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종착역
원제 : O Henry's Full House
DVD출시제 : 오 헨리의 풀하우스
1952년 미국영화
원작 : 오 헨리
나레이터 : 존 스타인 벡
감독: 헨리 코스터, 헨리 하사웨이, 진 네굴레스코
하워드 혹스, 헨리 킹
음악 : 알프레드 뉴만
출연 : 찰스 로튼, 진 크레인, 리처드 위드마크
팔리 그랜저, 앤 백스터, 진 피터스
데일 로버트슨, 그레고리 라토프, 마릴린 먼로
오스카 리밴트, 프레드 알렌, 리 에이커
'마지막 잎새'라는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 오 헨리는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기에 활동한 작가로 단편소설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단편만 300여편 썼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단편소설의 대가이며 문학적으로 굉장한 인물로 평가될 정도는 아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인간적인 내용의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대표작인 '마지막 잎새'도 휴머니즘이 물씬한 작품이지만 그 외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경관과 찬송가' 같은 작품에서도 따뜻함과 유머감각이 살아있습니다.
1952년에 발표된 영화 'O. Henry's Full House'는 이러한 오 헨리에게 헌정하는 듯한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957년에 '인생의 종착역'이라는 다소 이상한 제목으로 개봉이 되었는데 막장에 몰린 느낌의 '종착역'보다는 '인생의 새출발'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 듯 합니다.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옴니버스 영화이며 당대의 헐리웃 유명감독 5명이 참여했습니다.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꽤 유명한 배우들도 있습니다. 물론 출연비중과 유명도는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유명한 배우지만 당시에 뜨기 전에 출연한 경우도 있고.
영국의 명우 찰스 로튼이 첫 번째 에피소드인
'경관과 찬송가'에서 주인공 소피로 등장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려고 하지만
계속 일이 꼬여서 실패(?) 하는 소피
마릴린 먼로 등장장면
이 영화에 나온 모든 배우중 가장 유명인물이지만
출연분량은 가장 적다.
파릇한 시절의 리처드 위드마크
우선 감독을 살펴보면 '스카페이스' '베이비 길들이기' '빅 슬립' '붉은 강' 등 이미 걸작들을 많이 발표하여 당시 거장의 지위에 있던 하워드 혹스를 비롯해서 '성의' '오케스트라의 소녀'의 헨리 코스터, '나이아가라' '네바다 스미스' '진정한 용기' 등으로 50-60년대 맹위를 떨친 헨리 하사웨이, 제시 제임스를 주인공으로 한 서부극 '지옥의 길'부터 '성처녀' '킬리만자로의 눈' '모정'등 30년대부터 60년대까지 활발히 활동한 헨리 킹 등 쟁쟁한 거장들이 있습니다. 이들보다는 다소 지명도가 낮지만 '조니 벨린다' '애천' '키다리 아저씨'로 알려진 진 네굴레스코도 참여했습니다. 모두 영화가 만들어지던 1952년 당시에 이미 높은 명성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배우들을 보면 유명도 순서로 한다면 마릴린 먼로, 리처드 위드마크, 찰스 로톤, 앤 백스터 같은 배우들이 있는데 세 명은 비중있는 역할이고, 마릴린 먼로만 한 씬만 딱 등장하는 단역입니다. 마릴린 먼로의 경우는 1953년 '나이아가라'라는 영화를 통해서 27살의 나이로 좀 뒤늦게 뜬 배우이기 때문에 당시 출연 비중이 낮았다고 볼 수 있는데, 1년뒤에 위상이 확 변한 배우입니다. 그 외에도 '여해적 앤' '아파치' '나이아가라' '애천' 등으로 알려진 진 피터스, 히치콕 감독의 50년대 걸작 '열차속의 이방인'과 루키노 비스콘티의 '센소'로 알려진 미남배우 팔리 그랜저, '애수의 호수' '세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진 크레인, '40인의 여도적'의 주인공 데일 로버트슨, 감독겸 배우로 많이 활동한 그레고리 라토프 등이 등장합니다.
대표작인 '경관과 찬송가' '마지막 잎새' '크리스마스 선물'이 포함되었고, 그외 '붉은 추장의 몸값'과 '나팔 소리'라는 작품까지 총 5편의 단편이 등장합니다.
데일 로버트슨과 리처드 위드마크가 출연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당시 절정을 누리던 장르인
필름 느와르 영화의 전형을 띄고 있다.
세 번쩨 에피소드인 마지막 잎새
존재감 없는 마스크를 지닌 공통점이 있는
앤 백스터(아래)와 진 피터스가 자매로 등장
헨리 코스터 감독의 '경관과 찬송가'가 먼저 등장하는데 영국의 명배우 찰스 로톤이 주인공 소피입니다. 부랑아인 소피는 겨울이 닥쳐오자 따뜻한 감독에서 보내기 위해서 경범죄를 저지르고 잡혀가려고 하지만 계속 일이 꼬여서 경찰에 잡히려는 목적 달성을 이루지 못합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교회의 찬송가를 듣고 지나온 삶을 반성하는 눈물을 흘리며 새출발을 하려고 다짐하는 순간 경찰에 체포되고 애초에 원했던 금고 3개월형을 받습니다. 제법 유머러스한 내용이며 마릴린 먼로는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으로 아주 잠깐 등장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덜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나팔소리', 살인범을 잡으려는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는 '40인의 여도적'이라는 작품으로 알려진 데일 로버트슨이라는 배우가 주인공 형사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개성있는 외모입니다. 그의 옛 친구이자 악역으로 톱 배우 리처드 위드마크가 등장하는데 1947년 데뷔한 후 몇년 동안 리처드 위드마크는 암흑가의 건달 같은 역할로 주로 출연했는데 이 영화 출연시기도 그 당시였습니다. 날건달같은 역할을 하는데 잘 어울립니다. 이후 40대에 접어들면서 중후한 모습을 갖추게 되고, 지적인 하층민 같은 역할을 많이 하게 되지요. 헨리 하사웨이가 이 파트를 연출하는데 대중성있는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답게 흥미롭습니다. 리처드 위드마크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가 바로 헨리 하사웨이의 작품인데 그 작품에서와 꽤 비슷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창 밖의 마지막 잎새가 떨어질 때 자신도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조안나.
늙은 무명화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역작이 된
바로 그 '마지막 잎새'
20세기 초기의 우스꽝스런 자동차가 등장하는
'붉은 추장의 몸값' 에피소드
세 번째 이야기는 대표작인 '마지막 잎새'입니다. 오 헨리의 단편 중에서 꽤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요. 앤 백스터와 진 피터스가 자매로 출연하는데 자매역할로 딱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두 배우는 나름 유명한 여배우인데,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닮았냐 하면 바로 개성없는 외모입니다.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제법 이름있는 주연급 여배우치고는 두 배우 모두 쉽게 외모각인이 안될 정도로 존재감과 개성이 약한 배우입니다. 나이도 비슷하고 그런 매력없는 마스크도 비슷하여 자매역할로 딱 이더군요. 실연의 상처로 인하여 폐렴을 앓으며 누워있는 처녀와 그녀를 돌보는 자매의 이야기지만 실제 핵심은 위층에 사는 늙은 무명화가입니다. 그 화가역의 배우는 감독으로서도 많이 활동하고 조연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레고리 라토프 라는 인물입니다. 감독으로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이별'과 '아들 4형제'라는 작품이 우리나라의 개봉작입니다. 여기서는 무명 화가역할로 배우출연을 했고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기 목숨도 끊어질 거라는 절망속에서 누워있는 아래층 처녀를 위해서 눈보라가 심하게 오는 날 가짜 잎새를 나무가 있는 벽에 그리고 숨을 거둔, 정말 의미가 있는 '마지막 걸작'을 남기고 떠난 감동적인 무명화가를 연기합니다. 오 헨리의 대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진 네굴레스코가 연출했는데 소설의 감동을 깊게 전달했다기 보다는 그냥 스토리 전달에 급급한 느낌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는 '붉은 추장의 몸값'입니다. 돈 많은 집 아이를 유괴해서 한몫 단단히 챙기려는 2인조 도둑이 오히려 그 아이에게 혼쭐이 나면서 돈을 벌기는 커녕 아이를 다시 데려가는 조건으로 부모에게 돈까지 주는 해프닝을 다룬 코믹한 내용입니다. 거장 하워드 혹스가 연출했는데 의도적으로 2인조 도둑을 사악한 분위기보다는 코믹한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붉은 추장이라는 별명으로 등장한 10세 꼬마를 연기한 리 에이커 라는 아역배우는 50년대 '용감한 린티'라는 어린이 외화에서 린틴틴 이라는 개와 함께 출연한 배우입니다. '용감한 린티'는 꽤 장기 시리즈였고, 우리나라에서도 2년 넘게 100회가 넘는 에피소드가 방영되었던 인기 외화였습니다. 리 에이커는 전체 에피소드에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출연하였습니다. 보기 드물에 한 명의 아역배우가 수년동안 출연한 장기 외화인데 미국 TV 외화는 이렇게 장기적으로 방영되는 작품이 제법 많습니다.
골치덩어리 소년
50년대 인기를 끈 장기 어린이 외화
'용감한 린티'의 주인공이었던 리 에이커
제발 너희집으로 돌아가줘!
유괴는 없었던 일로 할테니....
마지막 에피소드는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오 헨리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모정' '킬리만자로의 눈' '지옥의 길' '황야의 역마차' 등 우리나라에 꽤 친숙한 감독이며 개봉작도 많은 헨리 킹 감독의 작품입니다. 팔리 그랜저와 진 크레인이 가난하지만 무척 사랑이 깊은 젊은 부부로 등장합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가난한 부부, 아직 신혼이며 너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고 싶어하지만 돈이 없어서 고민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갖고 있는 가보인 시계에 금으로 된 멋진 줄을 선물하고 싶고, 남편은 아내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머리칼에 달 수 있는 예쁜 머리핀을 선물하고 싶어합니다. 돈이 없는 이 부부는 서로의 선물을 사기 위해서 엄청 큰 희생을 치루는데 아내는 평생 길러온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고 남편은 가보로 물려받은 그 시계를 팔아 버립니다. 정작 그렇게 큰 희생을 치루고 구입한 선물은 당장 두 사람에게 필요없는 물건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해설을 맡는 나레이터 역할로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으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작가 존 스타인벡이 직접 출연까지 하는데 노벨상 수상은 이 영화 출연 이후 10년후인 1962년 이었습니다. 선배 작가인 오 헨리의 헌정영화에 직접 출연한 셈인데 같은해 '에덴의 동쪽'이라는 작품도 발표했고, 그 작품도 '분노의 포도'에 이어서 히트작이 되었습니다. 스타인벡의 대표작 두 작품을 영화화 한 '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이 그가 나레이터로 출연한 영화 '인생의 종착역'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 된 셈입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부
남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
평생 기른 아름다운 머리를 팔아버리는 착한 아내
큰 희생을 치루어서 각각 어렵게 산 크리스마스 선물.
하지만 당장은 두 사람에게 모두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가난한 날의 행복'이라는 수필이 연상되는 단편인
'크리스마스 선물'
짤막짤막한 이야기 5편이 2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동안 전개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20분~25분 남짓합니다. 실제로 감옥생활까지 한 경험도 있고 살면서 여러 경험을 했던 오 헨리는 사람사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담았고, 그의 작품중 다양한 내용으로 5편을 엄선해서 만든 헌정영화입니다.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에는 많이 짧은 그의 단편을 묶음집 형식의 옴니버스 영화로 만들어 5명의 거장들이 연출했으니 제대로 헌정을 한 셈입니다. 그것도 잘 나가는 유명한 작가가 직접 나레이션까지 했고. 삶이 지치고 힘들때 용기와 위안, 그리고 웃음까지 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영화입니다. 특히 리처드 위드마크, 마릴린 먼로의 파릇하던 시절을 구경할 수 있는 건 보너스입니다.
ps1 : 오 헨리는 1910년 불과 48세로 사망했는데 1차대전과 1920년대 대 호황기를 못 보고 사망했네요.
ps2 : 이 영화만 딱 봐도 마릴린 먼로와 나머지 배우들(진 크레인, 앤 백스터, 진 피터스)과의 존재감이 엄청 차이나는데 왜 마릴린 먼로는 뜨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렸을까요? 2년전 출연한 '이브의 모든 것'에서도 등장할때 확 돋보이던데.
ps3 : 마릴린 먼로가 뜬 것은 헨리 하사웨이의 '나이아가라'인데 '인생의 종착역'에서 마릴린 먼로는 헨리 코스터가 연출한 에피소드에 등장했습니다. 헨리 하사웨이도 '인생의 종착역'의 한 에피소드를 담당했고 '나이아가라'에서는 다른 감독의 에피소드에 출연한 두 여배우(마릴린 먼로, 진 피터스)를 전격 출연시킨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박을 친 영화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인생의 종착역'에서 자기 에피소드에 출연한 두 남자배우(데일 로버트슨과 리처드 위드마크)는 '나이아가라'에 출연시키지 않았습니다.
[출처] 인생의 종착역(O Henry's Full House 52년) 오 헨리 에 대한 헌정영화|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