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문기님 의견에 동의한다는 점을 밝힙니다.
1. 정교분리 원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종교인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합니다. 이는 진보와 보수, 가톨릭-개신교-불교 etc.... 모두 해당합니다. 엄격한 정치적 중립, 예컨대 침묵이 오히려 기존 권력구조에 대한 암묵적 동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런 반박에 되묻고 싶은 것은 "원칙에 예외를 둔다면 그 판단의 주체는 누구이며, 그 판단이 항상 옳을 수 있는가?"입니다.
2. 우리는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기존 교계, 특히 개신교 내의 '일부' 목사님들의 행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부 목사님들 역시 자신이 내는 정치적 목소리를 '신의 뜻' 이라고 원용했지요. 이러한 폐해는 우리에게 종교인의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정치적 중립을 깼을 때의 반동은 허용했을 때의 그것과 비유할 수 없을 만큼 강합니다. 때문에 정교분리, 종교인에게 보다 엄격힌 정치적 중립의 요구는 필요합니다.
3. 만약 종교인의 정치적 행위를 허용한다면,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할지 도대체 누가 판단할까요. 교인이? 정치인이? 아니면 양심있는 시민이? 결국 이러한 종교인의 정치적 행위에 동조하는 정파가 그 가합성을 판단할 것이고, 이는 자연히 만인이 만인의 행위를 자신의 입맛대로 판단하는, 종교와 정치의 장벽 붕괴를 초래할 것입니다. 어떻게 판단할까요. 우리 교회 목사님이 진보 후보를 지지하며 찍어라 하면 소신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선거법 위반일까요? 뭐, 대부분이 이 반대 경우겠습니다만....
요는, 원칙없는 잣대는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는 겁니다. 사욕에 기반한 종교인의 정치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칙은 예외가 없어야 합니다.
4. 물론 엄혹했던 독재시절 정의구현사제단 등 양식 있는 종교인들이 앞장서서 민주화의 불씨를 당겼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올바른' 종교인의 정치개입 사례로 왕왕 인용되는 남미 역시 해방신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종교인들이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시절은 사회에서 원래 목소리를 내야할 사람들, 시민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비정상'의 시기였습니다. 우리와 남미의 그때 그 시절은 시민부터 학생, 정치인,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강압과 폭력이 이들의 언로를 막았던 시기입니다. 이때 종교인들이 목소리를 내야했던 까닭은 범세계적 조직과 결사를 등에 업은 이들이 아니면 감히 입을 열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시절에 비춰볼때 지금이 그때만큼 언로가 막힌 상황일까요? 입을 열 자유가 없던??
정리하겠습니다. 종교인이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깨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종교인 외에 다른 목소리, 오피니언 리더가 존재할 수 없는 비상상황인 경우에 한해 엄격하게 허용되어야 합니다.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허용한다면, 그 기준은 정파의 이해에 좌우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낳을 혼란, 역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원칙은 예외가 없어야합니다.
ps. 솔까말 지금 시국이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 특히 정의구현사제단의 정치행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결국 지금이 유신시대, 오밤중에 정치지도자, 주교 할 것없이 끌고가서 빵야하던 남미 군사독재 시대와 동급이라는 소리입니다.
과연 실제로 그런지는 별문제이고, 만의 하나 그렇다면 이런 종교인의 목소리에 앞서 기존의 오피니언 리더인 언론, 정치인, 일반 시민의 통렬한(...) 반성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신부님들이 정치적 발언까지 할 지경이라면 우리 도대체 지금까지 뭘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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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죠....저도 항상 부채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뭘 하긴요? 그냥 눈 감고 있는거죠. 형식상 발언할 자유는 있지만 실제로는 말할 수 없는 곳이니, 눈 감고 있는거죠. 누군가 눈을 가리는게 아니라.
그래도 아직은 말할 자유가 있고, 다만 쓰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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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기님의 글을 읽어 봤는데 정의구현 사제단의 발언이 문제라는건지 그걸 제지하는 대주교님의 발언이 문제라는건지 모호합니다.
주변을 봐도 '내 알바 아니다'라는 사람 투성이 입니다.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분들의 정치적 발언이 어쩔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왕왕 드네요...
사퇴까지 말한 것은 선을 넘은 느낌이지만서도;
정교분리는 중요하죠
현상황이 사제단의 시국선언할만큼
악조건이냐 한다면
네 그렇습니다
지역이기주의에 눈앞이 어두워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도
지역당 뽑아서 우리만 잘먹고 잘살자
라는 지역이기주의때문에
아닌걸 보면서도 합리화 정당화
해버리니 종교단체에서나 나서서
할말해야 지역색 트집안잡히겠죠
문제는 당이나 지역색에서
확실히 벗어난 시국선언인가??
라는거죠
맥락을 잡기 어려운 말씀이지만 정리하면
1. 종교인 발언이 나올만한 시국이다
2. 왜냐하면 지역대립으로 인해 정치인, 특히 지역당의 발언은 보편적인 영향력이 없기 때문이다
3. 하지만 이번 사제단 발언이 지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지는 의문이다
로 이해해도 될까요?
리블로님이 잘 정리해주셨네요
언론얘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저울질만 하는 언론
이익만 따지는 언론
이미 정권의 하수인이된 언론
그 언론들이 바뀔까요??
저울이 반대쪽으로 기울기전에는
옳은소리 절대 안합니다
손기정때의 언론은 다 죽은듯해요
메이져언론은 다 죽은거죠
이게 가장 정확한 의견 같습니다. 종교는 신의 이름을 빌리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정치와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종교와 정치 사이의 선은 분명해야겠지요.
공감합니다.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불법선거를 하고 그것을 덮고으려는 행위가 뚜렷하게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정교분리를 이유로 천주교가 정치적 태도를 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말그대로 개인차라고 봅니다.
사람을 잡아 죽일때까지는 그 징후가 보여도 가만히 있고 누군가 죽고나서는 해도 된다는건지?
리블루님은 이 상황이 큰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시는건지 아니면 문제는 심각하나 누군가 나설 수 있는상황이니 종교계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신지 의견이 궁금합니다.
검찰의 머리가 날라가고 군부까지 연류된 상황에서 어떤 세력이 혹은 어떤 인물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 하시는지요?
그러니까 검찰 수장이 찍혀나가고 군 조직이 대놓고 선거개입을 한 정황에 대해 언론이 침묵을 강요받고 있나요? 아직 충분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이고, 실제로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걸요. 종교적 권위를 빌어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정도로 지금이 언론 자유의 위기상황일까요? 충분한 자유가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본다면 이건 여론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진보세력의 무능 때문이지, 은폐를 한다는 저들의 문제가 아닌걸요.
그리고 종교계의 정치적 발언이 일상화된다면 나중에 그 정산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위 말하는 큰 목사님들이 대놓고 특정후보 찍으란 발언을 했을때 어떤 원칙으로 이를 제제할까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일까요? 비상상황이 아닌 이상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은 엄격하게 제한해야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이런 종교인의 추태가 막힌단 사회적 공감대가 설 수 있습니다.
만약 사제단이 '진상규명'에만 머물렀다면 이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겁니다.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했기에 정치개입이 된 것이죠. 이번 발언은 선을 넘었습니다.
@리블루 대통령 하야에 대해서 선을 넘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하고 같지는 않으나 충분히 그리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건 언론이 완벽하게 막혀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처럼 물타기로 공회전 되도록해서 사실상 언론이 제자리 걸음을 하도록 해 두는 현재의 모습이 주~~욱 다음대선 까지 가는 상황입니다.
바르게 전하는 언론보다 반대쪽 언론이 훨씬 더 강력한 힘들 발휘하고 있으니까요.
리블루님의 비상상황에 외 정치발언 금지원칙에대한 말씀또한 동의합니다. 제 의견은 지금처럼 '고요한' 비상상황에 대한 인지가 서로 다른게 아니냐 하는겁니다.
비상상황을 판단하는 것에서 시각차가 있으니까요. 일단 저는 아직 그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번 시국선언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죠.
다만 민주당 대변인 말마따나 종교인이 이런 발언을 해야할정도로 답답한 시국이라는 사실이 서글플 뿐입니다. 쩝
지금 시점에서는 독재시절이 비정상이겠지만 과연 20년 후에 지금 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정상일까? 대통령 사퇴요구는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만 정의구현사제단의 역사성과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허용가능한 범위라고 생각합니다.
중세시대도 아니고 대중이 무조건 신부 따라가는 시대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