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강혁 성공시대 예감
"이제는 `비운의 선수'라는 말을 그만 듣고 싶어요." 프로 입문이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강혁(27)이 새 둥지인 SK에서 확실한 해결사로 거듭나며 성공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강혁은 5일 LG와의 올시즌 개막전에서 2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창단 최초의 만원사례를 기록한 인천구장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3안타가 모두 타점으로 이어지는 영양가 만점의 적시타. 1회 첫 타석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낸 데 이어 두번째 타석에서도 좌중간 2루타로 이호준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강혁은 팀이 6-4로 쫓긴 6회에는 이승호의 높은 직구를 정확히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홈런을 기록, LG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장타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타구에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이 뛰어나 3.4번이 해결하지 못하는 찬스에서 마지막으로 공격을 책임지는 5번에 배치한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확신을 주는 활약이었다.
아마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강혁의 야구 인생은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93년 OB(두산 전신)와 한양대 사이에서 이중계약 파문을 일으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최초의 영구제명 선수라는 철퇴를 맞고 실업팀들을 전전해야 했다.
99년 복권돼 두산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에 섰지만 이번에는 전지훈련에서 당한 어깨 부상으로 단 15경기에 출전, 1할대의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강혁은 지난해 타율 0.266, 6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지만 본격적인 활약이 예고되던 올시즌을 앞두고 돌연 팀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강혁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새 유니폼을 입고 겨우내 이를 악물고 훈련에만 전념했건만 SK와 두산이 트레이드 액수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범경기 초반에는 벤치를 지켜야 했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SK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강혁에 대해 강병철 감독도 "지금까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올시즌에는 팀의 주축으로 활약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