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형 사업의 추진 근거로 활용되는 '타당성조사'라는 것은 제목 그대로 '그 사업이 추진할 만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사업입니다. 타당성은 다시 경제적 타당성과 정책성 타당성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통상적으로 경제적 타당성은 들어간 비용 (COST) 대비 나온 편익 (BENEFIT)을 비교하는 B/C RATIO 를 계산하여 확인하며.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지역균형개발이나 타 사업과의 연계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적 타당성'의 경우 전문가설문 및 이에 대한 다차원분석법 등의 기법이 활용됩니다.
정책적 타당성이야 유동적일 수 있지만 (예를 들어 '대운하' 에 대한 정책적 타당성 조사 결과는 현 정권과 이전 정권에서의 평가 결과가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적 타당성인 B/C는 숫자로 정확히 계산되므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B/C 또한 조사/평가자. 정확히는 타당성조사 용역의 발주자의 입맞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여러 타당성조사의 B/C RATIO 결과를 맹신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대운하'에 대한 각종 타당성조사의 B/C RATIO를 살펴보면 시기(정권), 조사/평가/발주자에 따라 0.1 (10%) 부터 무려 33.0 (3,300%)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보면 B/C의 조정/개입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가능합니다.
(1) 편익을 조작한다 1 :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수요를 늘려잡으면 기대되는 편익도 늘어납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는 공항철도의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용역수행사에 의한 데이터 결과값의 조작'이라는 명백한 부정행위보다는 '용역발주자(정부)에 의한 입력값의 조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손쉽습니다. 공항철도의 경우 영종도에 '국제도시' 개발 계획이 있는 것으로 하여 각종 개발구상을 모두 반영한 상태에서에 용역이 수행되었습니다만. 실제로는 '국제도시'가 송도매립지에 건설되는 것으로 변경되는 등 개발구상 중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제외하고는 어느 것 하나 실행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2) 편익을 조작한다 2 : '대운하'와 같은 대형토목사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방법입니다. 이 때 즐겨 산입되는 것이 '지역개발과 고용창출과 같은 간접편익' 인데. 이 편익은 사업비가 많아질수록 자연스럽게 덩달아 늘어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돈을 많이 퍼부으면 퍼부을수록 건설사는 많은 돈을 벌고,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도록 되겠죠) 그런데 엄밀히 보면 이 편익은 실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라고 보기엔 많은 무리가 있으며, 계산기준 또한 엄격하게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B/C 가 0.1에서 33.0 까지 춤추는 엽기적 결과의 주범이 됩니다.
(3) 비용을 조작한다 1 : km당 건설비에 대한 표준품셈 등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비용을 조작하는 것 또한 간단한 일입니다. 예를 들어 비용 3천억원, 편익 3천억원으로 B/C 1.0을 달성한 철도사업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정부는 이 사업을 하기가 싫습니다. 이걸 뭉개버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비용분야에서 KTX 2편성(편성당 400억원)만 더 구매하도록 조정해도 비용이 800억원이나 추가가 되기 때문에 B/C가 0.79로 떨어져 이 사업은 타당성을 상실합니다.
(4) 비용을 조작한다 2 : 다른 경제성 있는 사업의 비용에 살그머니 섞어서 비용을 조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전철 1호선 청주공항 연장' 이라고 했을 때,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은 '천안~조치원~청주공항' 간의 전구간 전철개설 비용 및 그에 들어가는 모든 제반비용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수도권전철 1호선 천안~조치원 연장' 과 '수도권전철 1호선 조치원~청주공항 연장' 2개 사업으로 분할한 뒤, 연결선 건설비용 등등 비싼 것 같은 항목은 죄다 천안~조치원 연장 사업에 몰아주고. 조치원~청주공항 연장 사업에는 달랑 승강장건설 비용만 남겨놓는 식으로 밸런싱을 한다면 조치원~청주공항 연장 사업의 B/C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예제이며 실제 사례는 아닙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개입의 여지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발주자의 입김'이 작용하는 한 B/C RATIO 의 계산 또한 완전한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며. 'ㅇㅇ사업이 자체 용역결과 타당성을 확보했다.' 라는 식의 보도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큰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렇다고 비난만 하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최소한 '숫자'에 있어서마늠은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결과치를 내도록 이러한 외부영향/입김을 없애려는 노력이 따라야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댓글 말씀하신대로 해당 지역의 표와 관련된 문제이다보니 정치적이고 지역 이권적인 결과 조작이 당연히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말씀하신 것 이외에도 봐야 할 것이 타당성 조사를 어느곳에서 했는지를 또 자세히 봐야 할 것입니다. 얼마전까지 이슈가 되었던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특정지역(언급은 안하겠습니다.)의 지방/광역자치단체와 지역 대학교 연구소, 지역 언론의 결탁(?)으로 상대 후보지에 대한 공세를 펼치곤 합니다. 아래에 나온 천안-청주공항 광역철도의 경우도 충남권 대학인 우송대학교쪽에서 나온 결과라는것을 감안해야 할 듯 싶습니다. 반대로 지역 대학, 지역 연구소가 아닌 중앙(?)연구소, 연구원(ex: 국토개발원 등)
에서 행 한 타당성 조사일 경우에도 해당 지역보다 다른곳에 예산을 몰아 줘야 할 경우가 있거나 다른 의도가 있다면 그에 따라서 Techno_H님께서 말씀하신것과 같은 식으로 개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 해야겠군요.
첨언하면 B/C 조작은 SOC사업의 특성 상 이권에 의한 조작 뿐 아니라, 현실적인 조작도 어느 정도는 포함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승객이 넘쳐나는 '서울지하철' 조차 경영성과 면에서 본다면 수백~수천억원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경제적 타당성 자체가 확보되기 힘든 터에 B/C가 정확히 1.0 이상의 사업만 추진한다면 착수할 만한 사업은 거의 없게 되지요. ^^
또 다른 케이스로는 많은 경우 이전 사업이 모두 성공적이라는걸 전제로 깔아두어서 그게 수십년치가 누적되면 현실과 엄청난 괴리가 생기게 되더군요. 가령 지자체 사업의 경우 실제보다 과장된 목표인구를 토대로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인구도 아무 근거 없이 나온건 아니고 무슨 사업, 무슨 기업 유치등 나름 구체적인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적이라고 예측하는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석입니다.
지자체가 인구예측을 부풀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부가 지방의 지자체들이 하는 사업에 딴지를걸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지방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 202x년이 되면 현재보다 30만명이 감소된~~~이고..' 비만하기 짝이없는 수도권의 인구를 돌려 비수도권의 인구를 늘리기위해 지속적인 SOC투자와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할 중앙정부가 이런방식의 예측을 할때가 오히려 울화통이 더 터지는것같습니다.
B/C자체의 객관성이 많이 의심스럽네요~~
서울-시흥 확장은 B/C는 1.00이 넘는데 너무나도 주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충북선 복선전철, 장항선 연결, 전라선 복선화등 눈에 닥친것만 서둘러 했을 뿐입니다. 그놈의 B/C물고 늘어져서 그동안 신설노선이 없다시피 한 것이죠.
참고로 편익조작은 기간을 설정함에 따라 왔다갔다 합니다. 대체로 철도는 장기간에 걸쳐 편익이 창출되고, 도로는 단기간에 편익이 창출됩니다. 도로 건설할때 쓰는 편익계산법을 그대로 철도에 적용시켜서 B/C가 낮게 나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편익계산 방법 자체를 바꿔야할 필요가 있는데..... 문제는 정치권에 아무도 모르는 B/C계산법으로 이익을 보는 검은 그림자들이 존재한다는거죠
비용 대비 편익 보다 조작이 쉬운 비용 대비 효용성(가치의 현금화가 더 어렵죠)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신뢰를 갖는 분이 계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