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열나네요. 열심히 너무 열심히 있는 기술 없는 기술 다 동원해서 완성한 36차 선자령 여행 후기의 사진이 어찌하여 안 올라오는지...야심한 밤에 요 궁리 저 궁리 해 보지만 결론은 공부해서 다시 올리자 일단은 이 정도로 최선을 다했으니 자족하고,,,하지만 울고 싶은 이유는 도대체 뭐야? 완성이 되는대로 내일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대장님께 멋진 사진 버릴 수 없으니 메일로 한번 보내보고 자문을 좀 구하는 방향으로 정리를 하고 아이고 나도 몰러 잠이나 자자! 여러분!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김밥 맥주 오이 음료수 잘 먹고 마셨습니다아~~~~~~~~~~~
각설하고,
<내 맘대로 여행기 쓰기??>
언니!
대전으로 이사 온지 오늘로 28일째가 되었네요. 가끔 그쪽 일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사람은 어디 가서나 살 수 있게 되어 있나봅니다.
대전에서도 아주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말이에요.
오늘도 경상도 말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갑천으로 그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물 구경을 갔어요. 우산을 받치고서도 신발에 물이 마구 들어오고 엉덩이께까지 비가 들이치고 결국에는 빤쓰?까지 젖어버렸지만 온 식구가 맨발로 우레탄 길을 걸으며 온 몸으로 비 마중을 하는 것도 좋았어요. 지금쯤 중국여행에서 돌아와 있겠네요.
어제는 애들 데리고 늘 말로만 들었던 대관령 선자령을 다녀왔어요. 정말 가보고 싶었거든요. 고개 이름이 예쁘잖아요, 선자령! 우리 동네 선자가 넘던 고갯길인 것만 같아 정이 가는 이름이에요. 언니가 아다시피 저는 촌년이라 자연스럽고 촌스러운 것들이 좋아요. 그것은 아마도 제 속에 대물림되어 내려오는 촌것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때문인지도 모르죠.
선자령을 힘들게 오르면서 세상을 향한 끝없는 욕심과 욕망으로부터 스스로를 견제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선자령을 오르는 초입에 한쪽에서만 부는 바람을 맞은 때문인지 가지들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낙엽송을 봤어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엎어지고 자빠지고 아웅다웅 사는 인간보다야 수십 년 수백 년을 한자리에 의연히 서서 씨앗도 퍼트리고 제 할일을 다하는 모습에 한없이 낙엽송 앞에 오그라드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답니다.
찜통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땀을 삘삘 흘리면서 발걸음을 내 딛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잘 데리고 왔구나 하는 생각 다섯 번 이상 했습니다.
오고 가는 길에 사람의 발길이 그다지 닿지 않아 야생화는 자기 모습을 많이 간작하고 있었는데 동네 개천가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꽃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뉴월 꽃은 다 지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앞에 민들레도 “바람님! 어서 나를 흔들어 주세요.” 하면서 탐스러운 씨앗을 준비하고 있었구요. 초롱꽃도 보고 깨꽃과에 속하는 꿀풀(꽃)도 이곳에는 많이 피었습디다. 애기별꽃은 서서히 지고 있었구요.
언니가 지리산 가서 그렇게 놀랐다는 현호색 씨 퍼트리기도 해보고 싶었지만 그 꽃은 이미 져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구요. 아, 그런데 한 번 초록이가 현호색 꽃을 보며 괴성을 지르던 적이 있어요. 현호색 앞에서요. “왜 그래?” “꽃 속에서 벌레가 나왔어.” “ 뭐라구?” 아, 글쎄 꽃 속에서 벌레가 나왔대요. 그땐 그냥 벌레가 나왔나 보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씨앗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돌나물도 아닌 것이 땅채송화도 아닌 것이 도대체 무슨 꽃인지 노랗게 피어서 우릴 반겨주었어요. 그런가하면 붓꽃이며 함박꽃 붉은 토끼풀 들국화 노루오줌풀(꽃)을 보기도 했어요. 노루오줌 싹 나는 건 봤어도 꽃 피는 건 처음 봐요. 역시 꽃의 일생을 보려면 사계를 다 봐야겠죠. 갈퀴나물꽃이며 참조팝꽃도 예쁘게 피었더랬어요. 엉겅퀴며 뚝새풀도 보이고 곧 나리꽃 들이 핀대요. 여름이 뜨겁게 타오를 즈음 우리 한번 가요. 선자령을 넘어 대관령까지…….
선자령을 오르면서 주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야생화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이었지만 산 아래 동네에서 있었던 일들을 잊고 산 위로 올라와 다들 부드러운 심성이 되어 숲 속에서 노래도 하고 식사도 한 일들도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구불구불 올라간 초원 평지에서 맥주 마시는 게임을 했는데 전 정말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때 맞춰 맥주 마시기 게임을 해서 잠깐의 갈증을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빨리 마시는 팀이 이기기였는데 정말 다 마시고 싶어도 뒷사람 생각해서 조금은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많이 마시면 염치없잖아요. 다들 목이 마를 텐데……. 누구 아이디어였는지 정말 그 날에 어울리는 놀이다 싶었어요. 줄넘기도 하고 2인 삼각 발목 묶고 달리기도 하고, 줄넘기 줄이며 맥주 차게 해서 지고 올라오느라 몇 분이 고생을 했어요. 땀을 많이 흘려 옷이 다 젖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대관령 양떼목장에서도 아이들은 즐거웠어요. 지훈이는 “엄마 거기가면 양고기도 먹을 수 있어?” 라고 묻기도 했던 곳이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즐거웠던 모양이에요. 전 지쳐서, 아니 그보다도 케메라를 잃어버린 줄 알고 호들갑을 떨다가 올라갈 시간을 놓쳐 못 올라가고 말았어요. 그러는 동안 지훈이 초록이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나중에 차 타려고 보니까 초록이가 없는 거예요. 글쎄, 걔가 좀 그런 데가 있잖아요. 그 왕성한 호기심 때문에 양들이랑 놀다가 나중에는 헐레벌떡 세 처녀랑 뛰어오지 뭐예요. 차안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무튼 양떼 목장에서는 초록이가 즐거웠던 모양이에요.
< 대관령 기상대에 심어진 단풍시기 계측 단풍나무>
다음에는 대관령 기상대를 갔는데 기상대에서 일하는 분이 회원이라서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기상 관측하는 곳이었는데 겨울이 오면 으레 뉴스에 나오기 마련인 대관령의 첫눈 소식을 그곳에서 측정한 것을 토대로 방송에 내보낸다내요. 어느 한 날 그곳에 내린 눈이 우리나라 첫눈 소식의 기준이 되고 있다니 재미있죠?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그곳에 심어놓은 단풍나무인데 우리나라 산에 단풍이 들어가는 시기를 측정한다내요. 나무 한그루로 말이죠? 희한하죠? 어떻게 단풍이 물들어 가는 시기를 관측하나 했더니 바로 고것이었더라구요? 기상대의 일사량 일조량 강수량 등은 별 관심을 갖지 않지만 적설량이나 단풍철의 단풍 시기 등은 관심을 많이 갖잖아요. 가기 전부터 기상대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5시 50분이면 늘 라디오를 켜놓고 김동환 통보관의 일기예보를 들었어요. 아버지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그 시간에 저도 늘 깨곤 했어요. 나중에 다시 잠이 들긴 했지만. 바다를 바라보고 그곳을 생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한테는 일기예보만큼 중요한 것은 없었지요. 그때는 가끔 틀리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일기예보관의 예보에 의지를 하는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지금은 기상통보관이라고 하지만 그때는 예보관이었어요. 어릴 때 제비가 낮게만 날아도 곧 비가 오려나보다 생각했고 샛바람만 불어도 그 바람 속에서 비 냄새를 맡곤 했어요. 코가 발달해서가 아니라 살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샛바람이 불면 비가오더라, 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문학 공부를 하지 말고 그때 일찍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기상학과를 갔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즐거운 여행이었어요. 초록이 지훈이가 사춘기가 되어 자기 몸에 대해서 싱숭생숭해지고 인생이 아리송해질 때 한번 쯤 찾아와도 좋겠고 처녀 총각이 되어 자기들 짝과 함께 와도 좋을 곳이고 혹시나 인생의 좌절감을 느끼고 세상 시름 다 잊고 싶을 때 혼자 이 선자령을 넘어도 이렇게 좋은 곳은 없겠다 싶네요. 지훈이 초록이에게 좋은 추억 만들어 주려고 데리고 온 건데 그 놈들이 엄마마음을 알라나? 즈들 나이 스무 살 즈음에 “어머니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면 난 좋겠어. 언니와 함께 언제 꼭 한 번 다시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꼭 한 번 갑시다요. 그럼 다음에 편지 보낼 때까지 건강하게 서호 열심히 뛰길 바랄게요. 그래야 53kg의 체중을 유지하죠? 그리고 꼭 한 번 갑천에 놀러오세요. 늘 건강하길 바라며 늘 언니의 생이 즐거웁기를 바랍니다. 사진 몇 장 더불어 보내니 선자령 발걸음 놓는 것만 못하겠지만 감상하세요.^^
언니에게 편지글로 쓴 답사기 ...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큰 아이가 중2, 작은 아이가 초6학년 입니다. 큰 아이가 중학생 되면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답사가 많이 줄어서 아쉽습니다. 저 아래에 가서 초록이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도 즐겁게 ..
오늘도 대전에 있는 식장산을 다녀왔는데 길을 잘못들어 처음에는 실망 나중에 밥먹으로갔다가 정말 좋은 곳을 발견하고 다시 올라갔는데 정말 괜찮은 곳이더군요. 대전오시면 꼭 다녀가시길...금세 이렇게 찾아오셨네요.이제 조금 여러분들의 얼굴과 아이디가 겹쳐지기 시작합니다. 참 부지런들하시네요.^^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문경,상주 답사후 슬온이가 한달내내 초록언니 보고싶다고 했던 탓인지 너무너무 반가웠던거 모르죠? 이번 답사 다녀와선 아예 언니 생기게 해달라고 성화네요. 초록이 허리는 괜찮은지 걱정 되네요. 초록이 덕분에 슬온이가 산행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록아 고마워. 담에 또 뵈요.
첫댓글 아이들이 같은 성씨라서 더 반가웠던 해찬들판님 잔잔하면서도 가슴에 고요한 파문을 남겨놓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이 이름이 승현이? 맞죠/ 나중에 더 알은체 해요. ^^
청한님 담에 그 맛나게 마신 맥주 한 잔을 대접받고 싶은데....^^ 사 주실거죠?? 만나뵙게 되어서 기쁘고 함께 한 답사 여행 행복했습니다.
웃는 돌님은 샤?교성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요 어디서 많이 본듯도 하고...아무튼 모놀이 분위기가 살아서 더욱 빛나는 여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뵙지요
언니에게 편지글로 쓴 답사기 ... 잘 읽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여행.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큰 아이가 중2, 작은 아이가 초6학년 입니다. 큰 아이가 중학생 되면서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답사가 많이 줄어서 아쉽습니다. 저 아래에 가서 초록이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도 즐겁게 ..
아항~~ 대전으로 이사하셨군요......개별로 오시느라 애쓰셨어요..
개별?로 안 가고요. 단체?ㅎㅎㅎ로 갔어요. 전날부터 서둘러서ktx도 새벽차는 없어서....부천 친정에서 자고 갔어요.^^
아항! 제 앞자리에 앉으신 분.... 돌아올때 얘기 좀 나눴었죠... 답사에 관심도 많고.. 다음에 참가하셔서 더 많은얘기 나눠요...
용인서 오신분 맞죠? 다음에 또 뵙지요? 그런데 아이들과 시간이 맞아야 갈텐데...혼자다니기는 좀 그래서요. 천상 어미입니다^^
참 따뜻한 후기네요. 다시 만날 때 까지 안녕히~~~!
저도 카메라 찾았다는 말씀 듣고 얼마나 다행이던지...그래서 더 기억에남는 해찬들판님...그런데 자꾸 해찬들이라고 불러지네요..^^하하...멋지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제가 좀 호들갑을 떨었죠? 아~~~ 민망해라. 여행은 사진으로 남는 법인데.... 걱정이 되어서요/
저번에도 가족이 다 함께 오셔서 부럽게 하시더니~..ㅎㅎ 이번에도..가족의 행복한 모습 너무 보기 좋았어요~..후기..따뜻하게 잘 읽었습니다~..ㅎㅎ
나중에 얼굴 좀 익히게 꼭 찔벅거려 주세요. 나 들바람이야 라고,
오늘도 대전에 있는 식장산을 다녀왔는데 길을 잘못들어 처음에는 실망 나중에 밥먹으로갔다가 정말 좋은 곳을 발견하고 다시 올라갔는데 정말 괜찮은 곳이더군요. 대전오시면 꼭 다녀가시길...금세 이렇게 찾아오셨네요.이제 조금 여러분들의 얼굴과 아이디가 겹쳐지기 시작합니다. 참 부지런들하시네요.^^
선자령...예쁜 고개이름 만큼이나 예쁜 해찬들판님의 후기네요^^
아, 미치겠네요. 누구더라. 벌써 요렇게 헷갈려서야 원. 얼굴이 가물가물 나중에 꼭 옆구리 한번 찔러주세요.
두번째 만남이었는데 문경,상주 답사후 슬온이가 한달내내 초록언니 보고싶다고 했던 탓인지 너무너무 반가웠던거 모르죠? 이번 답사 다녀와선 아예 언니 생기게 해달라고 성화네요. 초록이 허리는 괜찮은지 걱정 되네요. 초록이 덕분에 슬온이가 산행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초록아 고마워. 담에 또 뵈요.
슬온이 그 조그만 놈이 잘 올아가서 참 기특했어요. 나중에 또 봐요. 초록이도 슬온이 얘기 많이 해요. 다녀와서 몸살 났을 것 같은데...담에 얘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