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바 결사대
원제 : King of the Khyber Rifles
1953년 미국영화
DVD출시제 : 카이버 라이플의 왕
감독 : 헨리 킹
음악 : 버나드 허만
출연: 타이론 파워, 테리 무어, 마이클 레니
존 저스틴, 가이 롤프, 리처드 와일러
타이론 파워와 헨리 킹 감독은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꽤 많은 작품에서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모정' '킬리만자로의 눈' '성처녀' '회전목마' 등으로 알려진 헨리 킹은 그레고리 펙, 수잔 헤이워드 같은 배우들을 선호한 감독이었고, 우리나라에도 꽤 많은 작품들이 개봉된 대중적인 감독인데, 특히 타이론 파워에 대한 신뢰가 가장 돈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14년생인 타이론 파워는 20대 초반인 30년대에 일찌감치 헨리 킹 감독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빠르게 주연급 배우로 활동했는데 '우국의 지사(36)' '비는 온다(39)' '시카고(37)' '지옥의 길(39)' '세기의 악단(38)'같은 작품들이었습니다. 타이론 파워가 사망하기 2년전에 발표된 '해는 또다시 뜬다' 역시 헨리 킹의 작품이었습니다.
1953년 영화 '카이바 결사대'는 헨리 킹과 타이론 파워가 호흡을 맞춘 국내 개봉작 중 한 편입니다. 두 영화인의 대표작이라고 볼 수는 없는 작품인데, 19세기 인도를 배경으로 모험과 사랑을 함께 다룬 상업영화입니다. 타이론 파워는 이미 39년 헨리 킹 감독의 '비는 온다'라는 작품에서 인도인 역할을 한 적이 있는데, 다시 헨리 킹 감독의 영화에서 인도혼혈역을 연기합니다
1857년 영국 지배하의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영국은 1757년 인도의 지배를 시작하였고, 1857년 영국의 지배 100년이 되던 해 일어난 민중 항쟁이랄 수 있는 '세포이 항쟁'을 소재로 하여 만든 영화입니다. 미국영화이니 관점은 반란군을 진압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다만 반은 백인, 반은 인도인인 주인공 타이론 파워를 내세워 일종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도 하고 있지만 결론인즉 '영국에 충성을 바치는 인도인의 경우는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정말 속보이는 주제입니다. 많은 미국, 유럽 영화들에서 침략자인 유럽을 그럴싸하게 그리고 있고, 심지어는 아프리카를 점령한 프랑스가 아프리카 땅에서 독일군을 골려주는 이야기 '카사블랑카'같은 통속물이 엄청 위대한 영화로 과대평가 받고 있으니,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인도에서 대위로 복무중인 앨런 킹(타이론 파워)은 인도에서 태어나서 자랐던 관계로 인도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영국병사였던 아버지는 인도 무슬림 여자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였고, 그로 인하여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죽는 날까지 인종을 초월한 사랑으로 부부의 연을 이어갔습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신 뒤 앨런은 아버지의 친구인 인도인의 손에서 키워졌고, 자기를 키워준 인도인의 아들과도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앨런은 이렇게 영국인과 인도여인과의 혼혈이라는 내력이 있습니다.
1847년 영국군을 습격하는 인도인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그들 저항군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인물이 바로 카람 칸 이라는 지도자입니다. 카람 칸은 앨런과 어릴때 함께 자랐던 바로 그 인물이었는데 평화주의자인 아버지와는 달리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키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통치자로서의 야망이 있었습니다. 한 편, 앨런이 복무하는 요새에는 총사령관(마이클 레니)의 어여쁜 딸 수잔(테리 무어)이 함께 머물고 있었는데 수잔은 인도어를 유창하게 하는 핸섬한 장교 앨런에게 한눈에 반합니다. 앨런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수잔은 여러가지 노력을 하지만 앨런은 목석같이 행동합니다. 앨런은 혼혈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아직까지 혼혈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 여왕의 생일을 축하는 하는 장교들의 파티에도 앨런은 초대받지 못합니다. 수잔은 이러한 차별에 맞서며 앨런과 결혼하기를 갈망하며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하고..... 뭐 이렇게 통속 로맨스로서의 이야기와 반란군을 진압하는 병사들의 모험 이야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다분히 영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에서 만든 모험과 사랑을 함께 다룬 오락 상업물입니다. 감독이나 배우나 뭐 전력을 다해서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고, 자신들의 영화경력을 쌓아가는 하나의 계단역할을 하는 작품입니다. 인도 반란군과 영국군 간의 극심한 대립을 통한 대결구도는 마치 서부영화의 백인기병대와 인디언의 대립을 인도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고, 주인공이 주둔하는 부대에 알아서 미모의 젊은 여성(그것도 최고보스의 딸)이 등장하여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하고 대쉬하니, 그야말로 타이론 파워에 대한 맞춤형 영화인 셈입니다. 다만, 타이론 파워는 동시애의 영웅상이랄 수 있는 배우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 그레고리 펙 같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와는 달리 전지전능하거나 강한 남성적인 이미지는 덜한 편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카이바 결사대를 이끄는 장교이긴 하지만 엄청난 전투력을 가졌거나 일당백의 영웅은 아니고 지극히 '인간계'를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남성적 영웅 이미지보다는 호남형의 부드러운 남자로서의 캐릭터가 타이론 파워의 특징이고 그래서 그는 비현실적인 영웅의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혼혈로서 사랑하는 여인과의 가슴앓이, 그리고 반란군의 지도자가 하필 자신의 어릴적 형제와 같은 존재인데, 그로 인하여 적에 대해서 잘 알고 한 때 형좌에 같았던 적의 두목을 처단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홀로 적진에 들어가기도 하고....만약 존 웨인이나 게리 쿠퍼였다면 거의 탈인간적 활약을 통하여 적을 섬멸하고 반란군 두목도 처단했을텐데, 타이론 파워가 연기한 앨런은 그런 전능한 인간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페이톤 플레이스'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 '유인원 조 영' 같은 영화에서 깜찍하고 발칙해보이는 아담한 미녀역으로 각인된 테리 무어가 거친 인도의 군부대에서 혼혈 영국장교에게 푹 빠져드는 깜찍발랄한 처녀로 등장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고 있고, '지구가 멈추는 날' '성의' '데지레' 등으로 알려진 키카 크고 근엄한 이미지의 배우 마이클 레니가 테리 무어의 아버지이자 요새의 총사령관을 연기합니다. 혼혈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름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주인공 앨런이 보여준 목숨을 걸고 영국에의 충성을 바치는 내용은 너무 속보이는 느낌입니다. 인도인들이 보면 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는, 그리 썩 유쾌한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적당한 오락성과 적당한 재미를 갖추었지만 명작이나 걸작이 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작품입니다. 감독, 배우 등의 명성에 기대어 개봉된 영화이고, 정복자, 지배자의 입장에서 다분히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타이론 파워의 개봉작이 우리나라에 상당히 많이 출시가 되었는데, 그 중 출시가 안된 희귀작 중 한 편이었는데 최근 '마야'(출시제는 네이키드 마야)라는 영화와 함께 DVD가 출시되었습니다. 물론 '마야'도 그렇지만 이 작품도 화질이 꽤 떨어져서 고가출시된 DVD라는 것을 무색케 합니다. 두 영화 모두 화질도 문제지만 자막의 폰트나 크기도 문제이고 심지어 이 작품은 자막싱크까지 제대로 안 맞습니다.(자막이 음성보다 0.5초 정도 늦게 보여지지요) 유명배우의 초희귀작 출시라는 점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렇게 설렁설렁 품질이 낮은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는 건 문제가 있지요. 그래도 출시안되는 것 보다는 낫다는데 위안을 삼습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국내 DVD 출시제는 카이바 결사대가 아니라 '카이버 라이플의 왕'이라는 제목인데 그냥 원제를 직역했네요. 그래서 황당한 제목이 되었습니다. '킹'이라는 것은 타이론 파워의 극중 이름이 '앨런 킹'이지 왕이 아닙니다. 그리고 정작 이 영화에서 소총은 사용되지 않지요. 무슬림 병사들이 돼지기름이 칠해진 총을 뭐 사용할 수 없다나 그런 이유로 총 대신 칼을 사용하지요. 원제를 단어 그대로 직역하면 이렇게 황당한 제목이 되어 버립니다. 개봉제인 '카이바 결사대'가 훨신 잘 맞는 제목이지요. 그야말로 후반부에 '결사항전'을 하니까요.
ps2 : '네이키드 마야'나 '카이버 라이플의 왕' 이 두 DVD는 화질도 문제지만 화면비율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두 편 모두 시네마스코프(2.35 : 1) 비율이지만 비스타비전 비율인 1.85 : 1(또는 16:1, 즉 TV비율)로 출시된 것입니다. 화질엉망, 자막엉망, 싱크엉망, 심지어 화면비율까지 제멋대로인데 이걸 고가로 팔다니요. 단지 '초희귀작' 출시했으니 참아야 될 문제는 아니지요.
ps3 : 테리 무어는 아역 배우 출신인데 귀엽고 앙증맞고 아담한 이미지의 배우치고는 용케도 성인배우로서도 나름 살아남았던 편입니다. 다만 크게 스타는 되지 못했지요. 1929년 생인데 아직 살아있더군요.
[출처] 카이바 결사대(King of the Khyber Rifles 53년) 타이론 파워 + 헨리 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