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옥동네의 전설•3
일루전ILLUSION
제1부 폭동 전후(줄거리 8회)
4. 커뮤니스트 음악 선생-1
곽양수의 아내 함안댁, 옥미우는 현준의 아내 남득순보다 한 살 아래고 미인이다. 그러나 전형적 농부(農婦)로 전혀 자신의 모습을 가꾸고자 하지 않은 모습과 차림새였으므로 득순보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
미우는, 흰 와이셔서와 넥타이에 남색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 하는 남편이 여간 미덥고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남편을 학교 선생으로 취직이 되도록 도와준 주인댁에 감사한 마음에서 주인댁을 위해 뭔가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마음이 가득해 있다. 텃밭을 가꾸는 것도 자기 밭을 가꾼다고 생각지 않고 주인댁 밭을 가꾸어드린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그런 함안댁은 그지없이 행복해 보였다.
득순은 집에 있을 때의 차림은 검정색 몸빼 차림인데 함안댁은 언제나 거칠게 짠 흰 광목 한복 차림이었다. 그 흰 광목치마는 밭일하기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어 보이도록 온 몸을 둘둘 감다시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젖통을 저고리 아래 드러내놓고 다녔다. 그리고 아무데서나 돌이 지난 명희를 안고 젖을 먹였다. 그러나 집안에서 보인 함안댁의 그런 모습이 그때 우리 농촌의 경우 범상한 것이었다. 대구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런 문화를 벗어나고 있는 참이기는 했으나 나무라거나 흉스런 모습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었다.
봄이 되면서 함안댁은 텃밭을 일구었는데 실력을 발휘했다. 농삿군의 아내처럼 억척스럽게 해냈다. 득순은 그저 명희를 등에 업은 채 일하는 함안댁의 조수처럼 뒤 따라 다니면서 그가 하는 대로 따르기만 했다.
주말에 양수가 일찍 퇴근해 돌아오면 중근이와 윤호를 자기 방 풍금 옆에 불러 놓고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우리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무궁화 / 우리는 송이송이 나라 꽃송이
너희 고향은 어디냐 너희 고향은 어디냐 / 함경도다 전라도다 평안도다 경상도다
황해도다 충청도다 강원도다 경기도다 / 그리고는 제주도다
같은 하늘 밑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 손목잡고 정답게 앞으로 앞으로
초여름 어느 날 저녁, 현준이 돌아와 있을 때 윤호가 양수에게서 배운 적기가(赤旗歌)를 불러댔다. 그러자 득순은 기겁을 하면서 그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양수의 노래 솜씨는 엉뚱하게도 목욕탕에서 발휘해서 온 동네 소문이 났다.
동네에는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아마 일제 강점기에는 이 동네 사는 일본인들이 주로 애용하던 시설이었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