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예전에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렸던
김초엽 님의 두 편의 단편은 아빠 취향이 아니라고 했다가
얼마 전에 김초엽 님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장편을 읽고 급호감으로 바뀌었다고 했잖아.
그래서 김초엽 님의 다른 책도 살펴 보았단다.
두 번째 단편집 <방금 떠나온 세계>가 눈에 들어왔단다.
<지구 끝의 온실>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단편과 장편의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줄까
생각하면서 책을 폈는데,
오호,,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모두 좋았단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김초엽 님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더구나.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
SF라는 것은 우리 현실과는 좀 다른 세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창의성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단다.
각각의 단편에서 설정된 새로운 세계는
너무 터무니없는 그런 세계가 아닌,
우리 현실 세계와 비슷하면서 살짝 다른 세계라서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단다.
그런 것이 김초엽 님 작품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1. SF 뇌를 장착한 지은이
자, 그럼 아빠가 이 책에 실린 소설들 중에서 몇 편을 소개해줄게.
<최후의 라이오니>
주인공 ‘나’는 죽은 행성들을 정리하는 일을 한단다.
일종의 행성 유품정리사라고나 할까.
‘나’는 행성 3420ED라는 죽은 행성을 탐사하게 되었어.
읽다 보면 이 3420ED라는 행성은 지구라는 것을 알게 된단다.
3420ED에 온 ‘나’
깔끔한 거주지에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었어.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만 있었고,
그 기계들만 생활한지는 아주 오래되어서
그들은 자주 고장이 났는데,
서로 수리해 주면서 생활하고 있었단다.
그 기계들의 리더는 ‘셀’이라는 기계였는데,
셀은 ‘나’를 라이오니로 착각했단다.
라이오니가 누구냐고? 그 이야기를 셀이 해주었어.
이 행성에는 복제 인간을 만들고 그 복제 인간에게 자신의 의식이나 정신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어.
그래서 몸만 바꾸고 영생하는 불멸의 삶을 살게 되었단다.
그런데 이식을 제대로 안되게 하는 바이러스가 생겨났어.
이식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육체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의미였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 행성에서는 수백만 년 만에 죽는 사람이 생겼어.
이후 그들은 서로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전쟁까지 일어나고,
일부는 다른 행성으로 도망갔단다.
이 혼란의 시기 중에 복제 인간으로 만들어졌다가 불량 판정 받은
복제 불량 인간들이 폐기되지 않고 있었단다.
원래는 폐기되어야 했지만,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그들에게까지 신경쓰기 어려웠지.
그런 복제 불량 인간들 중에 라이오니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라이오니는 인조 기계들을 수리해주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어.
이 행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폐허가 되었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어.
이 행성의 생명체들은 ‘터널’을 통해 다른 행성으로 탈출했단다.
‘터널’은 행성 간 이동을 쉽게 만든 장치였단다.
라이오니도 끝까지 버티디가 결국 이 행성을 떠났고,
떠나기 전에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터널’을 이용하려면 보호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기계들은 그것이 없어서
‘터널’을 이용하지 못했어.
그래서 이 행성에는 이 기계들만 남아 있는 거야.
서로 수리를 하면서 지내왔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에 다다랐단다.
그래서 이 행성의 마지막 존재인 기계들도 삶을 마감하게 되었단다.
음..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며,
작은 균열에 의해서도 인간은 망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에
공감이 갔던 작품이었단다.
미래에 인류가 멸종하면 정말 기계들만 고장날 때까지 돌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
<마리의 춤>
해양 오염이 점점 심해지면서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약품을 개발하여 사용했는데,
그 약품이 일부 아이들에게 부작용을 일으켜 시지각 이상증을 일으켰단다.
아이들에게만 생기고 전체 아이들의 약 7% 정도 된다고 했어.
시지각 이상증은 시각을 뇌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무서운 병이었어.
그런 병에 걸린 아이들을 모그라고 했어.
다행히 플루이드나 칩을 머리에 심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지각 이상증을 증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었어.
모그들은 여전히 시지각에 장애가 있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단다.
마리라는 소녀가 있었는데,
마리는 모그들에 대한 불평등한 사회 시선에 불만이 많았어.
마리는 온 세계 사람들을 모두 모그로 만들어버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겼으나.
실패하고 말았단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어.
오늘날 약자나 장애인에게 불평등한 제도와 불편한 시선들을
SF에 잘 버무려서 이야기해 준 것 같았단다.
…
<로라>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나 팔을 잘린 환자들이
여전히 없는 다리나 팔을 뇌에서 인식하여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로라>라는 소설은 그 반대 현상에 관한 소설이었단다.
지은이의 발상이 뛰어나구나.
그러니까, 뇌의 지도가 잘못되어 자신의 팔이 세 개라고 인식하는 사람에 과한 이야기였어.
진은 뇌의 지도가 잘못되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못된 지도>라는 책으로 엮은 작가란다.
진은 그 책을 쓰면서 옛 애인 로라를 생각했어.
로라가 바로 아빠가 앞서 이야기한 자신의 팔이 세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그로 그 세 번째 팔에 아픔을 느끼기도 했어.
아예 없는 팔인데 말이야.
로라는 뇌에서 잘못 인식을 해서 뇌 진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진짜 세 번째 팔을 인식하는 수술을 받았단다.
기계로 만들어진 세 번째 팔.
우리 몸과 정상적으로 이식되기 쉽지 않았지.
로라는 이 수술을 하고 나서 심한 후유증을 겪었단다.
하지만 세 번째 팔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리고 팔이 세 개가 있다고 상상해 봐.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들 거야.
그래서 결국 진은 로라와 헤어지게 된단다.
하지만 진은 나중에 다시 깨닫는단다.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있다는 것을 말이야..
….
<숨그림자>
인류는 지구가 더 이상 살지 못하는 행성이 되자,
지구를 떠나 어떤 행성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단다.
그런데 그곳 환경은 지상에서 살 수 없었고,
지하에서만 살 수 있었단다.
지하에서 오래 살게 되면서 인류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음성언어가 아닌 입자를 서로 주고 받으면 대화하게 되었단다.
서로 다른 입자들을 보내면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었지.
어느날 오래 전 극지방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우주선 캐빈 안에서 온전하게 냉동되어 있어 조안이라는 사람을 발견했어.
그들은 조안을 되살렸어.
물론 조안과 그들 사이의 말은 통하지 않았어.
조안은 음성 언어를 사용했지만, 그들은 입자 언어를 사용했으니까 말이야.
단희는 조안을 보살펴 주었고,
조안은 그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였지만 쉽지 않았단다.
조안은 그 별에 있는 것보다 우주로 탐사를 가는 것에 낫겠다 싶어
우주 탐사에 지원을 해서 우주로 날아갔단다.
단희는 그것이 조안과 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 조안이 다녀왔어.
그리고 조안이 단희에게 선물을 주었단다.
그들의 추억이 깃든 그리운 냄새였단다.
그 선물을 받고 단희가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구나.
의사 소통을 꼭 말로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준 소설.
입자를 주고 받으면 의사 소통을 한다는 생각을 해낸
지은이에 다시 한번 찬사를..
…
<오래된 협박>
지구에서 벨라타라는 행성에 탐사를 갔단다.
탐사대원이었던 지구인 이정은 벨라타인 노아와 우정을 쌓았어.
벨라타인들은 평균수명이 적었는데,
이정은 벨라타에 널려 있는 오브라는 생명체를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그 사실을 노아에게 알려주었지.
하지만, 노아는 그러지 않았어.
이정이 다시 벨라타를 떠나고,
노아는 이정에게 편지를 썼단다.
그들이 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살려준 것은 오브였고,
그때 오브와 맺은 협약이 있다고…
그것이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지구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주의 다른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같을 수가 없을 거야. 그렇겠지?
지구인이라고 해도 노아처럼 내 삶보다
저 중요한 약속,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 말이야.
….
위 작품들 이외에
어른이 되면 인지 공간에 들어가게 된다는 <인지공간>과
특정 공간에서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발상이 뛰어난 <캐빈 방정식>이 있단다.
이 두 작품도 무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구나.
사실 위에 이야기해준 다섯 개의 작품들도
메모를 조금씩 써 놓은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잘못 기억하고 적은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내용이 잘못되어도 이해 바란다.
…
Jiny의 친구 중에 김초엽 님의 팬이 있다면서
너도 읽어보겠다면서 전에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잖아.
아빠가 생각하기에 <방금 떠나온 세계>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구나.
그래서 아빠가 제대로 이야기해주지 못한
<인지공간>과 <>캐빈 방정식>은 Jiny가 이야기해주는 걸로~~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나는 혼자 이곳에 왔고, 그게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책의 끝 문장: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책제목 : 방금 떠나온 세계
지은이 : 김초엽
펴낸곳 : 한겨레출판
페이지 : 324 page
책무게 : 324g
펴낸날 : 2021년 10월 20일
책정가 : 15,000원
읽은날 : 2022.05.23~2022.05.52.
글쓴날 : 2022.06.17,18