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모 까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너무 길게만 쓴다고 온갖 쿠사리를 먹더니만,
이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강퇴 당했던 아픔 있었던 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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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백화점 2층과 3층은 남자라는 종족들에게는 꽤나 불편한 곳이다..
여자라는 종족은 10여 년전 우리의 대머리 대통령이 새벽 순시하듯..
그와 비슷한 보폭으로 백화점 2층을 골목골목 훑는다..
그 때, 남자라는 종족의 위치에 따라 그들의 결혼 여부를 알 수 있다..
대체로 남자라는 종족은 여자라는 종족의 15도 정도 좌측 뒤편에서 툴레툴레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아, 그렇다고 모두 그러한 건 아니다..
연애 지속성 여부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때때로, 지렁이처럼 암수 한몸인 채로 매장을 쫄쫄쫄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순시를 마친 여자라는 종족은 매장 한 군데로 슬몃 발을 들여 놓는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잘 비빈 짜장면을 입 안으로 말아 넣는 것만큼 거침이 없는 행위이다...
이 때, 대체로, 옷걸이의 옷을 슬쩍 들추게 된다..
그러면, 오후를 넘겨 종아리가 어느 정도 뻐근할터인데도 불구하고, 매장의 여인은 그녀 곁에 서서, 그녀의 손놀림을 본다..
표정은 한결 같으나.. 매장의 그녀는 여자라는 종족의 소비 경향에 대한 명료한 판단을 이미 내린 상태이다..
이즈음 남자라는 종족의 위치는 매장의 언저리다..
한 쪽 발은 들여 놓았지만, 다른 쪽 발은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느라 바깥 쪽으로 빼 놓은 상태가 된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돌 속에서 끄집어내어 피렌체에 조각해 놓은 "다비드"의 발목 방향과 대체로 일치하게 된다..
옷을 들었다 놓았다 걸쳤다 훑었다..
가격표를 유심히 들여다 보던 여자라는 종족은...
옷걸이에 달린 옷을 가슴에 대고는 남자쪽으로 블라우스의 레이스만큼 화사하게 웃으며 남자쪽을 돌아보면서,
그녀들의 대사는 늘 한결 같다..
"어때, 이뻐?"
그 때, 다비드의 형상을 하고 있는 남자라는 종족들의 다음 대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응, 예뻐..!"
이쯤 되면, 어쩌다 두 번 정도 보게 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다음 장면이 쉽게 예측가능하다..
왜냐하면, 여자가 그 매장에서는 절대로 옷을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을 나오면서 여자는 한 마디 한다..
"다 좋은데, 단추가 안 예뻐.. "
"내가 봐도 그래.. " 남자 맞장구를 친다..
순시는 계속 된다..
"어떤 걸로 살까? 여성스러운 걸로 살까? 화사한 걸로 살까? 아냐아냐.. 그냥 단정한 걸로 살까?
이 즈음에서 남자라는 종족은 여성 의류 매장에서 '여성스러운 것'이 따로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물을 수는 없다..
어차피, 여자라는 종족에게 여름 정장을 벌로 폼 나게 사주기로 한 까닭이다..
"옷들이 어째 다 똑같네.. "
"요즘 저게 유행이라서 그렇지.. "
저 다 똑같은 옷들 중에서 [자기만]의 옷을 고르고 있는 여자의 선구안에 자못 경탄을 마지 않는다..
얼마간의 대화를 하는 동안, 두 군데의 매장을 더 들렸고,
옷을 가슴에 대고 남자를 바라볼 때마다, 여자라는 종족은 눈을 찡긋해보이며, 귀염을 떤다..
그리고는 준비된 대사를 우아스럽게 한다...
"어때, 이뻐?"
예쁘지 않으면, 그 옷이 매장에 나와 전시가 되었겠냐마는, 잘 어울리냐고 묻는 말이겠지마는,
그 비싼 옷가지들을 만들 때, 수요와 유행과 마모를 예측했을터이니, 안 어울리겠냐마는...
남자라는 종족은... 어설픈 미소를 연출하며.. "응.. 예뻐!" 한다..
어떤 매장의 옷은 소매가 7부가 아니라, 8부라서 불합격..
어떤 매장의 옷은 레이스가 너무 화려해서 불합격..
어떤 매장의 옷은 가격대비, 옷의 효용가치가 떨어져서 불합격..
어떤 매장의 옷은 치맛단이 너무 흘러내려서 불합격..
3층을 올라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남자라는 종족은 속으로 생각한다..
'이제 삼분의 일 정도 했군!'.. 남자의 오금 부위가 말리듯.. 뻐근해온다...
3층의 옷은 어지간하면 욕심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 남자도 어느 정도 터득을 하였다..
3층의 옷가지 단위는 백 만 단위를 훌쩍 넘어 있기 때문에 그저, 두어 번 견학하듯.. 돌아주면 된다는 것을...
역시, 3층에서 여자라는 종족은 2층에서 보여주었던 거들먹거림이 없다..
대략, 스쳐지나가기이다..
한 군데 정도 들려, 탈의실을 들려 보고는.. 그, 럭셔리하고.. 노블레스한 염색에 질렸는지..
"좀 안 어울리지?" 하고는 물음의 형식을 바꾼다..
대신 옷을 벗어 놓으면서 눈을 찡긋하거나 하는 귀염의 표정을 버리고 좀 교만해진 표정이다..
안 어울리느니 보다는 가격에 압도되어 버린 것일테지만..
뒤돌아 나올 때, 매장 여인에게 '이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살 수 있으니.. 예약 정도 해 두지' 라는 보루의 자존심 표현일테다..
따라서 3층 매장에서 여자라는 종족의 물음에... "응, 예뻐.. "라는 말을 삼가야 한다..
그저,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고개를 흐밋하게 끄덕여주는 것이 남자라는 종족의 예의인 것이다..
"여긴, 아줌마틱한 스타일이잖아.. "
여자, 애써 자위를 하면서.. 2층으로 내려온다..
사실, 다시 2층으로 내려왔을 때부터가 쇼핑의 시작인 것이다..
다시 한 번 매장의 구석구석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방금 전 마주쳤던 매장의 여인들과 다시 눈맞춤을 해야 한다..
'그럼, 그렇지.. 니가 가 봐야 어딜 가겠니.. ' 이건, 매장 여인들의 속마음이다..
'내가 3층에서 옷 좀 봤는데... 니네 상품이 좀 딸리긴 하지만.. 내가 사 줄 용의도 있어.. ' 이건, 여자라는 종족의 속마음이다..
'이런 씨발.. 여기 또 왔네.. 쪽 팔려.. ' 이건, 여전히 다비드 형상을 하고 있는 남자라는 종족의 속마음이다..
여자라는 종족은 또 다시 옷걸이를 한겹한겹 벗겨낸다..
잘 개켜놓은 옷을 흐트러뜨리고는.. 들었다 놓고, 놓은 것을 다시 들면서 손때를 입힌다..
그리고, 탈의실로 옷을 가지고 들어간다..
드디어, 남자라는 종족에게 역할이 주어졌다..
인간 옷걸이다.. 여자가 옷을 잘 갈아 입기 위해.. 웃옷을 들고 있어야 하고, 가방을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관심 있는 척, 이런 저런 악세서리를 들추면서...
여자의 새옷 걸침에 대한 품평을 하기 위한 다양한 언어를 찾아내야 한다..
어차피, 이 집도 옷을 살 집이 아니라는 판단을 남자는 이미 하고 있다..
그냥 입어 보는 것이다..
이미 여자라는 종족은 자기 옷에 대한 확정 판결을 내린 상태이고..
그것을 사기 전에.. 아쉬운 대로 마음에 들었던 옷 한 벌을 걸쳐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은..
이제 영악해진 남자는 죄 알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 올께요.. "
여자와 남자의 뒤꼭지에 꽂히는 매장 여자의 눈초리를 알고 있으나..
매장 여자도 속으로만 쏘아 댈 뿐.. 그녀의 하루는 표면화된 웃음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매장의 여인들은 피부만 웃을 줄 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도 잘 아니.. 뭐, 그다지 불편, 불쾌할 것도 없다..
드디어, 여자라는 종족은 비장해진다.. 바로 그 집이다..
아, 모든 쇼핑은 백화점을 들렀을 때, 처음 들어왔던 그 매장에서 부터, 시작해서...
반.
드.
시...
그 집에서 끝나게 마련이다..
바로, 그 단추가 맘에 안 들었던 그 집.. 남자는 안도한다.. '이제 끝나는군'... 하며..
쇼핑백에 옷을 주섬주섬 담는다..
보너스로 옷걸이도 잔뜩 얻는다..
남자 카드를 지른다..
여자, 어디서 구해 왔는지.. 할인 쿠폰을 내밀어서는 가격을 낮추고, 한 번 더 낮춰 본다..
그럴 수록 여자의 기분은 자꾸자꾸 높아지고 있다..
드디어.. [자기만]의 옷을 샀다..
아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백화점의 8층이거나, 9층 쯤에 마련된 사은품 코너를 들러야 한다..
또, 자동계단을 오르는 남자의 발목이 시큰하다..
자동계단을 오르는 여자는 가슴 꼭지에 입을 대고는 계속 불어댄다..
가슴이 점점 부푸는게다..
옷을 담은 부피가 큰 쇼핑백은 늘 여자가 맨다...
15도 쯤 좌측 하방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곽휴지를 툴레툴레 들고 다니는 것은 남자다..
그 상태로 백화점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주는 일까지 수행하는 이들은.. 여성부에서 감사패를 받을만한 남자일 것이다...
하긴, 어느 남자라는 종족도 한 때, 훌륭하고 자상한 남자 아니었겠냐마는..
저녁 먹고 가야지?
맞다, 백화점이란 그런 곳이다...
주차장으로 부터 시작해서, 나무 몇 그루 오종종 심어 놓은 하늘 공원 옥상까지..
물 흐르듯, 지갑에서 돈을 흘리게끔 만들어 놓는다..
기름기가 돌아도 우아하게 돌고 있을 것만 같은 백화점 음식점..
그곳에 들러 쇼핑백을 식탁 위에 살포시 놓으며,
귀티나는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을 훑어야하는 것이다..
음식의 이름이 생소할수록 가격은 높고, 양은 적기 마련이다...
그리고, 1년에 한 두어 번쯤이라는 단서를 달고는.. "먹어줘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슬리퍼 직직~ 끌면서 이쑤시개로 시식 풀코스를 먹는 마트하고는...
그렇게 달라야 하는 것이다...
손가락도 쥐가 날 만큼 이 보고서를 쓴 지금이,,, 이 쇼핑의 대단원이다...
첫댓글 ㅎㅎㅎㅎㅎ 이글을 쓰시고 왜 강퇴 당했을까 고민중입니다 ㅎㅎㅎㅎㅎ
딱히 이 글 때문은 아니구... 뭔가 맘에 안 드는게 있었는가 부지요.. ㅋㅋ 원래, 모임이라는 것이 차려 놓은 밥상 같은 거라서 뒤늦게 찾아든 이물스러움이었나 부지요..
우리집 오른쪽 현대 백화점 왼쪽 롯데 백화점 집 앞엔 이마트 9월 오픈 공사중(구 신세계) 글이참 재미 있네요~
재밌군여~ ^^
글재주 뛰어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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