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받은 새책소식 통권 280호에는 소설가 정찬 씨가 소개 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 중에서 인상에 남는 것들을 여기에 올려봅니다. 많이 공감을 하시리라 생각 됩니다.
돌이켜보면 소설은 한 마리 낙타였다. 그 낙타는 스스로 길이 되어 삶의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내 허약한 두 발은 짐승의 네 발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아득한 길 위에서 내가 갈망한 것은 낙타의 등 위로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낙타는 결코 자신의 등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낙타를 놓치지 않은 것은 나의 눈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힘들면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나는 벗어나고 싶었다. 낙타의 길에서. 그것은 <내가 아닌 나> 를 꿈꾸는 행위이기도 했다.
소설가는 길을 잃기가 참 쉽습니다. 작가는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소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감을 확보하지 못하지요. 지도가 없기 때문에 길을 잃기 쉽고 또 길을 잃었다는 것을 인식 못해요. 자신을 냉철하게 관찰하는 정신의 눈, 즉 내면에 또 하나의 눈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소설을 쓰면서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가 창작의 길을 잃어버리기가 참 쉽습니다. 길을 잃어버리고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는 압니다. 작가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면적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쓴 소설들은 스스로에 대한 경계와 반성의 산물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진정한 작가란 벽이 나타났을 때 그 벽을 넘어가야 합니다. 피해 갈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면 진정성이 결여된 소설이 나옵니다. 벽을 넘어서기 위한 고통을 인내햐야 하는 것이 작가의 숙명이지요.
소설가 정찬은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1978년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 <말의 탑> 으로 등단했으며, 1995년 <슬픔의 노래> 로 제 26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그가 지은 책으로는 <기억의 강> <완전한 영혼> <세상의 저녁> <황금사다리> <아늑한 길> <로뎀나무 아래서> <그림자 영혼> <광야> 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베니스에서 죽다> 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의 글은 주로 되돌아 오지 않는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래서 빠름을 요구하는 자본의 거대 욕망에 깊이 탐구하는 자세의 글쓰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학이 왜소해지고 독자들로부터 갈수록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소설쓰는 일이란 현실적인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고행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가 이번에 [문학과 지성] 에서 펴낸 <베니스에서 죽다> 에는 이러한 환경에서 글을 쓰는 자의 자의식이 깃든 작품들도 보입니다.
첫댓글 작가 정찬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중에 한 사람인데... 새로 책이 나왔다니 꼭 사서 읽어 봐야 겠군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