쓰인다.
▶️ 截(자를 절)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창과(戈; 창, 무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雀(작, 절)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截(절)은 ①끊다 ②말을 잘하다 ③다스리다 ④정제(整齊)하다(정돈하여 가지런히 하다) ⑤말을 잘하는 모양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끊을 절(切), 끊을 초(剿), 끊을 단(斷), 끊을 절(絶)이다. 용례로는 훔쳐서 제 것으로 함을 절취(截取), 아이를 낳은 뒤에 탯줄을 끊음을 절제(截臍), 적의 군진을 가로질러 끊음을 절진(截陣), 다리를 자름을 절각(截脚), 머리 부분을 자름을 절두(截頭), 맺고 끊음이 칼로 끊은 듯 확실함을 절연(截然), 온 장의 종이를 여러 조각으로 접은 그 조각을 절지(截紙), 매우 위엄이 있고 정중함을 준절(峻截), 두 도형이나 물체가 서로 만나 공통된 부분 또는 교차되는 일을 교절(交截), 강직하고 과단함을 항절(亢截), 산이 매우 높고 험함을 참절(巉截), 가로 막음을 경절(經截), 비스듬히 자른 면을 사절(斜截), 가로 자름을 횡절(橫截), 가위로 베어 버림을 전절(剪截), 목을 베고 손발을 끊음을 참절(斬截), 머리를 잘라 술과 바꾼다는 뜻으로 자식에 대한 모정의 지극함을 절발역주(截髮易酒), 간단명료하고 직선적이어서 에두르거나 모호함이 없음을 간명직절(簡明直截), 머리와 꼬리를 잘라버린다는 뜻으로 앞뒤의 잔사설을 빼놓고 요점만을 말한다는 거두절미(去頭截尾) 등에 쓰인다.
▶️ 尾(꼬리 미)는 ❶회의문자로 엉덩이를 나타내는 尸(시)와 엉덩이에 붙어 있는 毛(모; 털)로 이루어졌다. 尾(미)는 꼬리로 전(轉)하여, 뒤, 끝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尾자는 '꼬리'나 '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尾자는 尸(주검 시)자와 毛(털 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尾자를 보면 尸자 아래로 긴 꼬리가 달려 있었다. 이것은 축전을 벌일 때 동물의 꼬리를 매달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尾자는 이렇게 '꼬리'를 표현한 글자이지만, 꼬리는 신체의 끝부분에 있다 하여 '끝'이나 '뒤쪽'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尾(미)는 (1)인삼(人蔘) 뿌리의 잔 가닥 (2)미성(尾星) 등의 뜻으로 ①꼬리 ②끝 ③뒤, 뒤쪽 ④마리(물고기를 세는 단위) ⑤별자리의 이름 ⑥아름다운 모양 ⑦흘레하다, 교미하다 ⑧곱고 예쁘다 ⑨뒤다르다, 뒤를 밟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파(巴)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머리 두(頭), 머리 수(首)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려고 몰래 뒤를 밟는 일을 미행(尾行), 꼬리뼈를 미골(尾骨), 눈썹을 미모(尾毛), 꼬리나 꽁지가 되는 부분을 미부(尾部), 꼬리가 큼을 미대(尾大), 자동차 따위의 뒤에 붙은 등을 미등(尾燈), 곤충 따위의 꼬리에 실 모양으로 돋아난 것을 미사(尾絲), 원광에서 쓸모 있는 광석을 골라 내고 남은 찌꺼기를 미광(尾鑛), 군진의 행렬에 있어서 그 부대의 뒷부분을 미국(尾局), 비행기의 동체의 끝머리 부분에 달린 바퀴를 미륜(尾輪), 꼬리 모양을 미상(尾狀), 꽁지 깃털을 미우(尾羽), 꼬리 날개로 비행기의 뒤쪽 날개를 미익(尾翼), 말의 끝 부분을 어미(語尾),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역미(曆尾), 책 또는 문서에 끝부분을 말미(末尾), 암수 양성의 교접을 교미(交尾), 사물의 머리와 꼬리를 수미(首尾), 뱀의 꼬리를 사미(蛇尾), 글이나 문서 따위에서의 끝 부분을 결미(結尾), 짧은 꼬리를 궐미(厥尾), 용의 꼬리를 용미(龍尾), 곤충 따위에서 꼬리처럼 돋아난 물건을 일컫는 말을 미상돌기(尾狀突起), 미생의 믿음이란 뜻으로 우직하게 약속만을 굳게 지킴 또는 융통성이 없이 약속만을 굳게 지킴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미생지신(尾生之信), 꼬리가꼬리가 커서 흔들기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끝이 크게 벌어져서 처리하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미대난도(尾大難掉),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일컫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와 꼬리를 잘라버린다는 뜻으로 앞뒤의 잔사설을 빼놓고 요점만을 말함 또는 앞뒤를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감을 일컫는 말을 거두절미(去頭截尾),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으로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의 비유 또는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은 보잘것없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용두사미(龍頭蛇尾), 머리에서 꼬리까지 통한다는 뜻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또는 처음부터 끝까지 방침을 바꾸지 않고 생각을 철저히 관철함을 이르는 말을 철두철미(徹頭徹尾), 머리는 있어도 꼬리가 없다는 뜻으로 일이 흐지부지 끝나 버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유두무미(有頭無尾), 꼬리를 진흙 속에 묻고 끈다는 뜻으로 벼슬을 함으로써 속박되기보다는 가난하더라도 집에서 편안히 사는 편이 나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예미도중(曳尾塗中), 개가 꼬리 치는 것처럼 남의 동정을 받으려 애걸하는 가련한 모습을 이르는 말을 요미걸련(搖尾乞憐)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