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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지
대질조사가 끝난 뒤로 한 달 가까이 지났다. 노동청 사건의 처리 기한은 원칙상 근무일 기준 25일, 통상 한 달 정도였다. 물론 근로감독관 직권으로 일정 연기는 한 차례 가능하지만, 오지훈 감독관은 그 기한을 넘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원칙주의자'라는 평판대로, 정확히 한 달 안에 결과를 내놓았다.
문자가 먼저 왔다.
"귀하의 진정 사건에 대한 처리 결과가 통지되었습니다." 강범은 그 문장을 보자마자 노동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처리결과 : 기소의견 송치]
한 줄이었지만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강범은 정식 처리결과통지서를 출력해서 파일에 끼웠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제6항 위반, 즉 최서윤에 대한 해고가 '직장내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로 판단되어 관할 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는 내용이었다.
조 사무장이 통지서를 보고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깔끔하게 나왔네요."
"오지훈 감독관이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라 그래요. 조사위원회 미구성, 평가서 이해충돌, 신고 후 해고까지의 시간적 근접성. 이 세 개가 서면으로 명확했으니까요."
강범은 바로 최서윤에게 전화했다.
"최서윤 씨, 노동청 결과 나왔어요. 기소의견 송치됐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잠깐 침묵이 흘렀다. 뒤이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이긴 거예요?"
"이 절차에서는요. 검찰에서 최종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감독관이 위법하다고 판단해서 넘겼다는 건 큰 의미가 있어요. 이 결과, 노동위 사건에도 증거자료로 제출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목소리가 잠기는 게 느껴졌다. 강범은 그 반응이 낯설지 않았다. 원하던 소식을 대리인으로부터 처음 듣는 의뢰인들은 대개 이런 식이었다. 안도가 눈물보다 먼저 온다.
전화를 끊고 강범은 노동위 사건 파일을 다시 열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다음 과제였다.
노동위 사건도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사측 답변서 도착 이후, 강범은 반박 이유서를 제출했다. 조사위원회 미구성과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분한 인사평가서를 정면으로 짚는 내용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동청으로부터 받은 처리결과통지서도 증거자료로 첨부했다. 그러자 사측에서 재답변서가 왔는데, 실질적인 반박이라기보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다만 마지막 한 줄이 걸렸다.
"신청인 측 주장의 사실관계에 관하여는, 추가 증거자료 확보 시 별도로 제출할 예정임."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강범은 그 문장을 보며 노동청 대질조사 당시 마지막에 장태주가 철회했던 그 자료를 떠올렸다. 노동청에서는 접었지만, 노동위에서는 다시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강범은 꺼림칙한 기분을 애써 누르며 그 재답변서에 대한 재반박 이유서까지 제출했다. 노동위 사건은 그렇게 서면 공방이 일단락됐다.
나흘 뒤, 지방노동위원회 조사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심문회의 일정을 잡겠다는 통보였다.
"심문회의는 3주 뒤, 오전 10시로 예정되었습니다."
강범은 전화를 끊고 화이트보드에 날짜를 적었다.
심문회의. 노동청 대질조사와는 성격이 다른 자리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1인과 공익위원 3인, 총 5인으로 구성된 심판위원회가 판정을 내리는 준사법 절차인데, 실제 의결권은 공익위원 세 명에게 있다.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는 만큼, 절차 위반 하나하나를 짚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서사가 필요했다.
"노동청 결과가 있으니까 이번에도 유리하지 않을까요?" 조 사무장이 물었다.
강범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유리한 건 맞아요. 근데 노동위는 별개 판단기관이에요. 노동청에서 위법 판단이 나왔다고 해서 그게 그대로 부당해고 인정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신고와 해고 사이의 인과관계와는 별도로, 해고 자체의 정당성 — 사유와 절차 — 은 다시 처음부터 다퉈야 해요."
"그래도 흐름은 확실히 우리 쪽이잖아요."
"그렇긴 한데."
강범은 재답변서 그 마지막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추가 증거자료 확보 시 별도로 제출.
"장태주 노무사, 노동청에서 진 카드를 그대로 접을 사람은 아니에요. 뭔가 다른 걸 준비하고 있을 거예요."
"너무 경계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봐도 이건 사실관계가 명확한데."
조 사무장의 핀잔 섞인 질문에 강범은 말 없이 심문회의 날짜 옆에 밑줄을 두 번 그었다. 그리고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날짜 옆에 "?"를 적어넣었다.
'위화감'
그것이 당시 강범이 느꼈던 감정의 정체였다.
- 6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