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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가 피고인들과 공모하였다는 점을 피고인들의 공소장에 명시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제 그는 탄핵을 당하여 국가기관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지금까지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은 첫째로는 증거인멸의 자신감, 둘째로는 이것은 제 사견입니다만 그와 최씨 일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본인들은 면죄 또는 사소한 죄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는 주동세력의 잔꾀가 아닌가 싶습니다. 즉 법적인 내용을 모두 그들이 파악하고 행동할 텐데 그와 최씨일가에게는 이대로 가면 아무 문제 없다고 거짓 조언을 하면서 자신들만 그 죄망에서 빠져나오려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와 별도로 여기에서는 그에 대한 공소장의 기재내용인 공모공동정범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은 공소장에 정확히 그가 어떤 특정한 범죄행위를 한 것으로 표현하였는지, 아니면 공모만 한 것으로 표현하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모는 하였다는 점입니다. 이 공모만 하였을 때도 그를 정범과 같이 처벌할 수 있다는 이론이 바로 공모공동정범입니다(법원의 판단을 중점으로 논지를 전개한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1. 공모공동정범이란 무엇인가
공모공동정범이란 범죄를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모의한 후에 그 일부가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 범죄행위를 하지 않은 나머지도 범죄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하는 이론을 뜻합니다. A와 B가 C를 죽이자고 한 뒤에 B가 C를 죽이면 A도 C를 죽인 살인죄로 처벌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실제로 어떤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돈 좀 걷어봐"라는 말만으로도 그 행위와 똑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공모공동정범에 대해서 학계와 법원은 이견을 보여왔습니다. 대체로 학계에서 법원에 대하여 비판한 것은 단순히 범죄를 의논한 것만으로 범죄행위와 똑같은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와 서로 모의한 범죄행위 외에 다른 행위를 행위자가 한 경우에 그 행위까지도 모의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판례의 입장 또한 학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단순히 모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거기에는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공모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행위에 대하여 모의를 하고, 모의만 한 사람은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 기능적 행위지배란?
기능적 행위지배를 법원이 어떤 개념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하여 명확하게 나온 바가 없고 다만 본질적 기여라는 식으로 기능적 행위지배를 수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기능적 행위지배가 정확히 무엇이냐하는 학술적 논의는 여기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이에 대하여 논하려면 지면의 한계상 다 쓰기도 어렵겠지만, 쓴다고 하더라도 읽을 사람이 전무할 가능성이 매우 높겠죠). 따라서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내용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기능적 행위지배란 보통 실행행위분담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실행행위분담이라는 용어 때문에 무언가 일정한 행위를 해야만 공동정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을 것인데, 사실 전체범죄 수행에 불가결한 기여를 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한다면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범죄를 저지르는 A를 위하여 B가 망을 봐주는 행위, 범죄를 저지르는 깡패 A에 대하여 같이 논의를 한 깡패 두목 B의 행위 모두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여 공동정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거 돈 좀 그쪽에 주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라는 식으로 권유를 하거나 어떤 언급을 하는 행동도 그와 마찬가지로 역할분담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모의를 하였으면 그 구체적 지위 등만을 파악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며, 더 나아가 실제 범죄행위에서 모의하지 않은 범죄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그 범죄행위에도 공동정범을 인정합니다.
3.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합니다.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공동가공의 의사와 그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성립하므로, 공모자 중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사람도 위 요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도 있고, 구성요건행위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아니한 공모자가 공모공동정범으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전체 범죄에 있어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역할이나 범죄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하여 그가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즉 범죄행위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범죄가 성립하며, 그 경우에는 그가 그 범죄집단에서 지위나 역할, 또 범죄과정에서의 그가 가지는 위상 등을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 고려사항의 경우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겠느냐에 관해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 1이 피고인 5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5 회사’라고 한다)의 섬유제품 무자료 거래나 급여 등 항목의 허위 회계 처리 사실을 보고받는 등의 방법으로 원심공동피고인 2 등의 횡령행위에 관여하였고, 이를 통하여 조성된 부외자금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였으므로, 비록 자신이 횡령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횡령행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하여 기능적 행위지배를 한 것으로 보아 피고인 1에 대하여 횡령죄의 공동정범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① 공소외 1 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 중앙회 기획조정실 산하에 구성된 법개정추진반의 공소외 2가 2010. 6. 29. 각 지역본부 및 중앙회 직원들에게 공소외 3, 공소외 4 의원 등에 대한 1차 후원요청을 한 사실, ② 조합 중앙회 부산경남지역본부는 1차 후원요청을 받고 부산 소재 조합에 공소외 3, 공소외 4 의원에 대한 후원을 요청한 사실, ③ 1차 후원에 참여하지 아니하였던 경남 소재 조합 임직원들이 1차 후원 소식을 듣고 부산경남지역본부에 연락하여 자신들도 후원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④ 이에 부산경남지역본부 직원인 공소외 5가 공소외 2에게 추가 후원을 하여도 좋은지를 문의하자 공소외 2는 이를 허용하는 취지로 대답한 사실, ⑤ 경남 소재 조합 임직원들은 공소외 5의 안내에 따라 2010. 7. 12.경부터 2010. 8. 13.경 사이에 공소외 3, 공소외 4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들 사이에 경남 소재 조합 임직원들에 의한 공소외 3, 공소외 4 의원에 대한 추가적인 정치자금 기부에 대하여도 암묵적인 공모는 물론 그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판시사항에 대하여 정리하자면, [1]의 경우 범행행위를 한 자들이 어떻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보고를 받은 피고인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2]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모의행위를 실제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공동정범으로 인정한 경우입니다(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느낌입니다).
이와 같이 보면 대체로 구체적인 상황과 그 지위, 역할 등을 파악한다면 모의가 명시적으로 있든 암묵적이든 상관없이 모두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공소와 수사과정에서 포함하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피고인 2가 공소장 기재와 같이 피고인 1과 공모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으려면,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에 피고인 1과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시간·장소·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거나, 공소사실에 적시된 다른 사항들에 의하여 피고인 2가 범죄에 공동가공하였다는 점이 특정되어야 하고, 그와 같이 특정된 공소사실만이 법원의 심판대상과 피고인 2의 방어범위가 된다.
즉 실제로 범죄행위를 어떻게 하자는 모의가 있었다면 시간, 장소, 구체적 내용을 밝혀야 하며 그것이 없었더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동정범인지를 특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대통령이니까 공동정범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누구누구에게 돈을 건내어줄 것을 권유했다"라거나 "대통령으로서 범죄행위가 어떻게 진행해 나아가는지 언제 보고를 받았다"라는 식의 구체적 정황이 밝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4. 결론
지금 범죄혐의에 대하여 그가 직접적으로 "이리 저리 합시다"라고 모의를 했든, 안 했든 상관없이 대통령이 그에 관하여 보고를 받았고, 또 기업총수들에게 "이거 좋은 일이니까 돈 좀 냅시다"라고 말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에 대한 범죄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탄핵의 경우 제가 일전에 자세하면서도 일반인들이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한 글을 우리카페 학술게시판에 게시하였었고, 거기에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제가 결정문을 살펴보았습니다. 요는 지금 밝혀진 내용만으로도 탄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각에서는 지금 밝혀진 내용만으로 탄핵을 하면 남아날 대통령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한심한 소리입니다. 애초에 지금과 같은 헌법, 법률위반행위가 있었더라면 당연히 그 당시에도 탄핵을 했어야 합니다. 그때 안 한 것을 가지고 지금 하지 말자는 논리의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은 무지의 산물입니다. 또한 과거 처음 있었던 탄핵심판에서의 내용과 지금의 내용을 비교해봤을 때 마치 숯그을림과 거대한 쓰레기무더기에 견주어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지도 않고 다만 발언이 경솔했었던 것과 실제로 거대한 부정부패행위를 구체적으로 한 행위를 어떻게 동일선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모든 헌법, 법률위반 여부를 탄핵사유로 기재하고, 그뒤 특검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진 사실을 보완하는 식으로 빨리 탄핵을 해야 하고, 탄핵 후 파면결정 뒤에 재판으로 향해야 합니다. 또한 지금 제가 봤을 때는 그밑에서 부역했던 자들이 그와 최씨를 제물삼아 법망을 빠져나오려는 것 같으니 이에 대하여 반드시 막아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오랜만에 보는 내용이네요... 2013년 말에 썼던 졸업논문 주제가 특수절도, 특수폭행 등, 형법상 특수범죄의 공범에 관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오 재미있는 주제로 쓰셨군요! 개인적 취향일지 모르지만 공범론은 참 재미있는 주제 같습니다.
매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