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곡구롱 우는 소리에
오경화
곡구롱(谷口哢) 우는 소리에 낮잠 깨어 일어보니
작은 아들 글 이르고 며늘아기 베 짜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 한다
맞초아 지어미 술 걸으며 맛보라고 하더라
♣어구풀이
-곡구롱(谷口哢) : 꾀고리 우는 소리.
-일어 보니 : 일어나 보니
-며늘아기 : 며느리를 귀엽게 부르는 말
-글 이르고 : 글을 읽다.
-맞처어 : 때를 맞추어, 바로 그 때에
-지어미 : 자기 아내의 존칭
♣해설
-초장 : 꾀꼬리 우는 소리에 낮잠이 깨어 일어나 보니
-중장 : 작은 아들은 소리를 내어 글을 읽고 있고, 며늘아기는 베를 짜고
있는데, 어린 손자는 꽃놀이를 하고 있구나.
-종장 : 때마침 늙은 아내는 술을 거르며 맛보라고 떠 주는구나
♣감상
이 시조에는 화목한 농가의 정경이 잘 묘사되어 있다. 오늘날의 핵사족제도(核家族制度)
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단란한 분위기가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 꾀꼬리 소리, 글 읽는
소리, 베 짜는 소리, 꽃놀이 하는 광경 등이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한결 평화로움을
돋구어 준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내는 술을 거르다 맛보라고 가져 온다 했으니,
단란함과 평화로움이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작가소개
오경화(吳擎華 : 생몰 연대 미상) : 자는 자형(子衡), 호는 경수(璟叟), 이조 말엽의 가객으로
시조 3수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