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폰테 페어웰
지난 4월 25일(현지 시간) 향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수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2023)의 부음을 듣고 먹먹하고 아쉬운 마음 가눌 길 없었습니다. 해리 벨라폰테는 오래전부터 알았고 살갑게 지내온 삼촌뻘 되는 마음속 우상이었거든요.
뉴욕 할렘의 자메이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벨라폰테는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었습니다. 아프리카의 기아, 질병 퇴치와 흑인 인권신장에 기여해 사회운동가로도 알려졌지만 그의 본령은 대중음악가입니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흑인 재즈 뮤지션들이 벨라폰테에 앞서 인기를 끌었지만, 벨라폰테가 진정한 ‘첫 흑인 슈퍼스타’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에요. 칼립소(Calypso. 카리브해 지역의 민속 음악)의 제왕 벨라폰테를 엘비스 프레슬리, 밥 딜런, 비틀스, 롤링 스톤스, 마이클 잭슨의 위상에 견주기도 합니다.
전설이 된 해리 밸라폰테의 히트 음반 목록을 살펴볼까요?
1956년에 발표한 최초의 앨범 <칼립소(Calypso)>는 팝과 재즈, 포크를 접목한 데다 자메이카 민요 ‘바나나 보트송(The Banana Boat Song)’ 같은 친숙한 노래를 담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데이-오, 데에이-오(Day-o, Day-o)”로 시작하는, 캠프송이나 응원가로도 불린 그 노래말이에요.
본디 원주민 일꾼들이 수확한 바나나를 보트에 실으며 부르던 노동요(勞動謠)였죠.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 자리를 31주간 지킨 <칼립소>는 1년 이내에 100만 장 이상이 팔린 사상 최초의 LP라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벨라폰테가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노래가 한두 곡이 아닙니다.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도 큰사랑을 받았고요. 위에서 소개한 ‘바나나 보트 송’과 함께 2대 명곡으로 평가되는 노래는 ‘자메이카 페어웰(Jamaica farewell)’입니다.
그밖에 ‘마틸다(Matilda)’ ‘목화밭(Cotton fields)’ ‘쉐난도(Shenandoah)’ ‘아이 두 아도 허(I do adore her)’ ’아일랜드 인 더 선(Island in the Sun)’ ‘앤드 아이 러브 유 소(And I love you so)’ 등등.
그에 더해 베네주엘라의 전통 가요 ‘베네주엘라(Venezuela)’, 멕시코의 민요 ‘쿠쿠 루쿠쿠 팔로마(Cu cu ru cu cu paloma)’, 아프리카의 슬픈 사랑 노래 '말라이카(Malaika)', 이스라엘 민요 ‘하바 나길라(Hava naghila)’와 ‘장미꽃이 피는 저녁(Erev shel shoshanium)’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아 목동아~”로 친숙한 아일랜드 민요 ‘대니 보이(Danny Boy)’는 더더구나 특별합니다. 한 대중음악 잡지를 보니 ‘대니 보이’가 생일 축하 노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다음으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노래라고 하더군요. 그중에서도 매력적인 중저음에 허스키한 호소력을 갖춘 해리 벨라폰테 버전이 으뜸입니다.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브라더스 포를 비롯해 패티 페이지, 나나 무스쿠리 등 여러 가수가 불렀습니다. 홍콩의 4대 천왕 중 한 명인 여명(黎明)과 우리 가수 성시경도 불렀다니까요. 그중에서도 벨라폰테의 노래가 가장 마음 깊은 곳에 와닿음은 물론.
삼촌뻘 되는 해리 벨라폰테와 큰누님뻘 되는 나나 무스쿠리의 우정은 감동적입니다. 나나 무스쿠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벨라폰테의 초청으로 1964년 카네기홀에 데뷔, 1년간 미국 전역을 순회 공연하였고,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팝 음악의 주류 시장인 미국에서의 성공적 공연은 나나 무스쿠리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는 계기로 작용하였지요.
무스쿠리는 벨라폰테와 같은 무대에 섰을 뿐더러 라이브 듀엣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벨라폰테와 함께한 저녁(An Evening With Belafonte)’!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이프 유 아 서스티(If You are Thirsty)’는 절창 중 절창입니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이 해리 벨라폰테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알고 사랑했습니다. 고인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노래를 추임새를 넣어 흥얼거려 봅니다.
“데이 오, 데에이 오/데이라잇 컴 앤 위 워나 고홈/데이, 이자데, 이자데, 이자데, 이자데에이 오/(에브리바디! 원스 어게인!)/데이 오, 데에이 오/데이라잇 컴 앤 위 워나 고홈...”
https://youtu.be/qIRkzs7-u7c
https://youtu.be/50JW4aHHm5Q
https://youtu.be/Zh1ow6zKapQ
https://youtu.be/iFsW0tMR_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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