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설은 정곡을 찌른다. 빙빙 돌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만 딱딱 짚어서 얘기한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엘리트지만 유세나 인터뷰 때 어려운 단어를 철저히 피한다. 그의 전문분야인 경제용어를 언급할 때면 무슨 뜻인지 상세히 설명한다.
예를 들어, 연설 때 그는 '관세(tariff)'라는 단어 대신 알아듣기 쉬운 '세금(tax)'을 택한다. 대중의 눈높이를 정확히 간파하고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하는 것. 트럼프의 선거전략이다.
지금까지 그의 전술은 제대로 먹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달 이상 지지율 1위를 고수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그의 소통능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중간중간 나오는 '막말'에 가려져 그의 이러한 능력이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뿐이다.
전 연방하원의장 뉴트 깅그리치는 트럼프를 두고 "아마 미국 정치 역사상 최고의 소통가로 손색이 없다"고 극찬했다. 전 뉴욕 시장 루디 줄리아니는 "그는 정말 특출 나고 대단한 언변을 지녔다"며 "오바마, 레이건, 클린턴과 비견되는 당대 최고의 소통가"라고 했다.
'안티 트럼프'로 꼽히는 보수논객 리치 라우리도 인정했다.
"대단한 소통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신만만하고, 흥미롭고, 신랄하다. 전화번호부를 읽어도 흥미롭게 들리게 할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화술 좋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바마에 대해 "텔레프롬터(테이프가 돌면서 출연자에게 대사 등을 보이게 하는 장치) 의존도가 너무 높다"며 "준비된 연설에 강할 뿐이다.
인터뷰 때는 답답할 정도로 말이 자주 끊긴다"고 평가절하한다.
실제로 트럼프 연설을 보면 텔레프롬터가 없고 연설문도 따로 없다. 연설문을 그대로 읽어 내리는 후보를 두고 그는 '게으른 정치인'이라고 비판한다.
"연설문이 있으면 실수가 적은 장점은 있지만 감정 호소력이 약해진다. 후보의 열정을 유권자들이 느껴야 한다"는 게 그의 이유다.
트럼프의 유세현장을 보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다. 지지자들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하고 기립박수를 보낸다.
얼마 전 젭 부시는 유세장에서 한 여성이 그의 앞에서 졸고 있는 장면이 TV에 나와 망신을 샀다. 트럼프는 이 동영상 클립을 자신의 홍보영상으로 이용했다.
그러면서 "자장가가 따로 없다"고 비아냥댔다. 지금까지 대다수 한국과 한인언론의 트럼프 관련 보도를 보면 주류언론을 번역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주류언론의 80% 이상이 부정적이다. 그가 대선후보 1위를 줄곧 달리고 있기 때문에 집중포화를 면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LA타임스·워싱턴 포스트·ABC·NBC·CBS 등 대다수 언론은 친 민주성향이란 점을 알아야한다.
이들이 내년에 오피니언 지면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사실은 안 봐도 비디오다.
우리는 진보와 보수 양쪽 의견을 모두 들어볼 필요가 있다. 왜 특정후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정하게 바라 볼 줄 알아야 한다.
한인과 한국언론도 마찬가지다. 주류언론 보도라고 있는 그대로 무작정 받아들이고 번역하는 것은 '게으른 저널리즘'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