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황당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그시간 동안에 난 정말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드러냈다. 처음보는 이에게...
하지만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한 뭔가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내린 역에서 바로 다음 정거장에서 난 내렸다. 내 손에는 그가 준 2000원이 들려있었다.
"로또..."
뉴스가 생각이 났다. 로또복권에서 1등상금 300억원을 거머쥔 여러 행운아들. 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절대로, 나에게만은 일어나지 않을 일...그래서 난 다른 사람들이 장난으로 하는 로또에 당첨된 뒤의 일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왔다. 난 정말 운이 없는 놈이었기에 모든 것이 잘되는 적이 없었다. 끝없는 좌절속에서 난 아예 처음부터 모든 희망도 포기하고 일이 잘되기를 빌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무런 희망이 없기에 실망도 없었다. 언제나 불운을 맞는 나의 인생을 그렇게 받아들이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 아주 오래전 잊어버린 감정을 되찾았다. 희망!
그가 준 2000원을 바라보는 나는 어쩌면 정말 될지도 모른다는 왠지모를 희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아니, 오히려 확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내가 정말 될지 안될지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물론 당첨이 안되면 나는 그때 다시 이 감정을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되찾은 이 피가 끓는 희망, 기대라는 것을 이대로 느끼고 싶었다.
이윽고 집앞에 다다른 나는 집앞에 위치한 편의점을 들렸다. 편의점 주인은 내손에 들린 2000원을 보고 말했다.
"로또 하실거유? 근데 단 한게임?"
"네 딱 한번만 하기로 했습니다."
"참 이상한 사람이군."
"이건 제 운을 시험하는 겁니다."
"운을 시험한다...정말 재밌는 사람일세..하여튼 여기있수다."
주인이 준 OMR카드를 들고 싸인펜이 있는곳으로 가는 도중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6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남았군. 곧이어 싸인펜을 들은 나의 손은 떨고 있었고 나의 눈은 어디를 찍을지 이리저리 굴려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