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459) - 대만일주걷기 기행록(50)
~ 마지막 휴식일, 돌발사고 딛고 알찬 문화탐방
4월 5일(화), 마지막 휴식일이자 청명절이다. 오전 8시 반, 버스에 올라 문화탐방에 나섰다. 10분쯤 지나 버스가 들어가기에는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아내에게 蔡正自 버스 운전자의 노련한 솜씨를 칭찬하던 차, 언덕길을 내려오는 오토바이가 버스를 발견하지 못한 듯 방향을 잡지 못하고 부딪혔다. 모두들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니 오토바이는 버스범퍼 밑에 박히고 운전자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구급차가 달려와 응급처치 후 부상자를 구급차에 싣고 한참 후 경찰관이 나타나 현장을 감식한다.
버스에 부딪혀 범퍼 밑으로 들어간 오토바이
사고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버스 기사를 대동하고 돌아간 사이 한 시간여 동하촌(東河村) 입구의 와로(瓦祿)산업미술관과 주변경관을 돌아보며 운전기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난좡향(南庄鄕)은 객가(客家)와 원주민족 삶의 뿌리가 깊은 곳, 그중 동하촌(東河村) 새하족(賽夏族)의 문화가 독특하다. 와로(瓦祿)산업미술관의 자료에서 난좡향(南庄鄕)의 개황을 살피니 한때 3만여 명의 주민이 살던 원주민촌이자 광산지역으로 번창하던 지역이라 적혀 있다. 와로(瓦祿)산업미술관은 직조(織造)산업의 역사와 자료를 전시, 보존하는 한편 공예를 익히는 학습장이기도.
11시경 운전기사가 돌아왔다. 숙소로 가는가 하였더니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사고지점을 지나 깊은 산속의 동하촌 향천호(向天湖)에 이르니 관광객들로 차량과 인파가 크게 붐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니 원주민족의 삶의 모습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전날 산완(三灣)향의 특산에 다유(茶油)가 있다는 것을 보고도 실감하지 못하였는데 이곳에서 차 열매를 기계에 빻아 기름을 짜는 것을 보고 이를 확인하였다. 또한 벌꿀을 생성하는 여왕벌과 일벌이 한데 몰려 있는 상자, 새하족(賽夏族)이 태양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상징물 등을 살피며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원주민족의 삶을 직시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안개가 자욱하여 한 치 앞을 분간하지 못하다가 햇빛에 흩어지며 밝아지는 모습도 환상적이고.
원주민 복식차림으로 기념촬영
원주민족 식당(餐廳)에서 점심을 들었다. 마음씨 좋은 주인은 진객을 맞이하여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마스코트를 선물하며 반긴다. 식사 시간에 대만 황 회장과 채정자 운전기사에게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고처리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는지, 앞 유리창이 갈라지고 범퍼가 파손된 버스의 수리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하며. 이에 대하여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날 과음하여 실수한 것, 중상을 입어 큰 병원으로 이송된 것, 버스는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로 하였다는 상황을 알려준다.
오후 2시에 동하촌 향천호(向天湖)를 출발하여 인근에 있는 獅頭山(사두산)풍경구로 향하였다. 산세가 빼어나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사당과 사찰이 여럿 있다는 풍경구에 사자머리 형상의 조형물이 있는 계단을 올라 주변을 한 시간여 살핀 후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4시, 돌발사고로 충격을 받기도 하였으나 원주민족의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알차게 살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산세가 빼어난 사두산풍경구
저녁식사는 버스로 10여분 거리에 있는 객가(客家) 음식점, 음식 맛도 좋으려니와 인근에 사는 영화등산회 회원(鄭六國씨 부부)이 3대째 이어오는 진미의 소식(素食)을 많이 가져와 다음날까지 풍성한 먹거리가 마련되니 고마운 일이다.
성서는 이렇게 교훈한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불의의 사고 딛고 보람된 문화탐방으로 알찬 휴식을 취하였으니 일행 모두 이를 새기는 기회가 되면 좋으리라. 오토바이 기사의 사정도 안타까운 일, 조속히 쾌유하여 더 낳은 삶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며칠 전 타이중 시에 접어들며 아주대학현대미술관에 들렀을 때 대학의 홍보담당자가 취재한 내용이 4월 1일자 중국시보에 크게 실렸다. 일본과 한국, 대만의 은발 일행이 대만을 일주하는 모습과 소감을 다룬 것, 나와 인터뷰한 내용도 들어 있다. 뒤늦은 기사를 회람하며 남은 일정 잘 마무리하기를 다짐한다.
걷기 내용을 보도한 중국시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