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56]대저 ‘거시기’가 무엇인가?
전라도 방언 또는 사투리으로 알고 있는 ‘거시기’라는 말을 이 땅에 제대로 널리 퍼트린 사람은 아마도 탤런트이자 가수인 김성환씨일 듯. 거시기 하면 곧 김성환이 연상될 정도이니 말이다. 거시기는 사투리가 아니고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는 표준어인 것을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자, 거시기가 대체 뭐일 게 장황한 말로 시작하는가? 우리말 가운데 거시기만큼 매력적이고 오묘한 언어도 흔치 않다. 그 의미가 무궁무진한 마법의 단어, 우선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거시기는 첫째,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곧바로 생각나지 않을 때 쓴다. “그, 그, 거시기가 누구인지?” “거시기 좀 가져와” 둘째, 말하기 곤란하거나 뭔가 거북할 때 완곡하게 쓴다. “내가 거시기해 그런데 돈 좀 빌려줘라” 셋째, 맥락이 모든 것을 결정할 때, 즉 화자(話者)와 청자(聽者)가 이심전심이 될 정도의 사이에서 쓴다. “그 거시기가 거시기했냐” 등의 용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여기에서 보듯이 거시기는 주어, 목적어, 동사, 형용사 등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
거시기 하면 김성환, 김성환 하면 거시기, 이 둘의 관계는 말하자면 ‘악어와 악어새’과 같다 하겠다. 김성환은 거시기라는 단어를 가장 대중적으로 유행시켰고, 브랜드화한 인물로 손꼽힌다. 오죽하면 ‘거시기’라는 단어를 자신만이 쓸 수 있도록 전매특허를 출원했을까? 특허청 직원의 “선생님의 뜻은 잘 알겠으나, 거시기는 모든 사람의 거시기이기 때문에 거시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답변도 웃기고 재밌다. 아무튼, 그는 거시기를 자유자재로 쓰는 구수한 입담과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손장단으로 ‘거시기 정신’을 전파하는 전도사임에 틀림없다.
어제 밤, 거시기 형님을 모시고 3명의 '장시(장사)'가 모여 3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여기에서 ‘장시’는 요즘 ‘약장수’ 노래로 히트치고 있는 거시기형님과 인사동사거리에서 50년째 좌판에서 엿을 파는 ‘대한민국 엿장수’ 그리고 50년동안 벼루돌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전각서예인 돌장시와 자타가 인정하는 ‘생활글 대통령’ 글장시 등 네 명을 말한다. 23년째 사철당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 아줌마는 오랜 팬이라며 감격에 겨워 셀카를 찍는 등 정신이 없었다. 34도짜리 연태고량주 2병을 순식간에 비우며 재담이 쏟아졌다. 이런 기회도 흔치 않을 듯하다. 노래와 방송출연에 이어 성님은 홈쇼핑에서까지 가수 진성과 함께 호스트가 되어 연일 완판을 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말하는 쪽쪽 어떻게 그렇게 거시기란 단어를 요소요소에 적합하게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영화 <황산벌>의 핵심 키워드가 백제군의 암호였던 ‘거시기’인 줄은 아시리라. 이문식이 능청맞게 연기했던 거시기란 단어의 남발은 그 해석을 놓고 김유신을 큰 혼란에 빠트리지 않았던가. 그렇게 된 데는 김성환의 역할이나 기여가 빠질 수 없다고 본다. 거시기야말로 그를 무명연기자에서 정상으로 이끈 ‘은인’이자, 그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보여진다. 그는 말한다. “거시기는 막힌 것을 뻥 뚫어주는 소통의 윤활유”라고. 맞는가? 맞다. 거시기가 우리 언중들의 소통의 윤활유라는 것을 언중은 안다. 거시기에 대한 언어학적 고찰이나 사회학적 관계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논문을 쓰거나 특강을 하는 내공의 소유자와 함께 흔연히 어울린 것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손장단은 방송에서 아니면 하지 않는다는데, ‘장시 아우’ 3명 앞에서 준비중인 신곡 <인생은 극장이야>(가제)를 불러주며 손장단 맛보기를 보여주는데 감격했다. 우리는 곧 공인으로 바쁜 성님의 ‘빈 시간’을 노려 빠른 재회를 약속하며 찢어졌다. 벌써부터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끝으로, 거시기성님이 지어냈다고 생각되는 ‘어느 시골 면장의 주례사’를 옮긴다. 배꼽들을 잡아보시라. 칭찬, 격려, 갈등해소, 다산, 행복, 축복의 의미가 이 짧은 거시기한 주례사에 다 담겨 있지 아니한가. 이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한국사람이 아닐진저.
“음... 오늘 신랑 거시기는 거시기하나, 신부 거시기도 거시기합니다. 그러니 둘이 살면서 거시기한 일이 있어도 서로 거시기하게 이해하고, 밤마다 거시기해서 거시기한 자식 낳고 거시기하게 잘 살기 바란다. 이상 거시기를 가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