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김옥춘 연둣빛 눈물 뚝뚝 흘리며 그대 오는군요 생명의 빛에 눈물이 납니다. 연둣빛 실타래처럼 그대 오는군요 고운 바람결에 추위를 느낍니다 그립던 그대 오시는데 난 서럽습니다 그대 빛나는 만큼 서러워 따가운 햇살에도 몸을 떱니다. 2003.3.1 | 목련꽃 활짝 피는 날 김 옥 춘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그대는 내가 서는 거리거리마다 함께 서고 멈출 때마다 나를 응시합니다. 회색빛 봄날 기운찬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점들 하나하나에도 목련꽃 대신 그대가 찍히고 그대를 피워갑니다. 그대를 향한 마음 간절한 채 마비된 가슴에 그대도 응어리로 굳어갑니다. 내 영혼을 마비시킨 그대여 목련꽃 활짝 피는 날 나를 풀어주소서 2003.3.28 |
3월에 눈이 왔어요 김옥춘 3월에 내린 눈이 자동차를 거북이로 만들었어요. 천둥 치며 내린 눈이 자동차를 겁쟁이로 만들었어요. 3월에 내린 큰 눈 백 년 만에 처음이라 신호등 빨간 불에도 겁 모르던 자동차들까지 길에 갇힌 채 벌건 눈만 깜박였어요. 2004.3.4 | 이제 기도하렵니다. 김옥춘 내 마음 진실해야 내 마음 정갈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내 마음에 욕심이 없어야 내 마음에 미움이 없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내 기도에 믿음이 있어야 내 기도에 감사하는 마음 있어야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기도해야겠습니다. 정성으로 나를 다스리는 것이 나를 가꾸는 것이 기도임을 이제 알겠습니다. 기도는 기도하는 내가 이루어 내는 작아도 큰 기적입니다. 이제 기도하렵니다. 기도는 나에 대한 나의 믿음이며 희망입니다. 2004.3.4 |
잊혀진 계절 김옥춘 만날 때마다 꽃처럼 기쁨이 얼굴에 피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싹트는 계절이었어 생각만으로도 폭풍우처럼 열정이 가슴을 뒤흔들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꽃피는 계절이었어 날마다 조금씩 닮아가면서 처절히 싸우고 질투했던 그때 그때가 우리에겐 사랑이 여무는 계절이었어 어느 순간 무표정으로 눈 마주칠 수 없었을 때 그때 그때부터 우리에게 사랑은 잊혀진 계절이야 우리에겐 잊혀진 계절이 너무나 길어 봄처럼 사랑의 계절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 다시는 잊혀지지 않을 사랑의 계절 2004.3.7 | 차 한 잔 김옥춘 하루가 아침처럼 맑으라고 하루 동안 아침 햇살처럼 웃으라고 찻잔 가슴으로 데워 매일 아침 당신을 위한 차 한 잔을 준비합니다. 아침에 드리는 차 한 잔은 당신을 위한 기도입니다. 당신의 하루가 가족을 위한 수고였다고 하루의 수고가 보람차라고 찻잔 가슴으로 데워 매일 저녁 당신을 위한 차 한 잔을 준비합니다. 저녁에 드리는 차 한 잔은 당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2004.3.8 |
민들레 피었어요 김옥춘 민들레 피었어요 노랗게 피었어요 낮게 피었어요 작게 피었어요 민들레 웃었어요 노랗게 웃었어요 낮아도 기죽지 않고 작아도 숨지 않고 민들레 환하게 웃었어요 꽃피우지 못한 사랑 염려하지 말라고 웃어보라고 고개 떨구고 걷는 내게 웃어주었어요. 2004.3.23 | 봄 햇살에 안긴 산과 들 김옥춘 예쁘다 참 예쁘다. 땅이 들어 올린 초록이 예쁘고 나뭇가지마다 내미는 연두가 예쁘다. 예쁘다 참 예쁘다. 햇살인 양 매달린 노랑이 예쁘고 설레는 분홍이 예쁘고 푸근한 하양이 예쁘다. 예쁘다 참 예쁘다. 커다랗게 숨을 몰아 입 벌려 내쉴 수밖에 없다. 낮은 목소리로 땅이 꺼져라 외칠 수밖에 없다. 예쁘다 참 예쁘다 따스한 봄 햇살에 안긴 산이 들이 행복해 보인다. 2004.3.28 |
봄비 소리 김옥춘 먼지 털어내는 소리로 봄비 내린다. 토도독 톡 토도독 톡 마음 떨어내는 소리로 봄비 내린다. 투두둑 툭 투두둑 툭 가문 봄날 뽀얀 먼지에 빗방울 자국 동그랗게 찍힌다. 빗방울이 빗방울을 지운다. 임 그리운 날 뽀얀 분가루에 눈물 자국 주루룩 그린다. 눈물이 눈물을 지운다. 먼지 털어낸 세상이 그리움 떨어낸 가슴이 맑다. 봄비 소리 더 맑다. 2004.3.30 | 빗방울은 음악가 김옥춘 빗방울은 음악가 연주를 한다. 빗방울은 음악가 세상을 두드려 연주를 한다. 세상은 타악기 악기가 된다. 세상은 타악기 빗방울이 두드리면 음악이 된다. 빗방울은 지금 연주 중이다. 사람들은 지금 감상 중이다. 빗방울은 음악가 자연과 사물을 두드려 소리를 낸다. 빗방울은 음악가 쉼표처럼 가슴까지 두드려 사랑을 부른다. 2004.3.30 |
참 좋습니다. 김옥춘 산에 오르다 보면 그대도 산인 듯하고 나도 나무인 듯하여 참 좋습니다. 산에 오르다 보면 함께 걷는 누구라도 오래된 친구인 듯해서 참 좋습니다. 뽀드득 눈길 부드러운 흙길 폭신한 낙엽 길 걸어 산에 오르고 내리다 보면 세상살이 버거움도 벗어지고 세상살이 욕심도 벗어지고 벌거숭이 되어있습니다. 산에 오르고 내리다 보면 벌거숭이가 된 내가 가벼워진 내가 참 좋습니다. 서러움 대신 겸손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축복이 됩니다. 모두가 친구가 됩니다. 산길은 그래서 참 좋습니다. 그래서 참 아름답습니다. 2005.3.4 | 함박눈 내리는 매화축제 김옥춘 함박눈 내렸다. 매화 꽃잎 닮은 모습으로 너울너울 날았다. 매화꽃 축제 열어놓고 매화 피지 않아 속 타는 매화마을 사람들 마음 졸이지 말라고 햇살은 나뭇가지를 쥐고 있고 함박눈은 매화 꽃잎 닮은 모습으로 날았다. 매화꽃 축제에 매화 피지 않아 불만인 사람들 투덜대지 말라고 햇살 숨기지 않고 함박눈 내렸다. 매화꽃을 기다린 마음에 매화 꽃잎으로 내렸다. 2005.3.14. 매화축제에 다녀와서 |
모든 것이 마음가짐이더라 김옥춘 낮아도 웅장하기만 하더라 작아도 감동이 크더라 선운산이 그렇더라 선운산 도솔봉 자락 도솔암이 그렇더라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만은 아니더라 낮춤이 결코 낮아짐만이 아니더라 너의 가슴이 그렇더라 너를 존경함이 그렇더라 선운산 도솔봉은 낮지만 웅장하기만 하더라 웅장한 바위지만 곱기만 하더라 네 마음이 그렇더라 산보다 크고 산보다 아름답기만 하더라 도솔암 내원궁은 선운산의 선운사보다 작지만 가슴 뭉클하더라 아무 말 없이 햇살 한줄기로 바람 한 점으로도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하더라 세상을 비워내 내 안에 나만 남게 하더라 홀로임이 외롭지 않게 하더라 홀로임이 외로운 것만은 아니더라 작은 것이 작은 것만은 아니더라 낮춤이 낮아지는 것만은 아니더라 산이 산만은 아니더라 사람이 사람만은 아니더라 살아내는 일이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더라 작은 가슴으로 시작하는 너의 사랑이 나의 섬김이 결코 작은 것만은 아니더라 세상을 바꿀 만큼의 아름다움이더라. 우주를 아름답게 할 만큼의 힘이더라. 2005.3.21 선운산에 다녀와서 | 봄비 김옥춘 봄이었을까? 새벽에 후두둑 다녀간 것이? 너였을까? 촛불처럼 그리움 밝혀 새벽을 흔들고 간 것이? 궁금하다 알면서도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면서도 2005.3.24 |
서럽다 김옥춘 봄인가 했더니 여름이라고 하는 계절이 그렇다 서럽다. 운명인가 했더니 장난이라고 하는 사랑이 그렇다. 서럽다. 어른인가 했더니 어르신이라고 하는 세월이 그렇다 서럽다. 2005.3.29 | 술맛 김옥춘 만남주는 달더라. 설렘 맛이더라. 꽃 피는 맛이더라. 이별주는 쓰더라. 상처에 물 붓는 아픈 맛이더라. 가슴속에 똬리 트는 사랑의 맛이더라. 단맛보다 쓴맛이 술맛이더라. 이별주가 제대로더라. 2006.3.5 |
사랑하면 고단해도 행복이야 김옥춘 사랑하면 가슴 아파도 행복이야 사랑하면 고단해도 행복이야 사랑하면 내 가슴 아파도 널 웃게 하고 싶은 거야 사랑하면 내 몸 고단해도 널 쉬게 하고 싶은 거야 사랑하면 내 삶이 원망스러워도 네게 삶의 용기와 기쁨을 주고 싶은 거야 사랑하면 널 위해 살 수 있는 거야 사랑하면 널 위해 내 삶의 의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거야 사랑하면 아파도 고단해도 행복이야 2006.3.18 | 나도 행복하고 싶거든 김옥춘 네가 웃으면 내 마음이 환해져 네가 행복한 것 같아서 네가 울면 내 마음이 우울해져 내 탓인 것만 같아서 네가 행복하면 내 마음이 웃어 고마워서 네가 우울하면 내 마음이 울어 미안해서 네가 날마다 웃었으면 좋겠어. 네가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웃으면 행복해지잖아 행복해야 행복하게 웃을 수 있잖아 네가 날마다 웃었으면 좋겠어. 네가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도 날마다 웃고 싶거든 나도 날마다 행복하고 싶거든 2006.3.19 |
소원 김옥춘 소원 빌었니? 아니 소원이 없니? 아니 그런데 왜? 나 부자 만들어 줄 수 있는 달님 아니잖아 나 하고 싶은 일 다 하게 해줄 수 있는 해님 아니잖아 이 세상의 아픈 사람 다 고쳐줄 수 있는 하나님 아니잖아 이 세상의 고통과 악을 다 없애줄 수 있는 부처님 아니잖아 누군들 소원 들어주고 싶지 않겠어? 그래서 희망을 버렸구나? 아니 소원이 없구나? 아니 그런데 왜? 달라고 한다고 다 줄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감사의 기도만 했어 더 달라고 하기 전에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고 싶었어. 2007.3.5 | 꽃샘추위에 김옥춘 꽃샘추위에 코 베이지 말고 꽃샘추위에 동태 되지 말고 채비 단단히 해라 따뜻한 날 감기 달고 살라 멍석 깔아 놓고 기 꺾일라 시새움에 멍들지 말고 시새움에 아프지 말고 바르게 봐라 사랑하고도 미워할라 사랑하면서도 이별할라 꽃샘추위에 얼지 마라 시새움에 눈물 흘리지 마라 이미 봄이다. 이미 사랑이다. 2007.3.6 |
봄눈 김옥춘 심술부리러 왔겠는가? 인사하러 왔겠지 겨울이 가면서 한 번 뒤돌아본 게지 눈시울 적신 게지 무서워서 물러났겠는가? 배웅하는 게지 봄이 인사하고 가라고 맘 편히 가라고 기다려 주는 게지 참 구성진 춤판 같구려! 참 아름다운 축제 같구려! 하얀 눈 함박눈 봄눈 2007.3.8 | 여운 김옥춘 사랑이란 손을 잡고 싶은 것 사랑이란 입을 맞추고 싶은 것 사랑이란 그런 게 맞아 사랑이란 눈빛을 곱게 만드는 것 사랑이란 얼굴을 빛나게 만드는 것 사랑이란 그런 게 맞아 눈빛 고운 중년의 연인을 봤어 잡은 손을 놓지 않았어. 환하고 따스한 미소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어. 가슴 아릴 만큼 예뻤어. 눈빛 고운 중년의 연인을 봤어 가만가만 말하고 가만가만 웃었어. 손 맞잡은 것이 사랑 가득한 대화였어. 사실은 가슴이 많이 아렸어 바라보는 마음 서로의 아픔까지 보듬고 존중하는 사랑 같아서 나도 손잡고 싶게 했어 나도 존중과 믿음으로 웃고 싶게 했어 눈빛 고운 그들의 사랑이 사랑은 참 예쁜 거야 사랑은 참 사랑스러운 거야 보기에도 손 맞잡고 싶다. 입 맞추고 싶다. 사랑 하고 싶다. 2007.3.9 |
구름 김옥춘 구름은 분첩이야 하얀 가루 내려 세상을 아름답게 하잖아 구름은 샤워기야 맑은 물방울 내려 세상을 깨끗하게 하잖아 구름은 청소기야 때때로 세상을 아름답게 깨끗하게 하잖아 2007.3.10 | 일꾼을 부릴 땐 김옥춘 일꾼을 부릴 땐 잘 먹이는 거야 가족처럼 열정을 쏟아낼 기회를 주는 거지 일꾼을 부릴 땐 예의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 거야 귀한 손님을 대하듯 일에 대한 가치를 찾아낼 기회를 주는 거지 일꾼을 부릴 땐 믿어주어야 하는 거야 나 자신처럼 내 일처럼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지 자존심 상한다고 대강 일하는 건 아니지만 일 해보니 그래 기쁘게 일하면 집중력이 생기지 창의력이 생기지 2007.3.10 |
친해지면 김옥춘 익숙해지면 더 많이 보이는 법이지 안갯속에 한참 있어 봐 어둠 속에 한참 있어 봐 친해지면 더 많이 보이는 법이지 웃는 얼굴에서 아픈 가슴까지 보이니 우는 얼굴에서 감사와 환희로 가득 찬 가슴까지 보이니 익숙해지면 더 잘 보는 법이지 친해지면 더 잘 보는 법이지 익숙해지면 친해지면 비로소 제대로 보는 것이지 2007.3.10 | 샘물 김옥춘 퐁퐁퐁 졸졸졸 나 어렸을 땐 아침에 일어나면 퐁퐁 솟는 샘물 아래로 세수하러 갔었지 내 어머니의 빨래터였지 나 어렸을 땐 내 어머니 동이로 샘물 이어다 새벽밥을 지으셨지 물동이 옆엔 똬리 하나 늘 있었지 나 어렸을 땐 샘물가에 해당화 곱게 피었었지 배고프면 해당화 꽃잎 따 먹고 목마르면 해당화 꽃잎 살짝 밀고 샘물을 퍼마셨지 박 농사 잘되어 바가지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해엔 바가지 하나 깨도 혼나지 않았었지 바가지만 많아도 내 마음 훈훈했었지 내 어머니 마음 너그러웠었지 퐁퐁퐁 졸졸졸 샘물은 시원했었지 샘물은 따뜻했었지 언제나 마르지 않았지 내 어머니의 사랑처럼 중년만 되어도 어린 시절은 동화가 되지 가난하고 마음 쓸쓸했지만 펼쳐 보면 그림이지 눈물이 나도 아름다운 그림이지 내 삶도 동화였지 내 삶이 소설이듯 2007.3.12 |
화이트데이 김옥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 사~랑 사~아~랑 저... 사랑해! 응? 뭐라고 했어? 으~응 여기 사~탕 사탕이구나! 사랑이라고 들었는데 고마워 달다 저... 사~탕~해! 응? 사탕이 어떻다고? 달콤해 너 같아 달콤해 널 생각하는 내 마음 같아 으~응 사랑한다고? 응 사랑해 많이 2007.3.14 | 화이트데이 김옥춘 사탕 네가 삶에 지쳤을 때 네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내 마음이야 사탕 네가 삶에서 쓴맛을 보았을 때 네게 용기를 주고 싶은 내 마음이야 사탕 네가 사람이 그리울 때 사랑으로 곁에 있어 주겠다는 내 마음이야 내 마음 사탕 받아줄 거지? 내 마음 사랑 받아줄 거지? 사랑해 2007.3.14 |
소주는 김옥춘 소주는 점점 약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주는 언제나 사랑의 가슴 같은 이름으로 돌아왔다. 소주는 이름이 참 예쁘다. 2007.3.15 | 오는 듯 가는 인생이여 김옥춘 오는 듯하여 기다리면 어느새 가버렸더라 계절이 항상 그래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쓸쓸해 오는 듯하여 기다리면 어느새 가버렸더라 사랑이 항상 그래 그래서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사실은 모르겠어. 그래서 항상 외로워 오는 듯하여 기다리면 어느새 가버렸더라 내 삶에서 기쁨이 항상 그래 아니 인생 자체가 오는 듯 가버리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때때로 억울하고 자꾸 쓸쓸해 오는 듯 가버리는 게 인생인데 오는 듯 가버리는 게 사랑인데 잘 살아야지 어쩌겠어? 정성으로 살아야지 어쩌겠어? 2007.3.17 |
철없는 인생 김옥춘 어제는 오늘보다 철없었다. 마흔이 넘어서도 뒤돌아보면 그렇다. 어제는 오늘보다 옹졸했다. 마흔이 넘어서도 뒤돌아보면 그렇다. 사는 날만큼 깨닫는 것이 인생이다. 사랑하는 만큼 깨닫는 것이 인생이다. 사는 날까지 겸허히 살아야 하는 것이 내 인생에 대한 나의 태도다. 사는 날까지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내 인생에 대한 나의 예의다. 2007.3.20 | 너나없이 김옥춘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둥글게 만들고 무시와 멸시는 사람의 마음을 모나게 만들어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무시와 멸시는 사람을 거칠게 만들어 어이없는 무시와 멸시를 오랫동안 당해보면 알 수 있어 욕이 저절로 나온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나온다는 것을 살면서 남을 업신여길 일이 아니야 살면서 남을 깔볼 일이 아니야 너나없이 입이 거칠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나없이 말이 고왔으면 좋겠어. 너나없이 가슴이 거칠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나없이 가슴이 따뜻했으면 좋겠어. 너나없이 살맛 나는 세상살이였으면 좋겠어. 2007.3.27 |
진리와 오류 김옥춘 나 아주 어렸을 때 냄비에 구멍이 나면 납땜을 했지. 그땐 집집마다 납 한 덩이쯤 있었지 나 초등학생 때 플라스틱 컵에 뜨거운 물을 마셨지 그땐 플라스틱 그릇에 안 담는 게 없을 정도였지 내가 중. 고등학생 때 자식 많이 낳으면 미개인인 줄 알았지. 그땐 어른들이란 아들만 귀하게 여겨서 아들을 낳기 위해 딸도 낳는 줄 알았지. 그땐 표어가 무지한 인간을 깨우치기 위한 진리인 줄 알았지. 어렸을 땐 몰랐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이 오류로 가득한 진리일 수도 있다는 것을 2007.3.28 | 술을 마셨다. 김옥춘 술 외로움이 마셨나 보다. 외로움이 널브러져 나와 눕는다. 술 서러움이 마셨나 보다. 서러움이 기어 나와 숨 쉰다. 술 그리움이 마셨나 보다. 그리움이 새어 나와 운다. 술을 마셨다. 외로움이 서러움이 그리움이 술을 마셨다. 얼굴이 뜨겁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아픔들이 마비되었나 보다. 졸리다. 2008.3.11 |
성년이 된 아들과 딸들에게 하는 당부 김옥춘 말이 고운 사람이 고운 사람이 많더라. 말이 강한 사람이 강한 사람이 많더라. 말이 밝은 사람이 표정이 밝은 사람이 많더라. 말이 험한 사람이 험하게 살아온 사람이 많더라. 말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자신 있게 사는 사람이 많더라. 말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나약한 사람이 많더라. 말이 정직한 사람이 정직한 사람이 많더라. 말이 교활한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사람이 많더라. 말이란 엄마처럼 해야 하는 것이더라. 말이란 아빠처럼 해야 하는 것이더라. 말이란 선생님처럼 해야 하는 것이더라. 될 수 있으면 사랑스럽게 말해야 하는 것이더라. 될 수 있으면 좋은 말만 해야 하는 것이더라. 될 수 있으면 축복의 말만 해야 하는 것이더라. 될 수 있으면 희망의 말만 해야 하는 것이더라.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지 않더냐? 말이란 내가 매일 하는 기도더라. 말이란 내가 매일 하는 예언이더라. 살아보면 욕 나오는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너만은 말이 고운 사람이길 바란다. 말이 밝은 사람이길 바란다. 말이 아름다운 사람이길 바란다. 네가 가꾸어 가는 네 삶이 아름답고 행복하길 바라니까 널 사랑하니까 사랑한다. 2008.3.12 | 불편하다 김옥춘 서 있어도 앉아있어도 누워있어도 불편하다 마음이 불편한가보다 기어도 걸어도 뛰어도 발버둥을 쳐도 힘들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음이 편안할 때다. 그래도 그래도 일 할 때가 제일 마음 편하다. 그래도 그래도 마음 편할 때가 몸이 편하다. 2008.3.18 |
잘 봐 김옥춘 외로운 평화 괴로운 기쁨 인생은 그런 거야 외로움 속엔 평화가 있더라고 괴로움 속엔 사랑과 기쁨이 있더라고 외롭다고 불평할 게 아니야 평화로움에 감사해야 하는 거야 괴롭다고 불평할 게 아니야 사랑하고 사는 오늘에 감사해야 하는 거야 외로움을 잘 들여다봐 괴로움을 잘 살펴봐 평화가 보일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보일 거야 외로운 평화 괴로운 기쁨 인생은 그런 거야 2008.3.20 | 이백일사랑 김옥춘 두 계절을 함께 느꼈다. 또 한 계절을 맞이했다. 우리 둘이 만나서 이백일이다. 날마다 사랑한다는 말 들어주어 고맙다. 날마다 사랑한다는 말 들려주어 고맙다. 날마다 고맙다는 말 들어주어 고맙다. 날마다 고맙다는 말 들려주어 고맙다. 사랑한다. 존경한다. 고맙다. 이백일 중 며칠은 처음 같지 않다고 변했다고 사랑이 아닌 것 같다고 그만 만나자고 했다. 그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나를 안아주어 고맙다. 그 말에 책임지겠다고 고집 쓰지 않아 고맙다. 며칠은 서운했지만 아팠지만 어느 하루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 맞다. 우린 변했다. 이백일 만큼 컸다. 우리 사랑 맞다 우린 처음 같지 않다. 이백일 만큼 튼튼해졌다. 우리 사랑 백일처럼 이백일도 잔치를 하자 더욱 커진 사랑을 더욱 튼튼해진 사랑을 축복하자.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 이백일 내 맘이 더 예뻐졌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다. 우리 사랑은 아름답다. 이백일사랑 축하한다. 2009.3.14 |
사랑 그것은 김옥춘 사랑 사랑으로 품어야 할 빛나는 세상 너 너를 내 가슴에 품었다. 사랑 사랑으로 품어야 할 또 하나의 세상살이 또 하나의 우주 너 너를 내가 사랑한다. 사랑 설렘만큼 두려움도 크다. 또 하나의 우주 또 하나의 세상살이에 어찌 우여곡절이 없길 바라겠는가? 그래도 사랑은 축복이다. 삶을 빛나게 하는 삶을 아름답게 하는 또 하나의 우주 또 하나의 세상살이 내 삶의 축복 너를 내가 사랑한다. 아주 많이 고맙다. 내 사랑아! 또 하나의 우주 또 하나의 내 삶을 열어주는 너는 또 하나의 나다. 2009.3.17 | 연둣빛 착시 김옥춘 안개처럼 연둣빛이 끼었다. 나뭇가지에 아지랑이처럼 연둣빛이 아른거린다. 나뭇가지에 아직은 연둣빛 나뭇가지 안에 있는데 보인다. 안개처럼 아지랑이처럼 아직은 연둣빛 나뭇가지 안에 있는데 두근거린다. 연둣빛으로 열어갈 세상이 벌써 보이는 듯하다. 사랑처럼 사랑 예감처럼 2009.3.17 |
나도 모르겠다. 김옥춘 어떻게 온종일 보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 매일 보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왜 네가 보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다. 왜 널 사랑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다. 내 맘 보고 싶은 이 맘 2009.3.25 | 마음 김옥춘 마음에 담으면 보인다. 그리움도 사랑도 보인다. 우리의 마음은 투명한가 보다. 마음에 담으면 보인다. 외로움도 슬픔도 보인다. 우리의 마음은 정말 투명한가 보다. 마음에 쌓으면 원망과 미움을 쌓으면 안 보인다. 세상도 아름다움도 안 보인다. 우리의 마음은 창인가 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 마음에 쌓으면 욕심과 불만을 쌓으면 안 보인다. 사랑도 행복도 안 보인다. 우리의 마음은 창인가 보다 사랑과 행복으로 통하는 2009.3.25 |
버스를 기다리다가 김옥춘 버스를 기다리다가 문득 봄을 그냥 놓쳐버릴까 봐 두렵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문득 봄을 봄꽃을 그냥 지나칠까 봐 두렵다. 봄 버스정류장에도 오고 있나 보다. 내가 날마다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에도 2009.3.25 | 자식 사랑하는 맘 김옥춘 차마 차마 걱정의 말도 다하지 못하시는 맘 웃기만 합니다. 자식 맘 불편할까 봐 차마 차마 걱정의 말도 다하지 못하시는 맘 참기만 합니다. 자식 맘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라고 가슴이 아파도 세상살이가 서러워도 내 어머니 웃기만 합니다. 차마 차마 걱정의 말도 다 내놓을 수 없는 맘 자식 사랑하는 맘 내 어머니 맘 2009.3.25 |
행복해지자. 김옥춘 봄이다. 복이다. 내 복이다. 내 복 많다. 햇살 바람 새싹 꽃봉오리들 봄이다. 복 많이 받았다. 행복해지는 것은 복을 나의 행복으로 만드는 것은 나의 몫이다. 봄이다. 행복해지자. 꼭 행복해지자. 2009.3.25 | 봄비 내리는 오늘 김옥춘 비 누가 말하지 않아도 봄비 봄비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리움 그리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사랑 사랑 누가 말하지 않아도 행복 행복 행복하다. 봄비 내리는 오늘 새싹만큼 여리고 사랑스러운 봄비에 커피 한 잔을 녹인다. 아! 행복하다. 봄비만 내려도 눈물이 날 것만 같다. 봄비 내리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것을 아는가 보다. 모든 것이 축복이라는 것을 아는가 보다. 행복하게 내린다. 봄비 내 창가에 내 가슴에 봄비 내리는 오늘 참, 행복하다. 눈물이 날 것만 같다. 2009.3.26 |
비 내리는 날엔 김옥춘 비가 내리는 날엔 우산이 걸어 다닌다. 빗방울처럼 동그라미 그리면서 우산이 걸어 다닌다. 아장아장 사뿐사뿐 성큼성큼 조심조심 종종종종 쪼르르르 콩콩콩콩 흐느적흐느적 멈칫멈칫 구깃구깃 나이만큼의 모습으로 기분만큼의 모습으로 바쁜 만큼의 모습으로 2009.3.26 | 중년 우울증 김옥춘 발뒤꿈치 머리숱 새치 주름 팔다리 피부 전 같지 않아! 좀 불편해 좀 우울해 일자리 허드렛일 품삯 전 같을 수 없다고? 많이 불편해 많이 우울해 2009.3.30 |
봄비가 김옥춘 토닥토닥 토닥토닥 수고했다. 잘 견뎠다. 주르륵 고맙다. 똑 똑 똑 장하다. 잘해라. 사랑한다. 2010.3.6 | 성년이 된 네게 하는 당부 김옥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에 해라.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에 해라.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 먼저 해라. 꼭 하고 싶은 일 먼저 해라. 꼭 해야 하는 일 먼저 해라. 30대가 되면 하고 싶은 일에 나이제한으로 걸리기에 십상이고 40대가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을 떠날 때가 되기에 십상이다. 20대에는 직장생활을 해라. 내치지 않는 나이다. 반기는 나이다. 30대에는 하는 일에서 있는 곳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나이다. 새로운 곳에선 반기지 않는 나이다. 꺼리는 나이다. 40대는 인정받은 일에서 밀려나는 나이다. 내치는 나이다. 50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는 나이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이다. 60대는 누구나 하기 싫은 일을 감사하게 하는 나이다. 70대는 불쌍하거나 추하게 보았던 일을 해야 하는 나이다. 하고 싶은 일은 미루지 마라. 해야 하는 일은 미루지 마라. 나이제한이 있는 일은 미루지 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나중에 해도 기회가 있다. 부탁이다. 당부한다. 20대엔 일을 꼭 해라. 사랑을 꼭 해라. 결혼을 꼭 해라. 부모가 꼭 돼라. 사랑한다. 행복하게 살아라. 2010.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