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ankind KOREA vol. 19(2022.6.24.)
㈜바다출판사(2022)
Editor’s letter_강희재 우먼카인드 한국판 편집장
거의 1년 만에 만난 친구와 경의선숲길 한 카페의 야외의자에 앉아 제법 따순 봄바람을 맞으
며 아아를 홀짝이고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마시는 아이스 음료가 딱 적당할 정도로 봄의 따스
함이 한가운데까지 이른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절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하는 저는 이 따스함
이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봄이 싫어.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쫓아버렸잖아. 더위를 싫어하
는 나로서는 아예 뜨거운 절정의 여름보다, 이렇게 스멀스멀 열기가 올라오는 봄이 더 밉네.
그러자 나보다 훨씬 외향적인 친구가 재빨리 소리칩니다. 뭔 소리야. 봄이 제일 좋지! 뭔가 다
시 시작할 수 있는 기분이잖아.
다시 시작할 수 있는이라는 친구의 표현이 귀에 꽂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이 주제로 우
먼카인드 이번 호 작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지요.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처음엔 특별한 사연
을 찾아보았습니다. 전업주부로 살다가 꿈을 품은 지 30년 만에 연극배우가 된 인물, 빌딩숲
에서 첨단산업 전문가로 살다가 모든 걸 접고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사람 등 삶의 모
양과 내용이 바뀐 사람은 정말로 많았습니다.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특별한 변화를 경험한 여
러 인물들이 자주 소개될 뿐만 아니라, 다시 시작하다는 것이 꼭 직업이나 객관적 위치의 변
화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지요. 결혼, 이사, 출산, 이직 등으로 일상이 바뀌고 다이어트나 명
상, 종교활동 등 내 의지로 인한 내적 외적 변화도 포함될 겁니다. 다시 시작하다라는 삶의
이벤트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더군요.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을 품습니다. 봄을 좋아하는
제 친구처럼요. 지금과는 조금이라도 달라져야 할 앞날을 생각하며 구체적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이제껏 견진해온 삶의 태도로는 세상의 장벽에 금세 허물어지고 말 것 진단하며 의지를
끌어 모아 그간의 마인드와 자세를 전면 수정해보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긴 머리를 싹둑 자르
고 주말이면 산에 오르고, 좋아하던 빵을 끊어보고, 누군가에게 먼저 같이 밥 먹자라 건네는
것도 그간 해보지 않은 나의 변화입니다.
이번 호 인터뷰의 주인공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규옥 님입니다. 우먼카인드에서 처음으로 만
나보는 자영업자인 것 같습니다. 인문학 박사학위를 가진 그가 지금은 왜 바코드 찍는 자영업
자로 살게 되었는지, 솔직히 그 변화의 과정에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인터뷰가 끝난 후 저는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광의의 가치를 잠시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전과 다른 삶을
시작하는 것에는 개인의 의지도 있지만,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순응한 결과일 수도 있고, 내
자신이 변화라 느끼지 못하는 어느 사이에 서서히 진행되기도 합니다. 삶의 변화가 자의든 타
의든, 혹은 그런 것을 구별 지을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든, 문제는 그 다음의 삶
을 충실히 살아내면 되는 것임을 박규옥 사장님을 보며 배우게 됩니다.
독특한 문체의 시인 백은선 님은 이번 글에도 끝의 시작이라는 색다른 시선과 방향으로 주제
를 재해석하여 서술합니다. 작은 카페 주인 채도운 님은 차라리 카페에서 때수건을 팔면 어떠
냐고 어머니가 제안할 정도로 폐업 직전까지 갔다가 지역 문화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이
야기를, 사회복지사 겸 작가인 전안나 님은 끔찍한 아동학대와 체념의 시절을 견뎌내고 이제
는 타인을 이끌어주는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이야기합니다.
해외의 필자들이 이번 호에서 함께 집중한 주제 또한 Reinvention입니다. 재창조 재발명이라
는 의미에 맞게 개인의 일상을 재정비하거나, 추구해온 진로를 전면 수정하거나, 부서진 자아
를 온전한 자아로 재구성하기 위해 독특한 철학을 제시하기도 하고, 혹은 어릴적 기억을 재고
안하여 전시하는 큐레이터 이야기까지, 다양한 목소리와 그들만의 방식으로 펼치는 재창조 이
야기를 담았습니다.
■ News From Nowhere_ 침묵의 탐구_진정한 침묵은 드물다. 하지만 갈망, 욕심, 추구, 안
달, 지나친 생각 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내면의 침묵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
라고 있다.
신성한 시간을 위한 자리 만들기_안토니아 케이스_
인생의 단계_스토아학파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임종을 앞두고 인생의 단계를 되
돌아보는데, 삶의 여정 속에 자아가 여러 번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격의 변화_노년기의 성격은 유년기의 성격과 상당히 다르다 라는 연구결과를 이끌었다.
■ Theme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
■ interview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을
■ theme 끝과 끝은 맞닿아 있다
■ theme 백 년 전의 그가 내게 한 말
■ prologue 재창조의 시간이 왔다
■ ageing 나답게 살기란?
■ adventure 내 삶에게 재창조의 기회를
■ memoir 홀로서기의 기술
■ artist 실패한 창조마저 달콤하다
■ culture 플라잉 솔로
■ artist 오직 나와 종이만 있는 시간
■ family 쓰나미처럼 사랑이 왔다
■ writer 공습경보를 뚫고 시를 외치다
■ creativity 어느 빈티지 셀러의 밀나노 도전기
■ philosophy 절망 속에서 재구성되는 자아
■ photograph 흥미가 운명이 될 때
■ curating 기억이 재현되는 갤러리
■ Books
■ Po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