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尹 ‘UAE 적은 이란’ 발언 심각히 본다”… 대통령실 “韓-이란 관계와 무관” 진화 나서
[尹대통령 순방]
이란 “尹 참견 좋아해… 설명 기다려”
野 “외교참사… 尹이 코리아 리스크”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기 때문에 우리와 UAE는 매우 유사한 입장”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이란 정부가 윤 대통령을 겨냥해 “참견하기 좋아한다(meddlesome)”고 반발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양국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되며 논란이 커지자 “한-이란 관계와 무관하다.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표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옹호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이란이 UAE 등 걸프 국가들과 역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과 (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이 같은 비외교적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며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린다”고도 했다. UAE는 대표적 이슬람 수니파 국가이고 이란은 수니파와 앙숙인 시아파의 대표 국가다. 다만 2021년부터 양국 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UAE는 지난해 8월 이란에 대사를 다시 파견했다.
이란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부다비 현지 브리핑에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불필요하게 확대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이란 측에 우리 입장을 전달했고 이란도 우리 설명을 이해한 것 같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 측의 항의 여부에 대해 “항의라기보다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란 국영방송인 프레스TV는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란과 한국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협력국 이란이 졸지에 적국으로 바뀌었다”며 “‘윤석열 리스크’가 ‘코리아 리스크’의 핵심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외통위에서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이번 순방에서도 대통령이 어김없이 사고를 쳤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UAE 국민들은 이란을 최대 위협국가로 보고 있고 적대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