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범칙금과 과태료
은빛수필문학회 정석곤
덕진공원과 한옥 지붕 모양이 어우러진 지구대에 갔다. 여자 청년 경찰은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띤 채 ‘통지서’를 보며 서너 번 말해주었다.
“1년에 범칙금 벌점이 40점이 넘으면 자동차 면허가 정지되고, 1년간 121점 이상이 되면 취소가 된다. 다만
과태료로 내면 벌점이 없어진다.”
면허 정지라는 말에 마음을 달래며 범칙금에 얼마를 더 얹어 과태료로 낸 적이 한두 번인가. 벌점이 보험금에 할증까지 붙는다는 말이 나오면서 더 그리하였다.
지금까지 교통 범칙금 벌점은 없다고 해 안심이 되었다. 경찰은 자기 말을 못 알아들은 줄 알고, 그림과 글자를 그리고 써가며 위험선을 넘었다는 게다. 벌점이 30점이니까 접촉이나 인사 사고, 안전띠 미착용, 속도위반 등 10점만 더해지면 곧바로 정지니까 과태료 납부가 나을 거라 했다.
언제 왔는지 ‘교통법규 위반 통지서’가 우편함 밑바닥에서 며칠을 잠자고 있었다. 깜짝 놀랐다. 도로교통법 제13조 3항인 중앙선을 침범했다는 통지다. 뒤차 블랙박스가 위반 사실을 찍었다. 뒤따라 오면서 얼마나 화가 났으면 신고했을까? 아니면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한 정의파일까? 중앙선 무단 침범을 보고 맘에 치밀어오른 화를 잠깐 삭이면 용서해줄 수도 있을 텐데 ···. 가다가 블랙박스를 열어 신고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처럼 신고자가 얄밉기만 했다. 교통법규를 잘 몰라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내가 부끄럽다.
몇 년 전이다. 밤이라 괜찮다고 여겨서다. 마을 초등학교 후문 바로 앞 인도에 주차하곤 했다. 다른 차가 모퉁이를 좌회전하는 데 불편이 없는지 두어 번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주차위반 통지서’가 날아왔다. 밤 자정이 넘어 주차했는데도 불과 십여 분 뒤에 누가 주차위반을 신고한 게다. 그는 밤늦게 자주 후문 앞을 주행했거나 걸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차를 얼마나 벼르고 있었을까? 한마을에 살면서 그럴 수가 있느냐며 잔뜩 화를 냈다. 그 뒤론 다른 차가 주차해도 얼씬하지 않는다. 주차 법규를 잘 지키려는 것보다 범칙금이 아깝기 때문이다.
범칙금 고지서를 발급받지 않고 지구대를 나오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신고자를 알고 싶었으나, 자기들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벌점 1점이 면허 정지 하루란다. 40점이면 40일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얼마를 아끼려다 또 ‘아차’하는 순간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면허 정지와 취소가 살아남지 못하게 범칙금 육만 원에 삼만 원을 얹어 과태료로 내야겠다.
지난해, 경찰청은 차량 우회전 교통사고 건수가 늘어나자 새 교통법규를 발표했다. 우회전 특별 단속을 한다는 말이 느슨해졌나 싶었다. 그럴지라도 성급한 마음을 길들이면서 나름대로 만든 우회전 구호가 있다.
‘녹색불이면 빨간불까지 기다렸다가 우회전해 보자.’
새해 들어 경찰청은 석 달 동안 계도 기간을 거쳐 단속한다더니, 거리에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빨간불엔 일단 멈춘 후 우회전”
내가 만든 구호와 경찰청 현수막 표어를 길들이면, 모든 교통 범칙금은 과태료를 데리고 우리 집을 찾아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