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아닌 기도하는 스님으로 보라”
청화스님 사실상 명진스님 힘 실어줘
[2010-04-25 주간불교]
‘껌-강남 달’은유 통해 비판·옹호
“우리사회‘나를 보라’할 사람 없다”
“명진스님은 자신에게 화살 쏜 사람”
▲ 청화스님이 4월 25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법문을 설하고 있다.
“자신에게 화살을 쏠 수 없는 병은 믿음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각성만이 약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은 만일 명진스님이‘나를 보라’라고 한다면 무엇을 보겠는가? 안상수 의원이 큰 절, 부자 절 주지를 하면 큰 일 난다는 좌파주지 명진스님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천일동안 바깥출입을 금하고 하루 천배를 하며 천일기도를 잘 회향한 기도하는 명진스님을 볼 것인가?”
前 조계종 청화스님이 4월 25일 봉은사 초청 일요법회에서 특유의 은유를 통해 봉은사 직영지정 이후 총무원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명진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비록 현재 종단 내에서 소임을 맡고 있지 않지만 불자들과 교계 내에서 큰 영항력을 행사하고 있는 청화스님의 이번 발언은 4월 30일 토론회를 앞두고 있는 시기라 많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희망을 가지고 있는 한 분투하라!”
청화스님은 법문을 시작하면서“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이란 문제가 발생해 우리 주지스님이 많이 불편해 하시고 또 봉은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불자들이 많이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 자신이 이른바 종단 제도권에서 벗어나 있는 몸이라 어떤 목적으로 절차를 밟아 갑자기 그렇게 변했는지 그 까닭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 법문을 마친 청화스님이 명진스님과 나란히 앉아 있다.
청화스님은 이어 “다만 봉은사와 종단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한다. 종단과 봉은사를 책임지고 있는 명진스님이 심도 있고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존중할 것은 존중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원만한 타결을 보길 간절히 바란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청화스님은 ‘나를 보라’라는 제목으로 이날 법문을 시작했다.
청화스님은 “이 말씀은 경전에 보면 한 비구스님이 수행을 잘하다가 도중에 수행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것을 보고 부처님께서 그 스님에게 지도하는 말씀 중에 나오는 말”이라며 “저도 이런 경우를 봤지만 수행이라는 것이 작심한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조급한 마음으로 빨리 끝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진)하다가 찬물 한 방울 딱 떨어지면 그로 인해 정진의 불을 잃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비구스님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화스님은 “부처님이 이 사실을 알고 ‘내 듣자니 너는 남보다 열심히 정진을 잘 하다가 도중에 정진을 포기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라고 반문하신 후 ‘너는 어찌하여 해탈로 나가는 길을 열심히 하다가 파하고 말았느냐? 만약에 나 역시 너처럼 참고 정진하는 것을 포기했다면 오늘의 영광이 주워질 수 있겠느냐?’고 꾸짖으셨다”고 말했다.
청화스님은 더불어“부처님께서는 ‘사람은 마땅히 희망을 잃지 않고 향상 노력해야 한다. 참고 노력해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나의 오늘처럼 영광이 될 것이다. 비구여! 희망을 가지고 있는 한 분투하라!’고 설하셨다”며 “부처님께서는 또 ‘참으로 용기 있는 자는 정진하다 의기소침하거나 지치지 않는다. 나를 보라! 모든 재앙을 극복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성취하지 않았는가?’라고 비구스님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사기로 가능, 부처는 안돼”
청화스님은 “이 일화는 부처님께서 수행을 포기한 제자를 어떻게 지도했는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세간의 예를 들어 ‘참된 지도’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청화스님은 “우리는 가령 자녀들 중에서 서울대를 목표하고 입시준비를 열심히 하다가 중도에 지쳐서 포기하게 되면 대개 '내 그럴 줄 알았다. 네 주제에 서울대가 가당하기나 하냐? 못난 놈 다 때려 치고 붕어빵이나 구워라‘고 한다”며 “또 다른 이는 ‘내가 너에게 밥을 굶긴 적이 있느냐, 옷을 안 입혔냐 , 용돈을 적게 줬냐, 학원을 보내지 않았냐. 도대체 중도에 그만 둔 이유가 뭐냐’고 따질 것”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힘을 잃고 쓰러진 사람에게 바위 덩어리를 올려놓은 것과 같다. 힘을 잃은 사람에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은 힘마저 빼앗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릇된 지도방법을 지적했다.
법회 후 대웅전 앞 마당에서 청화스님과 명진스님이 대화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청화스님은 “부처님께서는‘나를 보라’며 네 가지 모습을 비구스님에게 제시했다”며 △정진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것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 △참고 노력한 결과로 부처님과 같은 영광을 얻을 것 △모든 재앙 극복하고 원한 것을 성취한 ‘나’를 볼 것 등을 비구스님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청화스님은“부처님은 목숨을 내걸고 정진하셨다. 부처님은‘사문유관’을 통해 볼 수 있 듯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절망을 뛰어넘는 희망을 가지셨다”며 “부처님은 피나는 정진 끝에 500 가지 서원을 성취해 영원무궁한 지혜와 복덕을 가진 부처님으로 승화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어떤 검사들은 죄 없는 사람들에게 죄를 만들어 자신의 영광을 누리려한다. 어떤 사람은 국민을 속이는 사기행각으로 대통령이 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며 “하지만 부처가 되는 영광은 권력을 휘두르고 속이는 수법으로, 비자금으로 매수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며 “나약해진 수행자를 지도하기 위해 한 말씀이지만 결국 부처님의 말씀은 용두사미로 인생을 사는 사람, 뼈가 없이 벌레처럼 사는 사람, 바람 부는 대로 쏠려가는 연기 같은 삶을 사는 사람, 지표 없이 부류하는 사람들에게 각성하라는 말씀”이라고 단언했다.
‘나를 보라’의 해답도 제시했다. 청화스님은 “남에게 나를 보라고 당당하게 말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진솔하게 비춰 봐야한다”며 “탐욕, 어리석음, 갈등에 의해 자신을 잃어버린 자들의 실상을 비춰주는 거울이 바로 부처님”이라고 강조했다.
청화스님은 “부처님을 보지 않으면 눈이 어두워진다”며 “바르게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암흑이 있다. 부처님이 ‘나를 보라’란 말씀은 결국 ‘법’을 보라는 것이다. 산(生)법, 죽는 법, 흥하는 법, 망하는 법, 삿된 법, 화합하는 법, 행복해지는 법, 불행해지는 법, 심지어 귀인과 천인이 되는 법, 극락, 지옥 가는 법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 행위, 바람을 봐야한다”고 역설했다.
“국민들 현 정권 괴물로 인식”
청화스님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사회 지도자들이라고 하면 현재의 사회상을 진단해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박한 지식, 식견, 안목, 인격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안타깝게 우리사회 지도자들은 함량 미달이다”라며 “이런 지도자들은 이미 지도력이 땅에 떨어져 이들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나를 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친 정부 행보를 비판한 뒤 청화스님은 “이 대통령은 언제부턴가 국민들에게 온갖 추파를 보내며 ‘날 좀 보소’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국민들은 돌아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4대강 만 바라고 있다”며 한 영국신문 보도를 인용했다.
“한국인들은 이 대통령을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 하찮은 벌레, 풀도 이름이 있는데 괴물은 이름이 없다. 동물 족보에서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괴상하고 기이하게 생겨 현상그대로 괴물이라고 칭할 수밖에 없다. 괴물은 공포의 대상이고 괴물이 가진 힘과 폭력성은 무자비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를 괴물로 인식하는 것이다.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상징한 것이다. 권력도 국민이 수긍해야 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잡는데 사용하면 괴물이 되기 때문에(국민들이) 외면한다. 이미 대통령은 괴물로 각인돼 현실에서 국민들에게 ‘나를 보라’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껌 같은 존재들이 왜 씹냐고 시비”
청화스님은 “우리사회 누구도 ‘나를 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부처님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모도, 지도자도, 언론도, 대통령도 그래서 모두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청화스님은 ‘껌’을 비유해 비판을 이어갔다. 청화스님은 “이들 모두가 여기저기 씹히는 껌이 된 것이 문제”라며 “껌은 입을 가지고 있는 한 어른부터 노인까지 다 씹을 수 있다. 모두가 껌처럼 보이니 씹을 수 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데 껌을 왜 씹느냐고 시비하는 것이다. 자신이 껌이 되어 있는 줄은 모르고 껌 씹는 입만 탓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비판했다.
▲ 명진스님이 청화스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청화스님은 ‘사냥꾼과 마조스님’과의 일화를 통해 “우리사회는 정작 돌아봐야 할 자기자신에게 화살을 쏘지 않고 남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있다”며 “우리사회는 정당한 것을 잘못으로 보고 화살로 공격하는 문제와 병을 안고 있다. (우리사회)주체들은 자기를 향해 화살을 쏘지 못하고 남 쏘기에 급급하다. (오늘 내가)부처님을 보라는 것은 불교를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세상에 보여주신 법들을 보고 각자에게 요구되는 법을 발견하고 회복해 자신들의 모습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문 시작할 때 봉은사와 관련한 언급을 피하겠다고 말한 청화스님. 하지만 청화스님은 법문 말미에 시인 특유의 화법과 비유로 현 사태를 언급했다.
“명진스님은 자기에게 화살을 쏜 사람”
“안상수 대표가 말한 좌파스님으로 명진스님을 볼 것이 아니라 당연히 기도하는 명진스님으로 봐야한다. 왜? 안상수 의원은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쏠 줄 모르는 사냥꾼이다. 그가 말한 것은 들은 즉시 귀를 씻어야 한다. 안 그러면 오염된다”며 “명진스님은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쏠 줄 아는 분이다. (여러분들은 모르지만) 명진스님이 봉은사에 와서 천일기도를 한 것은 자신을 향해 쏜 화살이다.(천일기도)는 동시에 신도들을 향해 ‘나를 보라’라는 말씀이기도 하다. 이제 명진스님을 모시고 봉은사 신도들은 오탁악세(五濁惡世)를 향해 ‘나를 보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게 봉은사 부처님을 보고 정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 달 밝아야 나라 밝아져”묘한 여운
이날 법문에는 ‘껌’과 함께 ‘강남 달・강북 달’은유도 나왔다. 청화스님은 “강남 달이 밝으면 강북 달도 밝고, 강남 달과 강북 달이 밝으면 대한민국 달이 밝아질 것”이라며“그러나 강남 달이 구름에 덮히면 강북 달도 구름에 덮힐 것이고, 두 달이 구름에 덮히면 대한민국 달이 구름에 덮힐 것이다. 부디 강남 달이 밝아 온 나라가 밝게되도록 다 함께 노력하자”며 법회를 마쳤다.
한편 청화스님은 법회 후 명진스님 안내로 대웅전 앞 마당에서 신도들과 만났다. 명진스님과 청화스님은 환한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는 신도들과 환담을 나누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