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민트와 물망초
★
E-mail : jd87974@hanmail.net
연재장소 : 인터넷소설닷컴. ★Barbie Fam으로 놀러오세요 !
연재시작일 : 12월 3일 일요일
★
그의 종업식 날이었다. 반해겸 그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어느 때처럼 자신의 친구 유석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던 해겸은 해맑은 모습으로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
민영을 보고 말았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 민영의 모습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듯이 해겸을 끌어당겼고,
그 때부터 민영을 향한 해겸의 외곬의 사랑은 시작되었다.
해겸을 너무나도 아프게 할 그의 사랑이..
해겸은 친구들에게 자신을 사랑에 빠지게 만든 세 살 어린 민영에 대해서 얘기했고,
모두들 너무 어리다며 설마 그런 아이랑 사랑할 건 아니지라며 해겸을 조롱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자에게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해겸은 애정이 없으면서도 워낙 쫓아다녀서 사귀었던 다은에게 이별을 고하기 위해 다은을 전화통화로 불러냈다.
" 여보세요? 해겸이야? 무슨 일이야? "
처음으로 해겸이 다은에게 전화를 먼저 한 탓일까. 다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밝았다.
" 한다은. 용건만 말하고 끊을께. 우리 헤어지자. "
" 여자 생겼어? "
다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해겸은 그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차갑게 다은에게 말했다.
" 응. "
" 누군데? "
" 차민영. "
둔하다. 반해겸. 어떻게 한다은 앞에서 그렇게 차갑게, 민영의 이름을 말해버릴 수 있을까.
" 조금만.. 기다려줘. 마음 정리할때까지만, 딱 일년만. 일년만. "
" 왜 내가 그만큼을 기다려야 하지? "
" 내가 차민영한테 어떻게 할지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
순간 해겸은 딱쭐인 교복에 방방 띄운 머리를 한 딱 봐도 노는 모습의 다은을 생각하곤 아찔해졌다.
" 그래. "
*
그 때부터였다. 그래도 꽤 반듯한 학생이었던 해겸은 그 때부터 아버지의 오토바이를 훔쳐 타고,
가출을 밥먹듯이 했고, 술과 담배에 절어 지냈다.
마음이 비었기 떄문이었다. 민영이 없는 마음이 텅 비어버려서. 그 자리를 그것으로 애써 채워보려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민영의 일과표를 다 외워 버리고 그 일과표에 맞춰서 생활하고, 혹시 밤늦게 민영이 집에 들어갈 떄는
혹시 변이라도 당할까 몰래 몰래 뒤를 따라가며 그녀를 보호하고......
혹시라도 민영이 남자와 함께 돌아다니면 유석을 불러 술을 마시면서 흐느끼고.
그 남자를 불러서 죽지 않을 정도로만 밟아 놓고,
몰래 민영을 메신저에 추가 해 놓고 민영이 들어올때마다 혼자 심장이 뛰고
그녀의 싸이 투데이는 자신이 혼자 다 올려주고.. 우연히 들어왔다면 방명록을 남기고 가서
그녀가 남긴 답글에 설레이며 좋아하고..
유석은 그런 그가 안쓰러웠다. 왜 해겸이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다은보다 이쁜 것도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그녀때문에.
왜 해겸이 그래야 하는지.
왜 민영때문에, 해겸도 다은도 아파야 하는지. .. ..
하지만 정말 불쌍한 건 유석일지도 몰랐다.
다은을 사랑하는 그였으니까..
" 술한잔하자. "
해겸의 제안이 늦은 밤 유석의 발을 붙잡는다.
" 그래, 짜샤. "
해겸은 바로 술을 따라서 한 잔을 입에 털어넣고, 유석이 잔을 들려던 차에 해겸이 한 마디를 내뱉는다.
" 남들 다 하는 사랑인데.. "
" ... "
" 그저 사랑하는 것, 그것뿐인데... "
" ... "
유석은 한 잔 빙긋 마신다.
"..."
"..."
" ... .. 왜 이렇게 개같냐.. "
..........................................
...............................
...............
...
........
.
....
..
어느덧 일년이 흘러서, 민영은 중학교 삼학년 이 되었다.
해겸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 날이다. 그때가.
" 헤어지자. "
" .............. 그래."
"그리고,"
" ..."
" 차민영 건들지 마라. 약속대로, "
" 이별할 때도 차민영 얘기네. 잘 가라. "
반해겸은 몰랐다. 다은의 마음을.
차마 그 앞에서 울 수 없어 방긋 웃으며 보낸ㅡ
너무나도 약한 여자, 다은의 마음을.
안 그랬을 수도 있었다.
해겸이 다은을 사랑했다면, 민영이 아니라 다은이었다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안 그랬을 수도 있었다.
안 그랬을 수도....
" 야, 한다은이랑도 정리했겠다, 차민영도 꽤 컸겠다, 더 이상 뭐가 더 문제냐? "
" 모르겠다. 이 모습으로, 민영이 앞에 나설 자신이 없어. "
" 어이구. 이 병신 같은 새끼. 니 이럴라고 한다은 울린거냐? 메신저로 고백하던가? "
...............................................
.................................
.............
......
.
.........
.......
........
" 안녕. 나랑 친구할래? "
유석의 말 한마디에 민영에게로 날려버린 해겸의 쪽지였다..
뭐 그 후는 모두 상상이 될 거라고 믿는다.
예스였다. 민영에겐 남자가 필요했고, 특히 그녀는 해겸같은 살짝 노는 스타일의 남자를 동경했다.
민영에겐 빽이 필요했고, 그녀는 그녀로선 아무런 감정이 없는 해겸을 그냥 남자친구로써 받아들이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
...........
....
.........................
.........
.
" 민영마눌! 나 좀 사랑해주라. "
" 사랑해 ."
" 보고 싶다. "
" 오늘따라 여보야 목소리가 듣고 싶네 ㅜㅜ 전화좀 해조 "
해겸에겐 닭살스런 문자를 찍어 민영에게 보내고, 통화를 하고, 만날 약속을 잡는 것만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 적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그의 인생에 민영이라는 따스한 햇빛이 비친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
...............
.............
........
.......
....
" 여긴 좀 아니다. "
해겸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해겸이 민영과 첫 키스를 하기로 결심한 날이다. 해겸은 민영을 데리고 이곳저곳 스윽스윽 둘러보다가
벤치를 발견하고 그 곳에 걸터 앉았다.
막상 하려니 순수한 민영의 눈망울에 말이 나오지 않는다.
흠흠, 헛기침을 하고 심장으로 말했다.
" 한번만 하자. "
" .. 오빠? "
순간이었다.
그녀와의 첫 키스는 달콤했다.
민영만을 위해 남겨놓았던,
해겸의 짜릿하고 아찔한 첫 키스.
*
" 나, 너 좋아질 것 같다. "
" 나 85%는 니 좋아진 것 같아. "
해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민영에게서 메신저 비밀번호를 건네 받고 민영의 아이디로 들어간 해겸은, 그녀의 쪽지함을 몰래 살펴보고 있었다.
그 중에 과고를 중퇴했다는 강지성. 그의 쪽지가 자꾸 거슬린다.
믿었다.
민영은 자신을 떠나지 않으리라. 지성에게 가지 않으리라고.
" 나, 남자친구 없는데 "
민영의 쪽지를 보고는 마음이 굳어져버렸다.
심장이 굳어져버렸다.
오토바이를 타면서 혼자 울며 세찬 바람에 눈물을 날려보낸다.
민영 앞에선, 강한 남자가 되고 싶었기에. 그녀와 사귈 때만은, 강한 남자가 되고 싶었기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투정 부린다. 민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장난인척, 아닌척 말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다.
사실이었으니까.
차라리, 사랑하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해겸에게 민영은
치명적인 여자다.
...............
.........
......
..........................
............
......
" 민영아, 헤어지지 말지. 난 반해겸이 더 멋있어. "
" 흐힛, 그래도 과고가 더 멋있다. "
학교. 교실에서 이연과 나림, 민영은 서로 누가 더 멋있냐면서 티격태격 싸우고 있다.
바보들이다. 사람의 감정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
....
...
" 우리 .. 헤어질래요? "
............
.........
......
.....
" 으휴, 이렇게 추운 데 계곡은 무슨 계곡이냐. 반해겸 드디어 미쳤냐? "
" 응, 그래 미쳤다. 어쩔래. "
" 참. 못말려. 쟈기야 ~ 춥진 않아? "
" 구럼구럼 ~ 아잉 쟉이야 ~ "
이연은 계곡에 따라온 걸 심하게 후회하면서 고개를 돌린다.
해겸은 추운 겨울 12월에 계곡으로 놀러가자고 했고, 연인사이가 된 유석과 다은, 이연, 해겸이 놀러가기로 해서
부랴부랴 차를 타고 와 버렸다.
" 쯧쯧쯧.. "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려 물 쪽으로 향하는 참방참방 물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까 이 추운 겨울에
우리같은 싸이코가 또 있나보네 ㅡ 하고 이연은 생각한다.
이연은 그들을 바라보려고 목을 쭉 빼어 바라보고, 그들이 지성과 민영인 것을 알곤 굳어져버려 해겸에게 고개를 돌리는데,
순간 해겸하고 눈이 마주친다.
' 봤구나. '
이연은 해겸의 표정을 보고 홀로 생각하면서 다시 민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지성이 민영을 차가운 물 속에 밀어넣는 장면을 목격한건.
" 씨발. "
해겸은 낮게 읖조리고는 달려가기 시작한다.
물도 차가운데.. 어쩔라구.
흐릿하게 계곡 쪽이 보인다. 해겸은 달려가 민영을 건져내는 것처럼 보이고,
이연은 재빨리 달려가면서 유석에게 119를 부르라고 한다.
이연은 얼굴이 새파래진 해겸과 정신을 잃은 민영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무래도, 반해겸. 얼마 못 살것같이 보였으니깐.
" 후.. 충격이 클 텐데.. 내가 구해 준 거 아니라고 좀만 해줘라."
" ......... "
" 나. 죽을 것 같지 않냐? 지금 되게 추운데.. "
" ......... "
" 일부러 싸가지 없는 척했다. 차민영한테 멋있어 보일라고. "
" ......... "
" 야아, 이제 죽는 건가. 그래도 우리 민영이 구하고 죽으니까 멋있지? "
" ......... 오빠. ? "
" 차민영은 말야.
내 눈엔 제일 예뻤던 사람.
다 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던 사람.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가질 수 없었던 사람.
안타깝고, 안타깝던 사람. "
" .... "
"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그런데 너무 소중해서, 그래서 말할 수가 없다. "
" ................"
" 이제 안녕이야. 내가 너무 사랑했던 차민영과 안녕.
민영이는......... 곧 나를 잊겠지? "
" ... ?"
"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어도 나를 사랑해 주지 못했던 여자지만,
죽어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니깐. "
" .......................... "
"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다. "
" 뭔...... 데......... 요...........? "
.......................
..............
.......
.
" 오늘도 똑같은 꽃으로 사가시네요? "
" 네. "
"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
예쁘고 아담한 꽃집. 하얀 원피스를 입은 이연과 꽃집 주인인 수희의 대화다.
" 무슨 사연은요, 뭘. 그냥 예쁘잖아요. "
" 아 참, 물망초의 꽃말이 무언지는 아세요? "
" 아니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이연은 빙긋 웃고는 수희의 꽃집을 걸어 나온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예쁘다.
이연은 하늘을 향해 인사하곤, 자그마하게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 민영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아직도 오빠가 구해주었다는 걸 모르고 있구요.
그 때 충격으로 기억을 상실한 이후로, 오빨 쭉 잊어버렸어요.
강지성 정말 못됬죠? 아버지의 빚 때문에 그랬다네요. 의도적으로.
난 착해서 오빠 부탁 꼬박꼬박 잘 들어주고 있어요.
물망초의 꽃말을 적은 카드와 함께 매년 오빠 기일마다, 물망초 다발을 민영이에게 보내고 있다구요.
그런데 머리도 좋아. 어떻게 죽기 전에 그런걸 생각해내지?
민영인 하여튼 ~ 잘 지내고 있구요. . "
이연은 조금 숨을 고른다. 마침내 민영의 집 앞. 그녀는 물망초 다발을 넣고
편지함에 받쳐서 카드를 쓰기 시작한다.
"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 입니다. ㅡ B "
카드를 다 써서 편지함에 콕 넣은 이연은 입에 웃음을 물고 걷기 시작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
그 남자가 민영에게 제일 해주고팠던 말.
그 여자를 위해 살았고 그 여자를 위해 죽었던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그 여자에게 하고픈 부탁 하나.
비록 그녀가 기억을 잃어버렸다 해도, 꾹꾹 저며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부탁하고 싶었던 말 하나.
" .......... 나를 잊지 말아요.... "
이연이 하늘을 향해 말해본다.
하늘이 유난히 푸르다.
그런데, 이연은 알고 있었을까.
매일매일, 해겸의 무덤가에 놓여지는 예쁜 꽃 한 송이.
싱그러운 꽃 한 송이, 민트.
물망초의 꽃말을 아는 이연은 알까.
민트의 꽃말이 무언지.
매일마다 민영이 놓고 가는 꽃, 민트의 꽃말.
다시 한번 그대를 사랑할 수 있다면ㅡ .
★ 흐흐 사실 민영이는 다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