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회’의 세 번째 작품집 <우리시대 화제작의 밑그림>은 김주영의 <도둑견습>, 김원일의 <절명>. 이문열의 <나사레를 아십니까>와 당대 인기작가의 소설과 김준성의 <무대위의 의자> 이상우의 <광통교에서 조선으로 가는길>, 홍상화의 <겨울, 봄 그리고 가을>같은 문제작가의 작품이 실렸다. 김주영, 김원일, 이문열은 놔두고 작가의 출신부터 세인의 눈을 끌었다. 김준성은 부총리를 역임하고 ‘이수 그룹’을 창설한 경세가이고, 이상우는 <스포츠 서울>의 신화를 창조한 언론인이며 홍상화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유학까지 했는데 소설을 썼기 때문이다.(‘문동이들의 귀향’ 서문에서)
‘보리회’의 회원들이 네 번째 문집 <문동이들의 귀향>(출판사 개미)을 발간했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박덕규, 시인이며 출판인인 최대순 씨가 앞장서고, 한국 소설 문단의 중추인 김원일, 이문열, 김주영 등 원로와 중견 40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필자의 졸작 ‘낭만이 넘치던 동인지 시절’도 실렸다.
‘보리회’란 1986년 12월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인 중에 대구를 중심으로 경상도 출신 시인, 소설가, 기자, 출판인, 영화인 등 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목적으로 만든 단체다.
회원 중에는 문명을 날린 소설가, 시인, 평론가, 언론인, 영화 감독, 방송작가 등 문화계의 저명한 인물들이 많았다. ‘보리회’라는 특이한 모임의 이름을 보면 경상도 사람이면 ‘보리 문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속으로 미소를 지을 것이다. 경상도 사람끼리는 정다운 친구를 만난다든지, 떨어져있던 가족을 만났을 때 반가움의 극단적 표현으로 “이, 보리문딩이야 머하다 인제 왔노?”하고 눈물을 글썽이곤 한다.
공개적으로 쓸 수 없는 이 단어의 유래는 여러 가지다. 정치적 분류로 TK라 불리는 경북은 산악이 많고 평야가 적어 논에서 2모작을 많이 하는데 주로 벼와 보리를 심었다. 쌀밥이 귀하니까 보리밥이 주식이 되다 사피 했다. 거기다가 한센병 환자를 상기하게 하는 기피어인 ‘문딩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문딩이’의 어원은 ‘문동’(文童), 즉 글 쓰는 아이를 지칭한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조선 특히 영조, 정조 시대 남인(南人) 선비들이 많이 살던 경상도에서는 조정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많이 했다. 임금에게 만인소(萬人疏) 같은 상소문을 많이 올렸는데 유생들은 상소문을 지고 서울로 빈번하게 다녔다. 상소문을 쓰는 젊은 유생을 가리켜 ‘문동’(文童) 이라고 한데서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경상도에는 문동의 근거지가 된 <도산 서원>, <덕산 서원> 같은 서원도 많아 정론을 좌우하는 유림이 큰 세력을 이루기도 했다.
뒤에 TK라 불리는 정치세력이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보수 세력의 중심지인 요즘의 TK 지역의 민심을 지고 나를 ‘보리문동이’들이 다시 나올지 흥미롭게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