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해양생물학자가 꼽은 부산 해산물 맛 집 172선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00호(2019. 11.15)
부산의 해산물 맛집과 해양생물 이야기
허성회 부경대 명예교수 / 좋은
땅
맛 집 기행이 취미인 허성회(해양71-75) 부경대 해양학과 명예교수가 전공과 취미를 살린 책 ‘부산의 해산물 맛 집과 해양생물 이야기’를 펴냈다. 책 제목처럼 해산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그 해산물 맛 집을 소개한다. 먹장어(꼼장어)의 특징을 설명하고 부산의 먹장어 맛 집을 알려주는 식이다. 또 부산의 해산물 요리와 맛 집을 전반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소개해 부산의 해산물 요리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직접 찾아 맛보고 취재한 글이 활어회처럼 탱글탱글하다.
허성회 동문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음식도 알고 먹는다면 더 맛있게 먹게 될 것”이라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맛 집을 소개하는 책이 나오면 거의 다 사 모아요. 그런데 그런 책을 읽으면서 음식의 재료나 식당의 내력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전공 지식을 살려 식재료로 사용되는 해양생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을 구상하게 됐죠.”
이 책은 해산물 요리의 성지, 부산 맛 집 여행의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다. 부산은 바닷가에 위치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우리나라 어느 곳보다 해산물 식당이 많다. 저자는 약 2,000여 개의 식당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 중 손수 고른 172개의 식당의 51가지 해산물 요리를 소개한다.
책에 우리에게 익숙한 어류, 연체류, 갑각류뿐만 아니라 성게로 대표되는 극피류, 말미잘로 대표되는 자포동물, 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에 대한 지식과 함께 이들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부산의 맛들이 나온다. 접하기 힘든 말미잘 요리로 유명한 기장의 ‘부자집’, 고래고기를 파는 남천동의 ‘백경’ 등이 등장한다.
허 동문은 잘 못 알고 있는 해산물 이름을 바로 잡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꼼장어(또는 곰장어)를 예로 든다. “꼼장어는 부산 사투리고 진짜 이름은 먹장어입니다. 1984년 부산수산대학(현 부경대)에 발령을 받고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꼼장어구이 전문식당에서 ‘먹장어’구이를 주문하니, 식당 주인이 ‘우리는 먹장어는 취급 안 하고 꼼장어만 취급한다’고 해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책은 이외 횟집에서 가장 흔히 사 먹는 ‘광어’의 진짜 이름은 ‘넙치’고, 도미는 ‘참돔’, 민물장어는 ‘뱀장어’, 참치는 ‘다랑어’, 우럭은 ‘조피볼락’이라고 알려준다.
허 동문은 맛 집을 찾아가서 단순히 음식만 먹고 오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처음 개업을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등 그 식당의 역사까지 소개한다. 해당 맛 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서다.
허 동문은 “이 책이 부산 사람뿐만 아니라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역의 해산물 요리를 제대로 소개하고 원하는 맛 집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84년 부경대학교 해양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한국해양학회 부회장, 한국어류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교수 부임 후 매달 월급에서 20만원을 떼고 학술상 상금 등을 모아 조성한 2억여 원의 장학기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돕고 있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